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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타, ‘막내 형’의 매력과 마리아나 역사 [남국여행⑨]
마젤란 필리핀 戰死하기전 마리아나 정복
착한 사이판을 불청객들 ‘해적섬’이라 왜곡
로타, 사이판,티이안兄 보다 옛자취 간직
작은섬엔 산,고원,옷고江·폭포 수자원 풍부
포나포인트·스위밍홀·로타홀,인생샷포인트
시원한 송송전망대,1천그루 야자숲 데이트
로타 스위밍홀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사이판, 티니안, 로타 등 3개의 유인섬과 아그리한·파간·아순시온·파라욘데파하로스 등 10여개 무인도가 서태평양 남북 725㎞ 위에 띄워져 있는 북마리아나 제도는 괌이 마리아나 제도라는 이름 속에 묶이기를 꺼려하면서 그냥 ‘마리아나 제도’로 불린다.

북마리아나 제도 주민들 역시 괌과 한 행정구역에 묶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는데, 이유는 근세 이후 역사가 다르기 때문에 생긴 자연스런 어색함이다. 모두 정복자에 의해 달라진 역사이다.

▶마젤란, 필리핀서 전사하기전 무력 정복= 1521년 포르투갈(당시엔 스페인) 마젤란 원정대가 이곳 원주민을 무력 제압한다. 그들은 총을 들었다. 늘 그렇듯 회유와 물리적 압박이 동시에 행해졌음은 물론이다. 마젤란은 이후 총을 들고 이웃인 필리핀 세부에서 총 없는 원주민과 전투를 벌이다 세부의 영웅, 라푸라푸 장군 부대에 의해 전사했다.

로타의 대표마을 송송빌리지

원주민 입장에선 자신들을 지배하기 위해 찾아든 불청객이다. 그들의 지배가 수백년 이어졌기에 미화됐을 뿐.

손쉽게 원주민을 제압한 스페인 원정대는 건방지게도 이 섬들을 ‘해적들의 섬(라드로네스)’라고 칭하며 왜곡한다. 그로부터 140여년 후 선교사들이 당시 스페인의 섭정자인 합스부르크 왕가(신성로마제국의 주도세력 오스트리아)의 후안 데 마리아나(Mariana)를 추모한다면서 사이판,티니안,로타 등의 이름을 마리아나 제도로 통칭하게 된다.

수천년 멀쩡히 사람이 살면서 나름의 문명을 일군 곳에 침략하면서 신대륙 발견 운운하는 유럽의 원정대는 보통 무장군인+상인MD+종교인 3주체의 연합체였고 배후엔 결재권자 왕이 있었다. 자기네 왕이름을 멀쩡한 원주민 국가에 갖다 붙인 것이다. 신앙이 주는 선한 영향력에 대한 논의는 차치하고, 차모르 원주민이 가톨릭 신앙을 주입받은 것은 이때 부터였다.

미군이 심은 천그루야자숲 산책길

▶듬직한 막내 로타= 이들 중 괌은 1898년 미국-스페인 전쟁 이후 미국에게 양도됐고, 사이판·티니안·로타 등 마리아나 제도는 1899년 독일에 매각되었다가, 이후 일제 전범들의 식민지→유엔 신탁통치령→미국령의 과정을 밟는다.

섬 마다 각기 다른 문화를 갖는 것은 사실이지만, 사이판-티니안-로타 제도와 괌이 하나의 행정체체로 엮이지 못하는 것은 지난 120여년의 삶이 달랐기 때문이다.

로타(영어: Rota, 차모로어: Luta)는 물리적 거리에서 괌과 더 가까운데도 상대적으로 먼 티니안,사이판과 같은 행정,문화,경제 시스템을 갖는, 북마리아나 제도 유인섬 중 막내이다.

