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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싱가포르 총리 “남성간 성관계 처벌 안 할 것”
연례 대국민 연설…英식민지 때 도입 형법 조항 폐지 계획
성소수자 단체 환영 속 종교 단체 “매우 유감스런 결정”비난
반발 감안해 전통적 결혼 정의에 대한 정부 지원 약속
실내 대부분서 마스크 착용 폐지ㆍ인재 유치 총력 계획
팬데믹탓 2년 지연 창이공항 제5여객터미널 건립 시동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가 21일(현지시간) 연례 대국민 연설에서 세계 최고의 공항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창이공항의 제5여객터미널(T5) 건립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팬데믹 탓에 2년간 지연됐던 프로젝트에 재시동을 건다는 것이다. 그는 인재가 국가 성공을 좌우한다며 유치를 위한 세부계획을 조만간 공개하겠다고도 했다. 80년 넘게 남성간 성관계를 금지했던 형법의 조항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리셴룽 총리실 홈페이지]

[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싱가포르는 남성간 성관계를 처벌하지 않을 것이라고 리셴룽 총리가 21일(현지시간) 밝혔다. 영국의 식민지 시절인 1938년 도입된 형법 377A조를 폐지하겠다는 계획이다.

싱가포르 일간 스트레이츠타임스·로이터 등에 따르면 리셴룽 총리는 이날 독립기념일 축제를 마무리하는 내셔널데이랠리 연설에서 “형법 377A조를 폐지할 것”이라며 “향후 법적 문제에서 판사들에 의해 이 법이 파기될 상당한 위험이 있으며 이를 무시하고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건 현명하지 못한 것”이라고 폐지 이유를 설명했다.

남성간 성관계를 금지한 형법 377A조를 위반하면 징역 2년형에 처해질 수 있다. 그러나 서로 합의하고 성관계를 한 남성에 대한 유죄판결은 수 십년 동안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가 21일(현지시간)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리셴룽 총리실 홈페이지]

리셴룽 총리는 “싱가포르 사회에서, 특히 젊은층은 게이(남성 동성애자)를 더 많이 받아들인다”며 “난 이게 옳은 일이며 대부분의 싱가포르인이 이제 받아들일 거라고 믿는다”고 했다.

리셴룽 총리로선 사실상 사문화한 조항을 없애 바뀐 시대상을 반영하자는 뜻을 공식화한 셈이다. 인도 대법원은 2018년 남성간 성관계를 금지한 법을 폐지했고, 태국은 최근 동성 결합 합법화 쪽으로 가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앞서 싱가포르 대법원은 지난 2월 이 조항이 시행되지 않고 있기에 동성 성관계를 한 남성을 기소하는 데 이 법을 활용할 수 없다고 판결한 바 있다. 이 조항이 정확히 언제 폐지될진 확실치 않다고 외신은 썼다.

성소수자(LGBTQ) 인권단체는 성명을 내 “이 법으로 가능해진 괴롭힘, 거부를 경험한 모든 이들에게 폐지는 치유의 과정을 시작할 수 있게 한다”고 반겼다.

그러나 무슬림·가톨릭·개신교 단체는 “폐지 결정은 아이들과 싱가포르의 미래 세대가 살아갈 문화에 큰 영향을 미칠 매우 유감스러운 결정”이라고 비난했다.

리셴룽 총리는 각계 반발을 감안한듯 남녀간의 전통적인 결혼에 대한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을 강조했다. 그는 “싱가포르는 결혼의 정의가 법원에서 헌법적으로 이의제기되지 않도록 보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리셴룽 총리는 이날 연설에서 글로벌 인재 유치 경쟁에서 싱가포르는 뒤쳐질 여유가 없다며 인재가 국가의 성공을 좌우하는 시대라고 강조, 인재를 끌어들이기 위한 정책의 세부사항을 곧 공개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팬데믹 시대의 모든 규제를 해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면서 코로나19 관련, 대부분의 실내에서 마스크를 착용토록 한 규칙을 폐지할 거라고 했다. 마스크는 대중교통과 병원, 요양원 등 의료시설에서만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세계 최고 공항으로 꼽히는 창이공항의 제5여객터미널(T5) 건설을 다시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팬데믹으로 2년 동안 공사가 중단된 것인데, 연간 약 5000만명의 승객을 소화하게 된다고 했다. 이는 T1과 T3을 합친 것보다 많은 수치다.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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