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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장재 없는 대통령 추석선물, 약속 지켜질까?[지구, 뭐래?]
풍성한 한가위, 쓰레기만 없어라

[헤럴드경제 = 김상수 기자] 추석(秋夕)이 다가오고 있다. 음력 팔월 보름. 오곡이 익어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한 가을 저녁을 보낼 수 있는 으뜸 명절이다.

안타깝지만 풍성한 건 음식만이 아니다. 추석을 거치며 쏟아지는 쓰레기도 풍성(?)하기만 하다. 대표적인 게 명절 선물의 각종 포장쓰레기다.

헤럴드경제는 지난 대선에서 그린피스와 공동으로 친환경 실천 공약 질의응답을 진행, 당시 윤석열 대선후보로부터 “대통령 명절 선물 포장에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겠다”는 약속을 받았었다. 윤 대통령의 올해 추석 선물에선 과연 포장재가 사라질까?

지난 29일 서울 한 대형 마트. 명절 때마다 선물세트의 과대 포장 논란이 일지만 올해 추석선물에도 눈에 띄는 변화는 좀처럼 찾을 수 없었다. 플라스틱 트레이와 뚜껑으로 개별 포장한 곶감세트나 과일 한 알마다 스티로폼으로 감싼 선물세트, 300g씩 나눠 개별 포장을 더한 쌀 선물 등 올해 추석에도 어김없이 선물포장재는 풍성(?)했다.

지난 29일 서울 한 대형 마트 내에 하나마다 개별 포장된 곶감을 비롯해 다양한 선물세트가 포장재에 쌓여 판매되고 있다. 김상수 기자

유의미한 변화도 없진 않다. 대표적인 게 플라스틱 캔뚜껑. 통상 ‘스팸’으로 알려진 통조림햄의 플라스틱 뚜껑은 오랜 기간 국내 환경 관련단체의 비판이 일었던 포장재다. ‘뚜껑 반납 어텍’ 등 지속적인 개선 요구가 일었고, 실제 업체들도 점차 플라스틱 뚜껑을 제거한 제품 비중을 늘리는 추세다.

올해 추석선물세트도 상당수 제품에서 플라스틱 뚜껑이 없었다. 여전히 뚜껑이 부착된 제품도 눈에 띄었다. 리챔을 판매 중인 동원F&B 관계자는 “제품 공정을 변경해서 현재는 플라스틱 뚜껑이 없는 채로 생산되는데 뚜껑이 부착된 기존 제품 재고가 남아 있어 판매되는 것”이라며 “내년 추석 즈음 되면 대부분 판매 제품에 플라스틱 뚜껑이 없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판매 중인 추석선물세트 통조림 햄제품에서 플라스틱 뚜껑이 있는 제품과 없는 제품이 혼재돼 있다. 김상수 기자

플라스틱 뚜껑의 소멸은 변화 가능성을 엿본 하나의 사례다. 말 그대로 하나의 사례일 뿐 아직 갈 길은 멀다. 물론 규제가 없는 것도 아니다. 환경부는 지난 28일 추석 명절을 앞두고 과대 포장을 집중 단속한다고 밝혔다. 과대 포장 기준은 ▷포장공간비율 ▷포장횟수 등으로 나뉜다. 포장공간비율이 최소 10% 이하(의류 등)에서 최대 35% 이하(전자제품류)를 충족해야 하고, 포장횟수가 의류를 제외하면 모두 2차 이내이어야 한다.

포장공간비율은 전체 제품 대비 포장공간이 차지하는 비율을 말하는데 이는 주로 실제 제품보다 포장된 제품이 더 많거나 크게 보이는 걸 방지하기 위한 기준으로 활용된다.

포장쓰레기와 좀 더 직접적인 기준은 포장횟수인데 2차 이내란 조건에 예외 조항들이 있다. ▷제품의 낱개 포장은 포장횟수에 제외 ▷받침접시를 포장횟수에서 제외 ▷종합제품에서 단위제품의 포장횟수는 제외 등이다. 낱개 포장을 제외하고, 받침접시를 제외하고, 개별 제품이 아닌 세트 포장만 횟수 규정을 받으니 현재 판매 중인 선물세트들은 대부분 과대 포장에 걸리지 않는다.

[환경부]

대안은 없을까?

규제 사각지대를 개선해야 하지만 이것만으론 한계가 있다. 업계의 판매 전략은 늘 규제를 뛰어넘기 마련이다. 규제를 개선하더라도 결국 또 사각지대는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통조림 햄 플라스틱 뚜껑의 변화도 규제 개선에 따른 결과가 아니었다. 결국 중요한 건 문화와 인식이다.

명절선물은 꼭 필요할까? 근본적인 해결책은 이 같은 의문에서 시작될 수 있다. 가장 효과적인 건 불필요한 선물은 사지 않는 것.

만약 사야한다면 반드시 겹겹의 포장에 쌓인 선물세트를 사야 할까? 비단 쓰레기 차원만도 아니다. 경제성도 중요하다. 실제 시중에 판매 중(정상가 9만원, 카드 할인가 6만원)인 가공식품 선물세트(통조림, 식용유 등)의 개별 구매가 합을 따져봤다. 온라인 최저가가 아닌 자사 쇼핑몰 판매가를 기준으로 계산했다. 총 4만4638원이 나왔다. 할인 판매가와 비교해도 1만5000원가량이 포장값인 셈이다.

반드시 명절선물을 사야 한다면 세트가 아닌 개별 제품을 사는 게 포장 쓰레기도 줄이고 돈도 아낄 수 있다. 게다가 업체가 결정한 품목들이 아닌 꼭 선물하고픈 아이템만 고를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알맹상점 인스타그램]

그래도 포장이 마음에 걸린다면? 한 가지 대안이 있다. 제로웨이스트샵 알맹상점은 최근 ‘보자기 위크숍’을 개최했다. 집에서 안 쓰는 보자기를 활용해 선물을 포장하는 법을 공유하는 자리다. 집에 보자기가 없다면 시중에서 저렴하게 판매하는 면보자기를 사용할 수도 있다. 버려지는 포장재와 달리 면 보자기는 주방 등에서 유용하게 쓰일 또 하나의 선물이 된다.

대통령의 제로웨이스트 추석 선물

윤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헤럴드경제와 그린피스가 공동 진행한 대선후보 친환경 실천 공약 질의응답에서 “명절선물이나 청와대 기념품 등에서 포장재가 없거나 최소화한 물품을 마련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대통령은 명절 때마다 사회 각계각층에 선물을 보낸다. 올해 추석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의 명절선물은 번번이 초미의 관심사다. 어떤 품목이 포함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올해 추석엔 품목뿐 아니라 포장재를 최소화한 ‘제로웨이스트 실천’으로도 관심이 쏠리길 기대한다. 공약 이행 차원에서다.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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