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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기나 암살배후는 우크라”...확전 불지피는 러
FSB, 우크라 비밀요원 소행 규정
43세 여성 나탈랴 보우크 지목
“한 달간 두기나 생활 패턴 조사
암살사건 후 에스토니아로 도주”
푸틴 “비열하고 잔혹한 범죄 행위”
두긴 “전쟁승리로 복수 이상 갈망”
親푸틴 언론인들, 보복 공격 목청
우크라 “러 내부 노선싸움의 결과”
22일(현지시간) 모스크바 시내 브류소프 거리에서 러시아 시민들이 지난 20일 발생한 차량 폭발 사고로 사망한 러시아 극우 사상가 알렉산드르 두긴의 딸 다리야 두기나(30)를 추모하며 사진 앞에 촛불을 켜고 있다. ‘푸틴의 철학자’로 불리는 두긴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 침공의 사상적 배경을 제공한 극우 사상가다. [타스]

‘푸틴의 철학자’로 불리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하는 데 사상적 밑바탕을 제공한 극우 사상가의 친딸이 차량 폭발로 숨진 사고에 대해 러시아 정보당국이 우크라이나 비밀요원의 소행이라고 규정하고 나섰다.

우크라이나 측은 이번 일이 자신들과 관련 없는 일이라 즉각 선을 긋고 나선 가운데, 러시아 내부에선 친(親) 크렘린궁 성향 언론인들을 중심으로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대한 보복 공격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푸틴 대통령도 직접 강한 어조로 비난 대열에 합류하면서 개전 우크라이나 전쟁 6개월이 되는 날이자 우크라이나의 31주년 독립기념일인 오는 24일을 전후로 러시아가 전세를 뒤집기 위한 대규모 공격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러시아가 곧 우크라이나의 민간 기반시설과 정부 시설을 타격할 계획이라는 첩보를 입수했다고 미 정부 관리가 22일(현지시간) 밝혔다.

미 정부 관계자는 이날 로이터 통신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민간 인프라와 정부 시설을 며칠 내로 공격하기 위한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는 첩보가 있다”며 “우크라이나 민간인과 민간 시설이 러시아의 지속적인 공격 위협에 처해 있어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특히, 우크라이나 침공의 ‘기획자’로 불리는 알렉산드르 두긴의 딸이 차량 폭발 사고로 사망한 것이 이런 대규모 공격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로이터·타스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20일 모스크바에서 발생한 알렉산드르 두긴의 딸 다리야 두기나(30·여) 사망 사건 조사 결과 사건 용의자는 우크라이나 비밀요원인 나탈랴 보우크(43·여)라고 덧붙였다.

FSB는 용의자와 그의 10대 딸이 지난달 23일 러시아에 도착해 두기나와 같은 건물의 아파트를 임대한 뒤 한 달간 두기나의 생활 패턴을 조사했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사건 당일 두기나와 그녀의 아버지가 참석한 모스크바 외곽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한 뒤, 두기나의 차량 폭발 사고 후 러시아를 빠져나가 에스토니아로 도주했다고 FSB는 주장했다.

두기나가 사망한 이번 사건이 아버지인 두긴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두긴은 러시아 제국의 부활을 강조하고 우크라이나 침공의 명분이 된 ‘유라시아리즘(Eurasianism)’의 창시자다. 푸틴 대통령이 최근 소련의 붕괴를 ‘20세기 최대의 지정학적 재앙’이라 언급한 것도 두긴의 철학이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라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분석했다.

푸틴은 두기나의 가족에 보낸 조전을 통해 “비열하고 잔혹한 범죄가 진짜 러시아인의 마음을 지닌 밝고 재능 있는 다리야 두기나의 삶을 마감시켰다”고 말했다.

딸은 잃은 두긴은 “러시아의 적들에 대한 단순 복수 이상의 결과를 갈망한다”며 “내 딸이 제단에 바쳐진 만큼 우린 오직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승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 여론을 주도하는 친푸틴 언론인들은 일제히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공세 강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러 관영 러시아투데이(RT)의 마르가리타 시몬얀 편집장은 “우크라이나 키이우의 의사 결정 센터를 즉각 타격해야 한다”고 소셜미디어(SNS) 텔레그램을 통해 말했다. 유명 방송인인 티그란 케오사얀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집무실 위치를 언급하며 “키이우 반코바 거리에 왜 아직도 건물이 멀쩡한지 모르겠다”며 초토화 공격을 요구했다.

우크라이나는 두기나의 사망이 우크라이나와 관련이 없다고 강력 부인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보좌관은 SNS 트위터로 “러시아의 주장은 ‘허구의 세계(fictional world)’에나 있는 이야기”라며 “러시아 내부에서 벌어진 노선 싸움의 결과”라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국방정보부 대변인도 러 FSB가 두기나 살해범으로 지목한 자가 우크라이나 ‘아조우 연대’에 복무한 적이 있다는 러시아 관영 리아노보스티 통신의 보도를 부인했다.

에스토니아 역시 두기나 암살범이 자국으로 도주했다는 러시아 측의 주장에 발끈했다. 에스토니아 경찰과 국경수비대는 “러시아 측으로부터 공식적인 정보 공개 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 법적 절차에 따라 입국자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고 대응했다.

신동윤 기자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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