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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억대 낮춰 재계약하거나, 급급매 ‘줍줍’...현금부자만 움직인다
급락세가 부른 부동산시장 혼란
주택 거래 한달 새 20% 감소
가격하락도 3년7개월 만에 최대폭
시세하락에 가격 추가로 낮춰 계약도
20억 밑으로 떨어진 잠실 ‘엘리트’
급급매만 노린 자산가들 매수세 유입
기록적인 거래 절벽이 이어지면서 시장이 매수자 절대 우위 시장으로 재편되고 있다. 이에 이미 계약했던 금액에서 가격을 낮춰 재계약 하는 사례 마저 등장하고 있다. 가격 급락세가 나타나고 있는 송파구 잠실 일대에서는 급급매 만을 노리는 현금 자산가들의 움직임이 한층 두드러지고 있다. 2일 오전 서울 남산타워에서 바라본 서울도심 아파트 단지들의 모습. 박해묵 기자

주택시장이 연일 하락세를 이어가며 기록적인 거래 절벽이 이어지자 급매와 급급매 매물이 속출하고 있다. 이에 시장이 매수자 우위 구도로 재편되면서 아파트 매매 계약을 체결했던 매수자가 계약을 취소한 뒤 재계약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고, 강남권 대단지 사이에서는 이른바 ‘급급매’ 만을 노리는 현금 보유자들의 움직임이 한층 활발해지고 있다. 이같은 현상을 낳고 있는 주택 거래량은 지난달 기준으로 전달 대비 20% 이상 급락하며 시장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7월 주택 매매거래량은 모두 3만9600건으로 집계됐다. 전월(5만304건) 대비 21.3% 감소한 수치로, 전년 동월(8만8937건)과 비교하면 55.5% 감소했다. 수도권의 경우 1만6734건으로 전월 대비 22.9% 하락했고, 지방의 경우 2만2866건이 거래돼 전월 대비 20.0% 감소했다.

거래절벽 현상은 특히 서울에서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주택 거래량은 7월 한 달 동안 4858건에 그치며 전월 대비 26.6% 감소하며 최대 폭의 감소를 기록했다. 아파트 거래로 한정하는 경우에는 한 달 동안 단 1028건이 거래됐는데, 전월 대비 49%, 전년 동월 대비 77.9% 감소했다.

거래절벽 현상과 맞물리며 아파트 가격도 3년 7개월만에 최대폭의 하락을 기록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8월 다섯째주(29일 기준) 0.13% 하락했다. 2019년 1월 넷째주 0.14% 하락한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세다.

거래량과 가격이 역대 최대 낙폭을 기록하면서 부동산 시장에서는 이상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아파트 매매 계약을 취소한 뒤 가격을 낮춰 재계약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대치동 개포우성1차 전용면적 84.8㎡는 지난 5월 20일 32억3000만원에 거래됐다고 신고됐으나 두 달도 채 안 된 7월 3일 해제(취소)됐다. 동일 아파트는 일주일 뒤인 10일 31억원에 다시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대치동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처음 계약을 했다가 두 달쯤 뒤 가격을 낮춰 다시 거래됐던 물건”이라며 “매도자와 매수자가 조율해 계약서를 다시 쓴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해당 평형 아파트는 지난해 12월 31억8500만원에 거래된 이후 32억~33억원 선에서 시세가 형성돼 있는데 급매물의 경우 30억원대까지 조정 가능한 상황이라고 현지 중개업계는 전했다.

비슷한 사례는 적지 않다. 송파구 장지동 위례아이파크 전용 100.9㎡는 올해 3월 19억원에 거래됐으나 한 차례 취소 후 1억6000만원 낮은 17억4000만원에 다시 계약됐다. 현지 중개업소에 따르면 해당 거래는 지인 간 직거래로 이뤄졌지만 주변 시세가 내려가면서 가격을 추가로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아파트는 현재 17억원 선에서 매수할 수 있다.

동작구 본동 삼성래미안 전용 84.2㎡도 지난 3월 13억8000만원에 거래됐으나 지난달 취소됐고 1억2500만원 낮은 12억5500만원에 다시 거래됐다. 해당 아파트 시세는 KB부동산 하한가 기준 12억2000만원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이런 흐름은 통계에서도 엿보인다. 직방 분석 결과 서울 아파트의 경우 절반 이상이 직전 거래가격 대비 하락 거래로 체결됐는데 그중 절반은 하락률이 5%를 넘었다. 매도자가 매수자 요구에 따라 가격을 조정하는 패턴이 자리 잡았다는 분석이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계약 이후에는 매수자도 계약금을 포기하고 거래를 파기하기 어렵지만 전반적으로 매수세 자체가 형성되지 않은 분위기라 반드시 팔아야 할 이유가 있는 매도자가 어쩔 수 없이 추가 가격 조정을 수용하는 상황으로 그만큼 매도자가 더 급하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최근 수억 이상 호가가 떨어지며 유독 하락세가 심한 송파구 잠실동의 경우에는 이른바 ‘급급매’를 노린 자산가들의 매수세가 강해지고 있어 주목된다. 집을 반드시 팔아야 하는 매도자가 거래가 성사되지 않자 가격을 크게 낮추면서 빚어지는 현상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잠실 엘리트’로 불리는 서울 송파구 잠실엘스와 트리지움에 대해 8건의 토기거래허가가 이뤄졌다. 지난 달까지 합하면 두 단지에서만 20건에 달하는 토지거래허가가 이뤄졌는데, 직전달에 1~2건의 거래만 이뤄지던 것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증가한 수치다.

잠실엘스의 경우, 지난 5월 전용 59㎡가 19억5000만원에 거래되며 20억원 밑으로 떨어졌고, 지난 달에는 더 떨어진 17억원에 거래됐다. 전용 84㎡ 역시 지난달 22억5000만원에 거래되면서 지난해 10월 신고가(27억원) 대비 4억5000만원 이상 하락했는데, 최근에는 20억원보다 낮은 ‘초급매’가 시장에 나와 관심을 끌기도 했다.

엘리트 바로 옆 잠실동 레이크팰리스 역시 최근 토지거래허가 소식이 전해지자 주민들을 중심으로 “급급매가 나오니 매수자가 움직인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해당 단지는 전용 84㎡가 지난해 5월 22억2000만원에 거래된 이후 한동안 거래가 뜸했는데, 최근 20억원까지 급매 호가가 떨어지자 매수 희망자가 나온 것이다.

최근 이들 단지에 관심을 갖는 매수자들은 대부분 대출 금리에 영향을 받지 않는 현금 보유자로 알려졌다. 잠실동의 한 공인 대표는 “어차피 대출이 나오기 힘든 지역이다보니 매수자 대다수가 대출 없는 현금 구매를 하고 있다. 반면 소유주들은 가격을 더 낮춰야 하냐는 문의를 한다”라며 “최근에 엘스를 보고 간 다른 매수자 역시 전용 84㎡를 20억원대 초반에 구매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는데, 급급매가 나와 연락을 했더니 곧장 현금 구매하겠다고 답했었다”라고 전했다. 김은희·유오상 기자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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