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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정재, 감독 데뷔작 ‘헌트’는 어떻게 호평을 받게 됐을까?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지난 10일 개봉한 첩보액션영화 ‘헌트’는 배우 이정재의 감독 데뷔작이다. 일반적으로 배우의 감독 데뷔작이라 하면 기대치가 낮다.

제75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정됐을 때만 해도 일반 관객들은 잘 몰랐다. 하지만 막상 개봉을 하자 기자·평론가의 평가와 관람객 평점, 박스오피스 모두 좋다.

초짜 감독이라는 느낌이 안 들 정도로 내공이 느껴진다. 이정재라는 배우를 다시 한번 더 생각하게 했다. 1980년대 대한민국의 역사적 사실에서 대립하는 두 캐릭터를 끄집어내 처음부터 끝까지 팽팽한 긴장감과 긴박감을 유지하면서 묘한 상상력까지 자극한다. 게다가 이정재와 정우성을 비롯한 배우들의 좋은 연기도 호평에 한몫한다.

‘헌트’는 1980년대 안기부 조직내 숨어든 북한 간첩 ‘동림’을 색출하려는 안기부 해외팀 차장 박평호(이정재)와 국내팀 차장 김정도(정우성)의 이야기를 그린다. 스파이를 통해 일급 기밀사항들이 유출되어 위기를 맞게 되면서 둘은 날 선 대립을 보이고, 스파이를 찾아내지 못하면 자신들이 스파이로 지목될 상황이어서 시태는 더욱 긴박하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결국 서로 감춰진 실체에 다가서게 된다. 그런 가운데 5.18 민주화운동, 북한 공군장교 이웅평 월남 사건, 아웅산 테러 사건 등 1980년대 민감하면서 굵직굵직한 역사적 사건들을 영화속에 녹여내 극에 역사성을 부여한다.

-평가가 좋다.

▶저와 정우성 씨, 두 사람이 같이 한다는 걸 좋게 봐주시고, 이후 함께 한다고 관심까지 보내주시는 것 같다. 감사하다.

-‘헌트’를 7년 전에 처음 만났다고 했다. 직접 각본을 쓰고 연출까지 했는데 부담은 없었나?

▶제 손으로 쓴다는 건 엄두가 안났다. 처음 원작 ‘남산’을 보고 나는 제작할 생각으로 영화 판권을 샀다. 이후 시나리오를 쓸 작가와 감독을 열심히 찾았지만, 쉽지 않았다. 그러는 과정에서 제가 맡았지만, 제가 과연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중간에 너무 어려워 포기도 수차례 했고, 자료를 찾고 더블, 트리플 체크 과정에서, 관련된 뉴스의 인물을 상황에 잘 녹여낸다면 흥미롭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료를 찾으면서 제 자신이 기댈 곳을 찾았다.

예를 들면, 안기부내에서 어떤 사안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일했는지를 알기 위해 자료를 찾고 남산, 일본지부에서 일한 사람들과 교민들을 만나 인터뷰를 했고, LA 뉴욕 워싱턴 순방지에서 시위를 강렬하게 하는 뉴스나 사진을 보고 잘 사용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헌트’는 영화니까 두 인물의 목적이 정의로운가를 중요시했다. 정의로움을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했다.

-초고에서 많이 수정됐고, 칸에 갔다와서도 수정을 했다고 들었다.

▶원작의 판권 구매후 주제부터 고쳤다. 상당 부분 이야기를 수정해야 했다. 고쳐줄 감독이 나서지 않아 내가 4년동안 작품을 각색했다. 많은 인물이 새로 등장했고, 텐션도 높였다. 원톱 주연인 원작을 투톱으로 바꾸고, 허성태 역은 원래는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 해외팀 에이스 방주경(전혜진)도 원래는 한두신이었지만 설정이 바뀌었다.

-이정재 감독이 원하는 주제는 어떤 것인가.

▶양극화로 나눠지면서 분쟁하는 모습은 아주 어렸을때 보고 잘 보지 못한 현상이다. 누가 이렇게 양극화로 만들었을까? 가치관과 신념이 어떤 누구에 의해 생성된 게 아닐까? 이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왜 화합하지 못할까 라는 주제를 가지고, 이념적 성격, 강한 군인, 북한 인물 등을 설정하게 됐다.

