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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OPEC+, 증산 되레 ‘급브레이크’
9월 하루 10만배럴만 증산 계획
7·8월 증산량의 15%에 불과
“바이든에 정치적 모욕 안긴 것”

국제유가 안정을 위해 원유 증산을 요청했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플러스)에게 완전히 무시당했다. 9월 원유 증산량을 7·8월 증산량의 15%에 불과한 하루 10만배럴로 되레 증산 속도를 크게 줄이면서다.

인권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음에도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을 받은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는 OPEC+의 이번 조치로 또다시 정치적으로 큰 상처를 입게 된 모양새다.

OPEC+는 3일(현지시간) 정례 회의 후 낸 성명에서 9월 원유 증산량을 하루 10만배럴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7·8월 증산량인 하루 64만8000배럴과 비교하면 눈에 띄게 적은 수준이다.

이번 OPEC+ 회의는 사우디를 직접 방문한 바이든 대통령이 2018년 반(反) 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 등 인권 문제를 이유로 국제사회에서 ‘왕따(pariah)’시키겠다 공언했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를 만난 후 처음 열린 회의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지난달 바이든 대통령 방문 직후 현재 사우디는 증산 여력이 없는 상태라고 일찌감치 선을 그었다.

전문가들은 이번 일이 바이든 대통령의 중동 외교가 실패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목소리로 평가했다.

라드 알카디리 유라시아그룹 상무는 “(하루 10만배럴 증산은) 의미가 없을 정도로 적은 것”이라며 “물리적으로는 너무 미미한 양이고, 정치적으로는 바이든에게 모욕을 안긴 수준”이라고 말했다.

미국 외환중개업체 오안다(OANDA)의 선임 애널리스트인 에드워드 모야는 AFP 통신에 “현재 국제 에너지 위기에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 수준의 증산량이다. 경기 침체 우려에도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며 “바이든 행정부는 이에 만족하지 못할 것이고, 이는 사우디와 관계 개선에도 장애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회의에 앞서 OPEC+ 장관급 감시위원회(JMMC)는 경기 침체 우려 등을 이유로 하루 10만배럴 증산을 권고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추세가 세계 원유 수요에 미칠 영향을 고려했다는 것이 JMMC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OPEC+는 이날 정례 회의 후 “추가 생산 여력이 많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이를 매우 신중하게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신동윤 기자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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