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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팀장시각]사면의 정치학

사면(赦免)은 ‘고도의 통치행위’다. 사면은 국가원수가 범죄인에게 형벌권의 전부 또는 일부를 면제하거나 형벌로 상실된 자격을 회복시켜 주는 것으로, 사면 대상 범죄를 지정하는 일반사면과 범죄인을 특정하는 특별사면으로 나뉜다. 법무부가 대상 명단을 올리면 사면심사위원회를 개최해 이를 확정한다. 국회 동의도 필요없다. 국무회의 심의만 거치면 되는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다. 역대 정권은 3·1절이나 광복절, 성탄절 등을 계기로 사면을 단행해왔다.

윤석열 정부 첫 사면은 오는 8·15 광복절에 이뤄질 가능성인 아주 크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경수 전 경남지사 등 정치인들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다수의 경제인이 특사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민심을 추스르는 차원에서 생계형 민생사범 구제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치권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행사하는 첫 사면인 만큼 민생위기 극복과 국민 통합을 내세워 대규모 사면을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지난 2017년 12월 ‘서민 생계형 민생 사면’이라는 명목으로 첫 사면권을 행사했는데, 용산 참사 관련자 25명 등 6444명을 포함시켰다.

이 전 대통령의 사면 여부가 가장 큰 관심이다. 윤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부터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언급해온 점과 이 전 대통령이 고령이라는 점에서 유력하게 관측된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9일 출근길 문답에서 “과거 전례에 비추어 이십몇 년을 수감 생활하게 하는 건 안 맞지 않느냐”며 그에 대한 사면 의지를 드러낸 적도 있다. 이 전 대통령은 횡령과 뇌물 등 혐의로 징역 17년을 확정받고 복역하다 지난달 건강 문제로 형집행정지 결정을 받아 일시 석방된 상태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이 시행되면 구속된 전직 대통령 4명 모두 사면으로 풀려나는 기록이 남게 된다. 쿠데타와 광주민주화운동 진압, 천문학적 비자금 등의 죄로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17년, 2000억 원대의 추징금을 선고받았던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은 1997년 12월 김영삼 대통령과 김대중 당선인의 결단에 의해 전격 사면됐다. 국정농단 등 사건으로 구속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징역 22년이 선고됐지만 잔여 형기 17년3개월을 남기고 지난해 12월 사면 복권됐다.

야권에서 꾸준히 요구하고 있는 김경수 전 지사나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등도 이번 사면 대상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가 적지 않게 흘러나온다. ‘이 전 대통령 사면’의 바터(barter·물물교환)로 이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면이 하나를 주고 하나를 받는 ‘정치 행위’인 이유이기도 하다.

윤 대통령의 첫 사면은 하락세인 지지율과 연동돼 관심이다.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취임 후 처음으로 20%대를 기록한 여론조사 결과가 윤 대통령의 휴가(1~5일) 직전 나온 가운데 정국 타개용 ‘반전 카드’로 사면 구상이 구체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다만 공정과 상식, 법치주의를 국정 운영의 전면에 내세운 윤 대통령이 거물 정치인이나 기업인의 범죄에는 눈 감는 것 아니냐는 일부 비판은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mkk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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