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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생에너지 사업에 ‘9개 부처·25개 인허가’ 족쇄…이래서 RE100 가능하겠나 [비즈360]
전북 부안 격포항에서 약 10㎞ 떨어진 서남해해상풍력 1단계 실증단지 전경. 주소현 기자

[헤럴드경제(고창·부안)=주소현 기자]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에서 기간 단축의 의미는 상당히 큽니다. 투자를 받은 만큼 수익을 빨리 확보해야 하는데 기간이 늘어질수록 이자 등 비용이 발생하고 수익은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양인선 한국해상풍력 실증센터장)

“사업자도, 정부도, 국민도 신뢰할 수 있어야 발전사업이 안정적으로 진행되는데 사업의 불확실성과 금융 비용을 높이는 정책의 모호함이 가장 힘든 지점입니다.” (최덕환 한국풍력산업협회 대외협력팀장)

지난달 25일 전북 고창 한국해상풍력 실증센터에서 열린 서남해 해상풍력 설명회장. 재생에너지 발전업계 관계자들은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벽으로 복잡하고 긴 인허가 기간을 꼽았다. 신규 발전사업을 추진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기간이 지연되면서 경제성도 떨어진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태양광·풍력 등을 발전원으로 하는 재생에너지의 전세계적 수요가 늘며 국내 기업들의 ‘RE100’(재생에너지100% 사용) 가입 부담도 커지고 있지만 행정 시스템은 뒷걸음질 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행 법상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산업통상자원부 등 9개 부처로부터 25개의 인허가를 거쳐야 한다. 이에 소요되는 기간은 평균 7년 정도다. 이와 동시에 적절한 입지를 선정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야 하고 지역 주민들이 받아들이기까지 적잖은 설득 시간도 불가피하다.

문제는 인허가 기간이 갈수록 길어진다는 점이다. 국내 최대 해상풍력단지인 서남해 해상풍력은 60㎿ 규모의 1단계 실증단지를 준공하고 400㎿ 규모의 2단계 시범단지의 인허가를 받고 있다. 2012년 한국전력공사와 6개 발전자회사가 한국해상풍력단지를 설립한 이후 2020년 1월 실증단지를 마무리하기까지 약 8년이 걸렸다. 2단계 사업은 2024년 착공해 2026년 12월 준공하기로 예정돼 있으나 올해 시작될 환경영향평가에 따라 기간이 달라질 수 있다.

경북 영양에서 총 263㎿ 규모로 3개의 육상 풍력단지를 조성하고 있는 GS풍력발전의 상황도 비슷하다. GS영양풍력발전사업은 2010년 10월부터 2014년 5월, 영양무창풍력단지는 2014년 11월부터 2017년 1월 완료됐으나 영양제2풍력발전단지는 2016년 9월 사업을 시작해 2023년 8월 마무리될 예정이다. GS풍력발전 관계자는 “영양제2풍력발전단지의 인허가 기간만 5년으로 기존 사업들의 두 배 가까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전북 고창 한국해상풍력 실증센터에 전시된 두산에너빌리티의 해상풍력 터빈의 나셀. 주소현 기자

사업 기간이 지체되는 사이 국산 풍력발전기의 기술력은 뒤쳐지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010년 아시아 최초로 3㎿ 규모의 해상풍력발전기를 개발, 제주에서 국내 최초의 해상풍력발전단지인 탐라해상풍력에 참여했다. 이후 2019년 5.5㎿ 규모 해상풍력발전기 개발을 완료하고 현재 8㎿ 규모의 발전기를 실증 중이지만 해외의 경쟁 업체들은 이미 10~12㎿ 규모의 발전기를 상용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탓에 업계에서는 인허가 절차를 단순화하고 기간을 줄일 수 있는 풍력발전보급촉진법을 연내에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발전사업자가 개별적으로 입지발굴에서 주민수용성 확보 및 인허가 절차 등을 모두 수행해야 하는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정부가 각종 협의 및 인허가 등 풍력발전의 전과정을 지원하기 위해 필요한 행정절차를 규정하는 게 골자다.

지난해 5월 김원이 의원 등이 법안을 발의했으나 1년이 넘도록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법안소위에서도 풍력발전보급촉진법은 안건으로 올라가지 못했다. 법안소위 한 관계자는 “풍력발전보급촉진법으로 인허가 기간을 3년 정도로 단축할 수 있다”며 “2030년까지 풍력발전 설비를 16GW까지 늘리자는 목표의 10% 수준에 머무르고 있어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address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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