정작 정부 재정 국고지원은 법정 기준 미달
사적연금 稅혜택에 "당근 주고 건보료로 회수" 비판도
[연합] |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국민 건강을 떠받치는 건강보험 재정에 빨간불이 켜지자 정부가 건강보험료에 사적연금 소득을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중과세라는 비판이 거세게 제기되고 있다. 정부 스스로도 법률로 정한 금액에 크게 못미치는 예산을 편성한 까닭에 부족한 재정을 일찍부터 연금저축·퇴직연금 등으로 노후를 준비한 이들에게 전가하는 것이란 지적이다. 또, 재정 당국이 사적연금에 대한 세액공제 한도를 종전 대비 200만원 높이면서 세제 혜택이란 당근을 내세워 연금 가입을 유도하고선, 결국 건보료로 회수해 가는 꼴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14일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 등에 따르면 현재 건보료는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군인연금 등 공적연금에만 부과되고 있다. 퇴직연금 등 사적연금은 부과 대상이 아니다. 앞서 정부가 사적연금소득을 보험료 부과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사적연금 시장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는 정책적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최근 감사원은 사적연금소득의 규모가 증가하는데도 건강보험료 부과 대상에 포함하지 않아 다른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이 늘 수 있다며 형평성 문제를 거론했다. 복지부는 감사결과를 수용, 보험료 산정 등에 사적연금소득을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감사원은 공적연금과 사적연금 간 보험료 부담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만, 사실 그 근저에는 빠르게 고갈되고 있는 건보 재정이 있다. 실제 감사원의 ‘건강보험 재정관리 실태 결과’를 보면 ‘건강보험 적립금’은 2029년 완전히 소진된다. 2040년 예상 누적적자는 국가 1년 예산보다 많은 680조원에 육박하게 된다. 매년 건보료율을 올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2019년과 2020년 55세 이상 건강보험 지역가입자 중 연 500만원 이상의 사적연금소득이 있는 사람은 7만8920명이며 이들의 사적연금소득은 9395억원이다. 이를 보험료 산정에 반영하면 348억원의 보험료를 더 걷을 수 있다.
일찍이 노후준비를 해온 이들에게 부족한 건보재정을 메우도록 하는 꼴이지만, 정작 정부는 법률로 정한 국고 지원조차 지키지 않고 있다. 내년 정부 건강보험 지원액은 10조9702억원이다. 내년 건강보험료 예상 수입액의 14.4% 수준으로, 법률로 정한 20%에 못 미친다. 국민건강증진법엔 정부가 국민과 사업주 등이 낸 보험료에 견줘 14% 상당 금액을 일반회계로, 나머지 6%를 담뱃세인 건강증진기금으로 지원하게 돼 있다. 다만 이 조항조차 올 연말 일몰을 앞두고 있어 법률 개정안 논의가 시급한 상황이다. 아울러 정부 내에서 엇박자가 나온다는 지적도 있다. 앞서 기획재정부가 연금저축·퇴직연금의 세액공제 한도를 종전 700만원에서 900만원으로 높이겠다고 발표한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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