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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 바로보기] 코로나 그 이후, 응 일본? 아 일본!

이달 초 일본을 방문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3년 만이다. PCR(유전자증폭)검사에다 비자까지 받아야 해 번거롭긴 했지만 국제공항의 이용객이 적어 통관시간은 30분이 채 안 걸렸다.

코로나 방역관리를 위한 일본의 ‘MySOS’앱은 잘 작동됐다. 이 앱에 국적, 해외 체류이력, 백신접종 현황 등 개인정보를 사전 입력하면 공항에서 통제 없이 곧바로 입국 수속을 할 수 있다. 외국인이 사용하기도 어렵지 않다. 일본의 낙후된 디지털행정 시스템이 많이 개선된 것 같다.

하지만 놀라움은 거기까지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여전한 일본 사회의 본 모습은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가미코치(上高地), 다테야마(立山) 등 여름휴양지로 알려진 산악지역을 일주일간 둘러봤다. ‘일본 알프스’나 세계문화유산 ‘시라카와고’에도 외국인 관광객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대신 휴가철을 맞은 내국인들로 북적였다. 관광지 호텔이나 식당가에서 일하는 고령자들은 예전보다 훨씬 더 많았다. 간사이공항에서도 출입국업무를 지원하는 고령자들이 눈에 띄었다. 고베시의 유료 도로에서도 70대 노인이 현금으로 통행료를 받았다.

아날로그 중심 ‘일본식’ 스타일은 3년 전 그대로였다. 일왕이 이용해서 유명해진 ‘다테야먀 국제호텔’은 체크인을 할 때 종이 장부에 적힌 예약자를 확인한 뒤 예스러운 객실 열쇠를 내주었다. 가미코치에 가기 전 머물었던 ‘호텔 다카야마 아소시아리조트’에서는 온천을 하다가 깜짝 놀라기도 했다. 새벽 6시쯤 노천 온천탕에 들어가 있었는데 중년 여성 청소원이 아무렇지 않은 듯 불쑥 들어와 탕 안을 정리하고 나갔다.

체감물가는 한·일이 역전된 듯하다. 일주일간 승용차로 1500km를 달리며 여러 지방 주유소를 이용했다. 기름값은 우리나라보다 저렴했다. 리터 당 가격(도야마시, 셀프 기준)은 휘발유 164엔(약 1580원), 경유 139엔(1340원) 정도다. 숙박비와 식비도 비싸지 않았다. 온천탕이 붙어 있고, 꽤 좋은 아침과 저녁 코스요리가 제공되는 유명 호텔을 1인당 2만엔(2인 1실 기준) 선에 이용했다. 경기 침체가 이어지고, 이용객이 예전보다 줄어들어 10~20년 전보다 가격이 떨어졌다고 한다.

고속도로 휴게소나 유명 식당의 음식값은 가성비가 좋았다. 유명 체인점 ‘이키나리’의 1200엔짜리 소고기스테이크는 양과 품질 모두 만족스러웠다. 귀국 전날 밤 이용한 ‘고베규’ 정식 역시 크게 부담스러운 가격은 아니었다. 일본 최고급으로 인정받는 고베산 소고기와 냉면, 생맥주 500cc 6잔(잔당 500엔)을 세 사람이 맛있게 먹었는데 총 가격은 1만8000엔. 글로벌 브랜드인 맥도널드 햄버거나 스타벅스 커피도 우리나라보다 가격이 싸다. 그 밖에도 여러 생필품과 서비스에서 한일 간 물가 역전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오랜만에 가 본 일본은 달라진 것이 없었다. 관광지는 물론 산촌에도 쓰레기 하나 없었다. 자동차를 마주치기 어려운 산중 도로 등 사회 인프라시설도 튼튼했다. ‘깨끗하고 안정된’ 일본은 흔들림이 없어 보였다.

그들은 코로나 사태와 디지털 전환기에도 ‘변화’보다 ‘안정’ 쪽을 택한 것 같다.

최인한 시사일본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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