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과다경쟁 막고, 일반가입자 보험료 상승 억제 필요
보험사들 연계비율 50%로 하향, 10월부터는 20%로
지난 7월 금융감독원은 일반암과 유사암의 연계비율 조정을 권고했다. 유사암의 보장금액이 지나치게 높다는 것. 이에 보험사들은 유사암의 보장금액을 낮춘 상품들을 출시하기 시작했다. [헤럴드경제DB] |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 지난 7월 친구의 갑상선암 판정 소식을 들은 A씨는 암보험상품에 가입해 ‘유사암’에 대비하기로 했다. 유사암은 일반암과 달리 상대적으로 발병률과 생존율이 높은 암으로, 갑상선암과 기타피부암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A씨는 보험설계사로부터 유사암 진단비(지급보험금) 2000만원을 추가한 상품을 제안받고 여름휴가를 마친 뒤 보험에 가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휴가를 다녀온 A씨는 설계사로부터 당황스러운 얘기를 듣게 된다. 불과 한 달 만에 납입보험료가 7만원이나 올랐다는 것이다.
A씨의 보험료가 짧은 시간 안에 급격히 변화한 이유는 뭘까. 이는 보험사들이 보험상품 내에 ‘일반암’과 ‘유사암’의 보장금액비율인 ‘연계비율’을 조정했기 때문이다.
그간 보험사들은 신규 고객 유치를 위해 유사암 보장금액(지급보험금) 한도를 늘려서 판매해왔다. 일부 상품에서는 유사암 보장금액이 일반암을 넘어가기도 했다. 이에 금감원은 지난 7월 보험사들이 내건 유사암 보장금액이 지나치게 많다는 점을 지적하고, 연계비율 조정을 권고했다. 보험사들도 가입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 공감해 9월(생명보험사)부터 일반암과 유사암의 진단비 비율(연계비율)을 50%로 조정하기로 했다. 그전에는 연계비율이 50%를 상회한 상품들이 많았다. 가령 상품 내 일반암인 간암의 보장금액이 1000만원이면 유사암인 갑상선암은 500만원까지만 가입 가능하게 한 것이다. 향후 보험사는 연계비율을 낮춰 10월에는 20%까지 조정된 상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A씨가 가입하려던 암보험상품 보험료가 오른 것은 유사암 진단 보장을 문의하던 시점과 상품에 가입하려는 시점의 연계비율이 변경됐기 때문이다. A씨는 연계비율 조정 전에 개별 보험회사의 기준에 따라 원하는 보장을 가입할 수 있었지만 연계비율 조정 후에는 원하는 금액의 유사암 진단비를 받으려면 일반암 보험의 진단비를 높일 수밖에 없다. 보험료가 7만원이나 비싸진 이유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암 발생 환자는 약 30% 증가했고 그중 59%는 유사암 환자다. 또 전체 암의 5년 상대 생존율은 70.7%인데 이 수치는 10년 전과 비교했을 때 5.2%포인트 높아졌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회사의 유사암 분류 비중이 커짐과 동시에 발병 후 소득 보장 지원 목적의 암 진단비가 아닌 항암 약물치료와 같은 실제 치료 과정에서 필요한 치료비를 보장하는 형태의 담보 개발에 힘쓰게 된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험소비자 또한 암보험 가입 시 기존과는 다른 관점이 필요하다”며 “암 발병 후 더 많은 진단비 보장을 위해 고액의 보험료를 내는 것보다는 암을 조기에 발견했을 때 이를 관리하고 치료하는 과정에서 도움이 될 보험상품과 보장 내용을 꼼꼼히 따져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도움말:김상묵 KDB생명 상품마케팅담당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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