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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병기 연예톡톡] 요즘 관객은 ‘예민’하다…영화보는 방식의 변화
‘공조 2: 인터내셔날‘.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 코로나19로 가장 큰 타격을 받았던 대중문화시장은 극장이었다. 정상 매출의 70~80%가 감소했던 시절도 있었다. 지난 4월 말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극장도 여름특수를 노리며 재기의 꿈을 키울 수 있었다. 지난 5월 이미 범죄액션물 ‘범죄도시2’(현재 1269만명 동원)가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영화 관계자들의 기대심리는 더욱 커졌다. 개봉을 미뤘던 대작들이 올여름 특수를 기대하며 줄줄이 개봉됐다.

그 뒤를 이어 줄줄이 나온 여름대작들은 성공했을까? 기대를 모았던 작품들이 예상외로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극장가는 다시 긴장과 불안 속으로 들어갔다.

톰 크루즈가 주연과 제작을 맡은 외화 ‘탑건: 매버릭’이 798만명을 동원해 올여름 최고의 흥행을 보여주고 있고 김한민 감독의 ‘한산: 용의 출현’이 개봉 33일째인 8월 28일 누적 관객 수 700만명을 돌파, 손익분기점(600만명)을 넘겨 올여름 국내 블록버스터시장의 선두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액션과 판타지, SF가 섞여 있는 최동훈 감독의 ‘외계+인’ 1부와 항공재난영화 ‘비상선언’은 지난 26일 기준 153만명과 203만명을 각각 동원하는 데에 그쳐 둘 다 손익분기점에 도달하기에는 벅찬 상황이다.

‘한산: 용의 출현’.

‘암살’ ‘도둑들’ ‘타짜’ ‘범죄의 재구성’을 연출한 최동훈 감독이라는 이름값과 류준열, 김우빈, 김태리, 소지섭, 염정아, 조우진, 김의성, 이하늬 등 출연진의 화려한 면면을 고려한다면 재앙 수준의 성적이다.

‘비상선언’도 송강호, 이병헌, 전도연, 김남길 등 톱스타가 대거 투입됐지만 비행기 테러위기를 풀어나가는 사투가 신파적이고 진부하다는 평을 들었다.

이정재의 감독 데뷔작 ‘헌트’는 작품이 탄탄하다는 입소문으로 8월 29일 현재 376만명의 관객을 동원하고 있다. 이정재와 30년 절친 정우성은 어떻게 해야 대중에게 소구되는지를 너무 잘 알고 있다. 두 사람은 오랜 연기 경험으로 대중영화로서의 셀링포인트를 잘 파악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공동경비구역 JSA의 코미디 버전’인 영화 ‘육사오’는 박스오피스 1위를 하며 차트 역주행을 시작했다. 아직 관객 수는 52만명이지만 ‘육사오’의 제작비가 50억원이고 손익분기점이 160만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승산은 충분히 있다. 코믹판타지물인 ‘육사오’가 선사하는 남북 병사들이 벌이는 2시간 소동극은 훌쩍 지나간다.

‘비상선언’.

헐리우드 영화 ‘놉’과 ‘불릿 트레인’도 맥을 못 추고 있다. 코미디언이자 뛰어난 영화감독 조던 필이 연출, 제작, 각본까지 맡은 미스터리공포물 ‘놉’은 좋은 평가에도 36만명에 그치고 있다. 브래드 피트가 주연을 맡은 영화 ‘불릿 트레인’은 액션과 코미디가 섞여 있는 19금(禁)으로, 아직 11만명 동원에 그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추석에 맞춰 개봉하는 영화들도 조심스럽다. 9월 7일 개봉하는 ‘공조 2: 인터내셔날‘이 기대를 모으고 있을 뿐 기대작들이 쉽게 보이지 않는다. 액션코믹영화 ‘공조 2’는 시즌 1이 718만 관객을 동원한 데다 미국에서 날아온 FBI 소속 ‘잭’(다니엘 헤니 분)을 투입해 ‘남북공조’에서 ‘삼각공조’로 바꿔 차별화에도 성공했다. 그래서인지 이석훈 감독은 초반 뉴욕 액션신에 공을 많이 들였다고 했다.

올여름의 영화시장을 분석하면 향후 영화 제작과 배급 전략이 어느 정도 그려진다. 기대작들이 줄줄히 흥행에 참패한 이유는 무엇일까? 영화의 완성도를 운운하기 전에 영화 소비의 환경이 바뀌었다는 점이 우선 거론돼야 한다.

여름시장에서 의외로 ‘1천만 영화’가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은 전체 영화 파이가 작아졌음도 의미한다. 이제 한꺼번에 영화가 쏟아져 나와서는 서로 손해다. 그래서 배급시기도 신중과 전략을 요한다.

영화 소비자들은 코로나19를 보내면서 OTT로 영화를 보는 게 습관이 됐다. 극장 개봉 후 얼마 지나지 않아도 OTT에서도 볼 수 있다. 이 같은 학습화는 앞으로도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

거기에 주말 영화티켓이 1만5000원으로 크게 인상돼 아무 생각 없이 극장을 찾는 사람이 크게 줄어들었다. 연인과 데이트로 영화를 보고 밥 한 번 먹는 데 10만원이 있어야 한다면 큰 부담이다.

그러니 이용자들의 영화관람평과 팁을 꼼꼼하게 챙길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작정하고 극장에 간다. 그만큼 관객들이 예민해졌다. 조금만 부정적인 반응과 이슈만 온라인에서 제기돼도 관객의 영화 선택은 바뀔 수 있다. 최근 특정 영화에 대해 비방과 악평을 계속 남기는 식의 ‘역바이럴’이 존재한다는 얘기는 그만큼 영화 소비자가 예민해져 있음을 이용하는 사례로 보인다.

‘탑건: 매버릭’.

결국 영화 제작자는 영화 소비자의 영화 보는 방식의 변화를 따라가야 한다. 예민해진 관객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우선 극장에서 꼭 봐야 하는 이유를 설득시킬 수 있어야 한다. ‘탑건: 매버릭’과 ‘한산’은 극장에서 꼭 봐야 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탑건’에서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을 하듯 전투기들이 협곡을 낮게 비행하는 장면에서는 스릴을 느낄 수 있다.

‘한산’에서 이순신 장군이 좁고 긴 해협 견내량에서 매복해 있던 와키자카가 이끄는 왜군을 한산도 근해로 유인해 학익진을 펼치며 섬멸하는 스펙터클은 장쾌하고 통쾌하며 카타르시스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두 영화는 영화관 체험의 이점(利點)이 분명히 있다. TV나 PC에서 봐도 무방하다면 관객의 선택을 받기 힘들다.

또 하나, 많은 제작비와 스타들을 대거 투입해 비빔밥을 만들어 뻔하거나 재미 없게 되지 않게 하라는 것이다. 차라리 재기발랄한 독립영화를 디벨롭해 기존 영화 제작 관행의 타성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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