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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병기 연예톡톡]‘나는 SOLO’를 과몰입하게 하는 삼각관계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멜로 드라마를 재밌게 만드는 장치중 하나는 삼각관계다. 데이팅 프로그램 ‘나는 SOLO’ 9기에서도 그런 양상이 나왔다. 차이는 드라마는 가짜, ‘나는 SOLO’는 진짜라는 점이다.

로맨스물이나 데이팅 리얼리티는 여성의 서사가 매우 중요하다. 멜로물의 고전인 ‘파리의 연인’에서 평범한 여성 강태영(감정은)에게 재벌 2세 한기주(박신양)가 나타나는 건 태영의 심리변화를 여성시청자들이 따라가기 좋게 한다.

‘환승연애1’이 처음부터 과몰입하게 된 것은 보현이 전 남친 호민을 보기만 하면 눈물을 흘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혹독한 이별통을 앓는 보현에게 호민은 차갑게 굴었고, 이후 보현에게 멋있는 남자 민재가 나타났다. 멜로 서사의 완성이다. 시즌2에서는 해은이 6년 4개월을 사귀다 헤어진 전남친 규민과 감정이 정리되지 않고 처음부터 계속 순수함이 느껴지는 눈물을 흘리는 것도 감정을 이입하게 한다.

‘나는 솔로’에서는 옥순과 영숙이 한 남자 광수를 동시에 좋아하게 됐다. 정신과 의사 광수는 최종선택 전날밤까지도 애매한 태도를 보여, 두 여성의 전투력을 급상승하게 했다.

이들간의 ‘2대1 데이트’는 옥순와 영숙의 남자 쟁탈전 같다. 이렇게 된 데에는 광수의 ‘희망고문’이 크게 작용했다. 광수는 “징크스 때문”이라며 최종 선택할 여자가 누군지 밝히지 않고 있다고 했지만, 상대방의 상황도 생각해줘야 한다.

이 정도까지 왔으면, 광수는 적어도 자신에게 직진하는 옥순과 영숙 두 여자 중 한 명은 포기하게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두 여성이 무슨 죄를 지은 것도 아니고.

광수는 10일 방송된 옥순과의 ‘1:1 대화의 시간’에는 “ 너랑 있을 때가 제일 설렜던 것 같아”라고 했다. 그러다 영숙 앞에서는 “생각해 봤는데 너랑 있을 때가 가장 즐거웠어”라고 옥순과 비슷한 패턴으로 말했다. 그리고는 두 여자 모두에게 “내일 최선의 선택을 할 거야. 그런 선택을 존중해야겠지?”라고 복붙 멘트를 덧붙였다.

두 여자는 화가 나거나 불안해졌다. 옥순은 “제가 솔직했던 걸 볼모로 잡고 절 쥐고 흔드는 느낌. 확신이건 거절이건 뭔가 답을 줘야지, 자기 패를 안까잖아? 에둘러 말하는 사람 싫어하는데. 간보는 식의 피드백 준 건 실망스럽다”라며 대노했고, 광수 말만 하면 울컥해지는 영숙은 “(광수의 선택이)내가 아닌 것 같다”며 오열했다.

때로는 옥순과 영숙의 아빠의 심정으로 감정이입해 보는 나 같은 사람은 이 장면이 결코 즐겁지 않다. 무슨 도 닦는 소리도 아니고 애매모호와 알쏭달쏭으로 일관하는 광수가 괘씸해진다.

물론 광수가 결국 “너 때문에 참 많이 울었다”며 끝내 주저앉으며 오열하는 모습에서 의자왕으로서 누리는 게 아니라, 힘든 시간을 보내왔음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쉬는 시간마다 끊임 없이 옥순과 영숙 옆을 오가며 바람처럼 가벼운 광수의 어장관리 또한 너무 빤히 보인다.

그럼에도 광수는 시청률 상승의 일등공신이다.(10일 평균 시청률 3.8%, 최고 시청률 4.6%) 광수 덕분에 여성의 속마음을 리얼하게 따라갈 수 있는 촬영분량을 건졌다. 제작진은 더 나아가 최대치를 뽑아냈다. 여성들의 전투 모드뿐 아니라 영숙과 옥순이 서로 같은 처지로서 동정하는 대화까지 카메라에 담아 여적여(여자의 적은 여자)가 아니라 여성간의 연대 가능성도 보여준다.

이들의 연애는 드라마를 찍거나,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을 하는 듯한 느낌이 들면서도 결혼은 현실이라고 생각해보면 이해 못할 바도 아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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