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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미 금리역전에 불안한 환율…물가까지 덮친 한은, 8월 빅스텝? 베이비스텝?
파월, 고물가 우려…긴축 기조 피력
금리역전 자체보다는 기간 짧아야
국내도 금리인상 불가피
한은, 8월에 베이비스텝 가능성 높아
유가, 가계부채 등 여러변수 살펴봐야
27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 연합뉴스

[헤럴드경제=서정은·김광우 기자] 미국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두 달 연속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를 한번에 0.75%포인트 인상하는 것)’을 단행하면서 한미 기준금리가 약 2년 반 만에 역전됐다. 이에 따라 당장 자본유출 가능성은 물론 원화가치 하락으로 인한 환율 상승이 소비자물가까지 연쇄적으로 파장을 일으킬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점에서 한국은행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 및 글로벌 공급망 붕괴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한미 기준금리까지 역전되면서 한국은행 역시 올 연말 3% 내외까지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한미 기준금리 역전은 이미 예상됐던 시나리오 인데다,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과 달리 가계부채 상황이 녹록치 않고,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인한 경기침체 가능성도 농후해 오는 8월 열리는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선 또 한 번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2년반만 금리 역전…환율 버티고, 금리역전 기간 단기에 그쳐야 혼란 없어 =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는 27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뒤 성명을 내고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한다고 밝혔다. 미 연준이 두 차례 연속 자이언트스텝을 밟으면서 미국 기준금리는 기존 1.50~1.75%에서 2.25~2.50% 수준으로 상승, 한국 기준금리(2.25%)를 역전하게 됐다. 2020년 2월 이후 약 2개월 반만에 금리가 역전됐다.

특히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별도 기자회견을 통해 “물가상승률이 너무 높다”며 “다음 위원회(9월) 회의에서도 큰 폭의 금리 인상이 적절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시사해 상당기간 한미 금리역전 현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금리 역전으로 인한 경제 여파다. 통상적으로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더 높은 수익률을 주는 미국 시장의 메리트가 커지는 만큼 한국 시장에서 자금을 뺄 가능성이 있다. 이는 다시 안전자산인 달러 선호를 일으켜 원/달러 환율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미 원/달러 환율은 1300원대로 재진입한 상태다.

박정수 서강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원화가 유로나 다른 나라 통화랑 비교했을 때, 평가절하가 더 많이 되는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금리역전 자체가 해외자본의 큰 유출을 가져오지는 않는다고 본다”면서도 “역전 폭이 50베이시스포인트(bp), 75bp 이런 식으로 벌어지게 된다면 금융시장에 위험한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원/달러 환율이 올라 수입물가에 영향을 줄 경우, 이는 결국 소비자물가로 전이된다. 소비자물가가 오를수록 인플레이션 압력은 더욱 커세질 수 밖에 없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7월 소비자동향조사결과에 따르면 7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6월 3.9%보다 0.8%포인트 오른 4.7%로 집계됐다. 기대인플레이션율 뿐 아니라 상승폭 또한 통계 작성 이후 사상 최고 및 최대치를 찍었다. 소비자들 또한 물가가 빠르게 오를 것으로 예상하는만큼 이를 잡기위해서라도 한은 또한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계속 가져갈 수밖에 없다.

다만 ‘금리역전→원/달러 급등→물가 상승’이라는 도식화된 여건 외에도 여러 변수를 고려해야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달러 유입이 얼마나 원활햐게 되는지도 중요한 문제인데, 만일 유가가 내려갈 경우 달러유출이 줄어들 수도 있지 않느냐”며 “(금리 역전, 환율 외에) 유가가 어떻게 흐르느냐, 세계 경기가 어떻게 되느냐 등 이런 변수들이 어떤 방향으로 가는지가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8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연합뉴스

▶관건은 폭, 베이비스텝 가능성 우세…가계부채 건드려선 안돼= 한미 기준금리 역전은 이미 예상했던 시나리오인만큼 한은 또한 당장 다음달 금통위에서 금리인상을 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관건은 기준금리 인상 폭이다.

아직까지는 한은이 또 한 번 ‘빅스텝’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물가를 잡기위해 기준금리를 가파르게 올리게 될 경우, 소비위축이 일어나 경기가 침체에 빠질 수 있어서다. 정부와 한은 또한 기준금리가 역전되더라도 외국인 자본이 급격하게 빠져나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는 상태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연준의 결정은 시장예상에 대체로 부합하는 수준”이라며 “오늘 새벽 국제 금융시장이 연준 결과를 무리없이 소화하면서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도 제한적일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또한 7월 금통위 이후 기자회견에서 “저희 예상대로 가면 25베이시스포인트(bp)로 점진적으로 가면서 상황을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 또한 연말까지 우리의 기준 금리가 3% 수준까지 꾸준히 오를 거라는 전망이 우세한 상태다.

이인호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자본유출이 일어날 경우 금융시장 전체가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있는 것이 가장 큰 우려 사항”이라면서도 “금리를 올려야한다는 일종의 강박관념이 또 가계부채 뇌관을 건드릴 수 있는만큼 이 부분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한국경제연구원이 ‘미국과 한국의 적정 기준금리 추정과 시사점’을 통해 추정한 올해 미국의 적정 기준금리는 3.12%다. 미국의 금리인상 기조로 한은이 이를 따라 올해 3.65%까지 올린다면 현 기준금리 2.25% 대비 최소 1.4%p 금리가 올라야 한다. 이렇게 될 경우 가계대출금리도 1.65%p 오르는데 금액 기준으로는 34조1000억원에 달하는 이자를 추가로 부담해야한다. 가구당 월 평균 24만원 이상을 추가로 감당해야 하므로 인상 폭을 최소화하되 환율 안정화 등 당국의 정책적 노력이 병행돼야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lu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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