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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시동 건 납품대금 연동제, 기업 상생모델 만들어야

대·중소기업 하청거래의 오랜 화두인 ‘납품대금 연동제’에 시동이 걸렸다. 중소벤처기업부가 11일 납품단가 연동제 TF 회의를 열고 9월부터 시범운영을 확정한 것이다.

중기부는 오는 12일부터 26일까지 시범 운영에 참여할 기업을 모집하고 이달 말쯤 30곳 정도를 선정해 다음달 초 협약식을 한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하이닉스, 포스코 등 대기업 여러 곳이 이미 참여 의사를 표시했다. 이들은 수탁·위탁거래 계약을 할 때 납품대금이 연동되는 물품명과 주요 원재료, 가격 기준지표, 조정 요건, 조정 주기, 연동 계산방법 등이 기재된 ‘특별약정서’를 작성해야 한다. 이를 기준으로 일정기간마다 주요 원재료 가격의 변동률을 확인하고, 변동률이 조정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연동 산식에 의해 납품대금을 조정하게 된다. 중기부는 우선 6개월간 시범 운영하고 참여 기업들의 의견을 수렴해 개선 보완된 표준약정서를 만들기로 했다.

납품대금 연동제는 하청 중소기업들의 숙원이다. 시도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시도 자체는 벌써 15년 전인 2008년이다. 하지만 갖가지 이유로 법제화되지 못했다. 지난 2011년 ‘납품단가조정협의제’가 만들어졌지만 유명무실했다. 협의만 의무일 뿐, 시행은 자율이니 제대로 될 리 만무했다. 이 제도를 통해 납품대금을 올려 달라고 해본 기업은 4%에 불과하고 그나마 실제 반영된 곳은 그중 절반도 안 된다. 심지어 그런 제도 자체를 알지도 못하는 중소기업이 대부분이다. 괜히 미운 털이 박혀 불이익을 당할지 모른다는 우려도 한몫했다. ‘그림의 떡’이었던 셈이다.

물론 납품가격 연동제에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가격이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는 시장원리에 반하는 것도 사실이다. 원자재 비용이 올라도 실제 제품의 판매가격에 곧바로 연동시키는 건 불가능하다. ‘선한 목적’이 꼭 ‘착한 결과’로 나타난다는 보장도 없다. 이 제도가 가격 메커니즘을 왜곡시켜 결국 근로자와 소비자는 물론 중소기업까지 피해를 보게 만들고 국가적 경제성장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자료도 있다.

그럼에도 기업 수로는 0.3%에 불과한 대기업이 전체 영업이익의 57%를 가져가는 상황에서 “납품대금이라도 현실을 반영해 달라”는 중소기업들의 목소리를 외면해선 안 된다. 기업의 99%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근로자는 전체의 87%에 달한다.

결국 해법을 찾아야 한다. 그 수많은 상생의 길 중 하나가 납품단가 연동제다. 중소기업의 몰락으로 산업의 뿌리가 병드는 것 역시 국가의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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