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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비즈] 금융투자, 다시 근본으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 ‘빚투(빚내서 투자)’, 서학개미 운동, 동학개미 운동....

2020년 하반기 뉴스기사를 장식했던 키워드들이다. 당시 폭발적으로 증가한 주식·부동산·암호자산 투자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를 드러내는 신조어들이었다. 어떻게든 돈을 마련해서 투자하지 않으면 바보가 되는 시절이었다. 당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개인투자자의 주식투자를 위한 신용융자잔고는 지속적으로 증가했고, 특히 청년층(만 30세 미만)의 신용융자 증가율이 높게 나타나고 있었다. 이와 함께 개인투자자의 해외주식 투자잔고 및 파생상품 거래규모도 큰폭으로 증가했다. 신규 개설된 미성년자 주식 계좌는 사상 최대치를 갱신할 정도였다.

약 2년이 지난 2022년의 지면을 보면 빅스텝, 자이언트스텝, 울트라스텝, 스태그플레이션, 전쟁, 부동산 하락 등 180도 바뀐 분위기가 기사화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쟁이 장기화 되면서 세계 각국의 물가가 상승하고 이를 잡기 위해서 긴축, 금리 인상이 진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경기침체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시중에 유동성이 풍부했던 몇 년 전과는 상이하게 다른 상황이 전개 되고 있는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도 경제전망을 3.6%로 하향조정했고,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최근 “경기침체 위기가 증가하면서 내년에는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가 부도위기를 겪는 다른 나라와는 달리 우리나라는 아직까지는 큰 위기는 아니지만 물가상승 및 금리인상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 7월 13일 연 1.75%인 기준금리를 연 2.25%로 올리는 역사상 첫 빅스텝을 단행했다. 한국은행 총재는 인플레이션 경험이 없는 젊은 세대에게 높은 인플레이션을 언급하면서 향후 금리 인상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렇다 보니 영끌·빚투한 세대의 부담이 증가하고 있다. 최근 정부는 주식이나 가상자산에 투자했다 손실을 본 청년층의 부담 경감을 위해 도덕적 해이 등의 부작용이 있음에도 이자의 30~50%를 감면해 주는 특례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이러한 사후적 구제 정책과 함께 사전적 예방 정책이 병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전적 예방 정책으로 리스크 관리 및 금융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는 먼저 공짜 점심이 없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높은 기대 수익률에는 높은 위험이 따르기 마련이다. 대박을 위해 ‘몰빵’하는 투자 패턴을 지양해야 한다. 여유자금으로 투자를 결정해야 한다. 대출 등을 활용해 투자하는 경우 이자를 고려해야 하고, 현재 같이 주식가치가 급락할 경우 반대 매매로 인해 깡통 계좌가 될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해외 주식은 국내 주식에 비해 리스크가 높을 수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 해외 파생상품 등은 상품구조 등이 복잡한 고위험 상품임을 인식해야 하고 해외 직접 투자는 환율 리스크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 이러한 기본적인 리스크 관리에 대한 이해와 함께 금융시장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해 가장 효율적 방법 중에 하나가 금융교육이다.

금감원이 전 국민 대상으로 실시한 금융 이해력(Financial Literacy)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금융 이해력은 OECD평균을 상회하는 등 지속적으로 향상되고 있지만, 저소득층과 노년층 등 취약계층의 금융 이해력이 취약하고, 특히 청년들의 금융태도 부문이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 소비자는 합리적 선택을 위해 금융상품 및 금융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야 할 것이고, 정부도 금융교육 등을 통한 금융 소비자의 금융 이해력을 제고시키는 노력을 병행해 반복되는 영끌·빚투가 더는 발생하지 않는 합리적 투자 관행이 정착되기를 바란다.

이후록 법무법인 율촌 수석전문위원

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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