이념적으로 치열했던 시대에 정보를 공유하지 않고 가공, 재생산한 때는 1980년대가 가장 심했다. 원래 80년대 설정이었는대 현대로 바꾸자고 했다가 과거 뉴스를 보고 80년대로 다시 돌아갔다.

-아웅산 사건 등 민감한 소재가 나온다.

▶부담이 됐다. 고민을 많이 했다. 당시 사건들을 사실적으로 재구성하기 보다는 두 인물의 대립에 초점을 맞추려고 했다. 실제 역사 사건을 재현하고 싶지는 않았다. 큰 사건들이고 많은 희생자분들이 생겼고, 지금도 유가족들을 생각한다면 재현은 안될 일이다. 장소도 태국으로 바꿨다. 행사장에서 참여한 인사들이 폭발 지점의 버스안에서 안전하게 피해가는 장면이 필요했다. 버스를 타고 사건지옥을 빠져나가는 건 실제 사건과는 다르다.

-내부 사람들이 서로 의심하면서 액션이 더욱 많아졌다.

▶나는 사실적 액션을 선호한다. 길게 싸우는 것 보다 상황이 펼쳐지면 격투건 총격이건 단번에 제압해야한다. 화려함을 보여주기 위해 상황을 진행시키지 않으려 했고, 임팩트 있게 액션을 하자는 원칙에는 무술감독도 동의했다.

-23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됐다. 연출에서 가장 신경쓴 부분은?

▶결국 주제다. 나머지 부분은 화려한 액션이건, 심리전이건 아이디어를 고민하면 되는 부분이다. 과연 주제가 엔딩까지 이어지고 고스란히 관객에게 전달될까가 관건이다. 그래서 시나리오 완성도를 높이는데 시간과 노력을 쏟았다.

시대극, 액션은 제작비가 필요하고 입봉감독에게 허락되지 않는 요소다. 배우를 하며 많은 제작비를 들여 영화를 만들었는데 회수가 안되는 경우를 많이 봤다. 감독으로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절친’ 정우성과 1999년 영화 ‘태양은 없다’ 이후 23년 만에 한 작품에서 만났다. 이제 두 사람은 완숙미를 풍긴다.

▶우성 씨가 3번 거절했다. 나에게 연출만 해도 쉽지 않은데, 두 사람이 나오는 영화에 대한 기대감은 또 어떻게 충족시켜줄 거냐고 했다. 시나리오가 미흡해도 친하니까 수락했다는 소리를 듣고싶지 않았다.우리는 절대 그렇게 일하지 않는다. 거절해도 마음 상할 일은 없다. 각자 작품을 바라보는 눈이 다를 수 있다.

우성은 시나리오안에서 호흡한다는 믿음이 있다. 하모니에 의해 극이 더 풍부해졌다. 우성은 경험치가 많고 능력이 있어 우리의 호흡으로 그런 걸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우성과 함께 출연해 보기 좋다는 반응이 그동안 힘들었던 작업에 대한 위로가 된다.

-배우 경험이 감독을 하는데 도움이 됐나.

▶내 대사에서 느낄 수 있는 의미와 뉘앙스를 복합적으로 하고싶었다. 한 신에서 보여지는 감정이 단선적이었는데, 복합적 느낌을 주는 시도를 했다. 오랫동안의 나의 연기 스타일이자 방식이다. 한 신의 정보와 감정을 섞는 작업이 이어졌다.

-감독을 꿈꾸는 배우에게 하고싶은 말은

▶“나도 하는데, 이제 당신 차례야”다. 어릴때 연기자가 무슨 제작, 연출이야라는 말도 했다. 이제는 멀티 시대다. 용기를 내 뭔가 하는 사람에게 응원해주는 게 영화계에 확산됐으면 한다.

-어느덧 데뷔 30년차 배우다.

▶오래 했더니 좋았던 경험과 실패 경험을 후배나 동료에게 해줘야 할 때가 됐다. 어떤 길로 가는게 좋은지, 시행착오 안할 수 있는 걸 말해야 되는 세대가 됐다. ‘오징어 게임’으로 해외에서도 작업하면서, 외국에는 무엇이 중요하고, 어떤 걸 선호하는지 등 정보와 경험을 많은 분들과 공유하려고 한다. 그런 내용이 그분들의 작업에 반영돼 시장에서 큰 성과가 있길 바라고, 더 좋은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많은 분들과 소통하겠다.

-차기 연출작은

▶차기작은 연기다. 연출은 두번은 못하겠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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