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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우·폭염에 우는 ‘기후 취약계층’…피부체감 정책 필요 [잔인했던 여름, 그 후]
잦아지는 이상 기후, 대책은?
법 개정으로 보장 노력하나
현실적인 정책은 여전히 미미
“결국은 공공 인력 확충해야”
지난 12일 오후 서울 관악구 신림동 일대 반지하 창문 앞에 폭우로 침수된 물품들이 널브러져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빛나·박혜원 기자] 올여름은 ‘6월 열대야’와 ‘8월 장마’라는 예외적인 현상이 발생하는 날이 많았다. 갑작스러운 기후변화로 인한 충격은 취약층에 더 강했다. 폭염에 쓰러지는 고령층·노동자가 늘었고, 폭우가 삶을 앗아간 사람도 있었다.

기후변화에 따라 보호받아야 할 사람을 ‘기후변화 취약계층’이라고 부른다. 우리나라는 몇 년 전부터 각종 법 개정을 통해 이들을 보호할 법적 근거를 만들고 있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3조는 2018년 개정되면서 재난의 범위가 확장됐다. 태풍 등 기존 재난 상황에 ‘폭염, 한파, 그 밖에 준하는 자연 현상’으로 넓어졌다. 지난해 개정된 감염병 예방 및 관리 법률 제4조에는 정부와 지자체가 ‘기후변화, 저출산 고령화 등 인구 변동 요인에 따른 감염병 발생 조사 및 예방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독일 사업장안전보건기술지침(ASR) A3.5에 입각한 실내온도 허용치에 대한 단계식 모델. 섭씨 26도 이상으로 올라갈 때 보호설비 설치 등의 효과적인 조치를 시행해야 한다는 예시 규정을 하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 자료]

법적 제도가 마련된 배경에는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인간활동에 의해 온실가스 농도가 증가하면서 발생하는 기후변화에 따라 폭염, 호우, 폭설 등의 발생 빈도도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올해 폭염·폭우 상황에서 드러나듯이 사각지대는 여전하다. 해외는 우리나라와 상황이 다를까. 해외는 우리나라보다 좀 더 세부적인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 도쿄 가쓰시카구는 선제적인 지원으로 취약계층을 보호했다. 2011년 7월부터 9월까지 고령층, 장애 환자 등 2400명을 방문 조사해 그들의 건강상태 등을 살폈다. 그 결과, 해당 자치구에서는 그해 여름 열사병 긴급호송 건수가 20% 이상 감소했다.

독일에서는 사용자가 기온에 따라 노동자의 근무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지난해 한국노동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독일은 사업장 안전보건 시행령 안에 있는 ‘사업장에 대한 기술적 규칙’으로 근로자의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사업장 온도가 섭씨 35도 이상일 때 보호 조치가 없다면 ‘근로 부적합’으로 규정하고 있어 에어샤워·에어컨 등 장치를 설치하고, 작업장 온도를 낮추기 위해 사업주가 조치를 취해야 한다. 다만 사용자가 온도 조절을 위해 취할 수 있는 대책을 예시로 규정할 뿐 어떤 조치를 취할지는 사용자가 결정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이상 기후 발생 횟수가 잦아지는 만큼 관련 요구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4일 기후위기 극복을 목표로 하는 시민사회·환경단체 등의 연대조직인 ‘9월 기후정의행동’은 9월 중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기후재난에 대한 개선 등을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와 행진을 하겠다고 예고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 취약계층을 돌보는 공공인력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권우현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단기적으로 재난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며 “그러려면 결국 공공인력을 늘려야 한다. 지금은 기존에 다른 업무를 하던 공무원들이 재난 상황에 투입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binna@heraldcorp.com
k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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