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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광우의 현장에서] 벼락거지 양산 ‘카푸어대출’, 책임은…

“아빠, 하차감이 중요하니까요.”

50대 A씨는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아들이 중고 BMW 차량을 사겠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 자산도 없고 소득도 빠듯한데 아무리 중고차라 해도 수입차를 살 수 있을지 염려하자 아들은 걱정 말라고 자신했다. 대출과 할부 프로그램 때문이었다. A씨는 “하차감이 뭐냐고 물으니 ‘차에서 내렸을 때 사람들의 시선’이란 답이 나왔다”며 한숨을 쉬었다. 외형을 중시하는 20·30대가 ‘카푸어’로 들어서는 경로다. 실제 집을 매매하거나 신용대출을 받을 때 ‘갚을 능력’을 꼼꼼히 보는 것과 달리 ‘할부금융’은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 7월부터 캐피털 등 자동차금융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을 받지만 자동차시장에선 고금리 할부 금융으로 이를 피해가고 있다.

중고차 매매단지엔 ‘2001년생 저신용자 전액 할부 4000만원에 여유 자금도 승인 완료’ 등 20·30대를 유혹하는 광고문구가 가득하다. 이처럼 저신용자에게 자동차 구매를 위한 할부와 대출에 나설 수 있는 것은 사실상 편법을 이용했기 때문이다. 중고차업체는 대개 중고차 대출이 차량 시세의 최대 100%까지 가능한 걸 이용해 매매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명세를 조작해 대출금을 부풀린다. 금융사가 연식·주행거리 등을 통해 산출한 값보다 낮은 가격의 차량을 판매한 후 최대한도의 대출금을 신청하고 한도가 남는 경우 여유 자금으로 제공한다. 이들은 이를 ‘특별 승인’이라고 칭하지만 그저 ‘꼼수’다.

대형 중고차 매매단지에 있는 캐피털업체 등 자동차금융사도 이를 사실상 눈감아주고 있다. 자동차를 담보로 고금리 이자까지 받으니 마다 할 이유가 없다. 한 중고차 딜러는 “저신용자 중고차 대출은 사실상 금융사와 중고차업체의 담합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한 캐피털업계 관계자도 “확실한 담보가 있고 고이율의 이자를 받기 때문에 결국 이익이 되는 구조”라고 말했다.

결국 중고차업체와 캐피털업계가 ‘좋은 차를 타고 싶다’는 20·30대의 욕구를 교묘히 이용해 대출과 할부로 주머니를 털어가고 있는 셈이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6개 카드사(신한·KB국민·우리·삼성·하나·롯데카드)의 올해 1분기 말 자동차 할부금융 자산은 10조1769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9조7664억원보다도 4105억원이 늘었다.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1년에 조 단위의 증가가 예상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개인의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경제적 부담이 커지는 것은 스스로 감내할 몫이다. 그러나 ‘능력이 부족해도 가질 수 있다’고 광고하며 편법으로 이득을 취하는 자동차금융시장의 시스템은 책임이 없는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가계대출이 큰 폭으로 늘면서 금융 당국은 꾸준히 ‘갚을 수 있는 만큼 빌리라’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중고차 대출이나 할부금융이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면 이 역시 제도권이 손을 뻗어 강화해야만 한다. 청년층 ‘카푸어’를 개인 책임으로만 몰고 가기엔 제도권의 허점이 너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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