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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만5세 입학’ 반발 전방위 확산, 정책결정 절차부터 잘못

윤석열 정부가 소통 없는 정책 추진으로 된서리를 맞고 있다. 지난달 29일 교육부 장관인 박순애 사회부총리가 윤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추진’을 골자로 한 학제개편안을 놓았다가 거센 후폭풍에 직면한 것이다.

‘5세 입학’에 대한 교육계와 학부모 반발은 그야말로 전방위적이다. 당장 40여 교육 관련 단체가 참여하는 ‘만 5세 초등학교 취학 저지 를 위한 범국민연대’가 긴급 결성돼 1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애초 450명가량이 참석할 것이라고 했지만 실제 현장에는 그 두 배 가까운 관계자가 모였을 정도로 열기가 대단했다고 한다. 온라인에서는 반대 서명운동이 진행되고, 2일부터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나서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교육 현장에서도 ‘5세 입학’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압도적이다. 한국교원총연합회(교총)가 전국 유치원 및 초·중·고교 교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가 그렇다. 응답자 1만662명 가운데 94.7%가 ‘반대’라고 답했다. 특히 89.1%는 ‘매우 반대’ 입장을 보였다. 그 이유는 너무도 자명하다. 아동의 정서 등 발달과 교육과정 난이도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 행간에는 사회적 논의는 고사하고 그 흔한 공청회 한 번만 거쳤어도 이런 무리한 정책 추진은 없었을 것이라는 분노 섞인 지적이 묻어난다. 진보-보수 양대 교원단체가 모두 반대하는 학제개편이라면 단추가 잘 못 끼워진 게 분명하다.

반발이 커지자 박 부총리는 시간을 갖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겠다며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다. 그러면서 “취학 연령 하향에 대한 다양한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도 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교육 수요자의 의견을 폭넓게 청취해 반영하라고 지시했다. 학제개편에 따른 갖가지 문제점이 제기되고 반발이 거세지자 정부가 한 발 물러나며 보완을 언급하고 있지만 이런 정도로 반발이 가라앉을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문제는 정책의 결정 과정이다. 5세 취학에 대한 논의는 윤 대통령의 대선공약이나 국정과제로 전혀 제시된 바 없다. 오죽하면 한 교육단체는 “이를 알았다면 대선 때 지지를 철회했을 것”이라고 했을 정도다. 더욱이 박 부총리의 뜬금없는 보고에 “신속하게 강구하라”는 윤 대통령의 지시도 이해할 수 없다. 취지가 아무리 좋아도 그 과정이 졸속이라면 그 결과는 뻔하다. 하물며 백년대계라는 교육정책은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급전직하 하는 것도 이 같은 설익은 정책 남발과 무관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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