사이판(115㎢), 티니안(101㎢) 보다는 작은 면적(85㎢)이고, 인구에서는 사이판이 티니안의 15배 이상 되는 가운데, 로타는 티니안(약 3000명)보다 조금 작은 2500명 가량이다. 사이판과 티니안·로타의 이동이 제약을 받으면서 로타·티니안의 인구는 조금씩 줄어드는 상황이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쉽게 오가는 이동수단이 마련되지 않는 한, 마리아나 주 정부 입장에선 장기적으로 티니안·로타의 매력적인 관광자원을 사실상 잃게될 수도 있다.

원시림을 간직한 로타의 오프로드

‘고요의 섬’ 로타는 태평양전쟁때 다른 섬에 비해 비교적 온전하게 보존되면서 고대 이후 북마리아나제도 다운 모습, 원시림을 잘 간직한, ‘형 같은 막내’ 섬이다.

잘록한 형세의 중앙부를 경계로, 동부는 평탄하고 서부는 사바나 고원, 타이핑고트산 등으로 지대가 높고 굴곡이 있다. 사바나 고원에는 수질 좋은 지하수가 고여, 식수로 이용된다. 섬들은 보통 생활용수 민물이 부족해 물 걱정을 하는데, 로타에선 그런 걱정을 안한다. 로타섬 서부의 옷고폭포는 로타 최대의 강인 옷고강 상류에 있는 폭포이다. 폭포에는 민물 고기도 많이 서식한다. 초미니 매력덩어리 섬이다.

▶로타, 고대 이후 역사를 간직하다= 송송 빌리지와 그 전망대, 야생조류 보호구역 ‘버드 생추어리’는 로타 여행의 필수코스이고, 고대 마을 모콩(Mochong)에서는 마리아나 토착민 차모로족의 과거 생활상을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다. 수천 마리의 바닷새들이 서식하고 있는 이첸촌(I’Chenchon) 바다새 생추어리는 로타 만의 특별한 명소이다.

버트 생추어리

웨딩 케이크 산으로 알려진 타핀곳(Tapingot) 산도 반드시 방문해봐야 할 곳이다. 산 인근에 세워져 있는 오래된 독일 사원은 현재 산타 루르드(Santa Lourdes) 예배당으로 불린다.

산 프랑스 시스코 데 보르 성당은 송송 마을의 중심에 있는 섬 유일의 가톨릭 교회로, 전쟁 때 쓰이던 포탄피로 종을 만들어 이채롭다. 바다로 튀어나온 해안 절벽 포나포인트는 인생샷을 건지는 곳이다.

포나포인트

니베스 라테스톤 채석장(Nieves Latte Stone Quarry)은 마리아나 제도 내에서도 가장 큰 라테스톤 발굴지이다. 이곳에서는 거대한 라테스톤을 직접 만져볼 수 있다. 채취한 돌은 사이판과 티니안, 괌까지 카누로 운반됐다. 티니안 왕의 궁전 석재, 타가 스톤을 캔 고대 차모로족의 유적이다.

석회암 동굴 속에 로타 동굴 뮤지엄(Rota Cave Museum)이 있다. 고대 차모로 인이 사용하던 토기, 스페인 식 일상용품, 태평양 전쟁 무기 등 로타의 역사를 엿볼 수 있다. 일제 전범들의 병원으로 쓰였던 통가 동굴은 1990년대 현지인들의 태풍 보호소 기능을 했다.

▶로타에서 놀기 좋은 곳= 로타 섬에서는 ▷가장 인기 있는 산호 모래 해변 테테토 비치, ▷다채로운 열대어와 산호들이 살아가는 코랄 가든, ▷맑고 청아한 투명바다 스위밍 홀, ▷태평양을 시원하게 굽어보는 아스 맛모스(As Matmos) 절벽, ▷유명 다이빙 장소 센하논 동굴(로타 홀) 등 청정 해양생태의 건강성을 누린다.

스위밍홀은 북마리아나 판, 선녀와 나뭇꾼의 선녀탕이다.

로타 리조트 & 컨트리 클럽의 18홀 골프 코스는 끝 없는 바다 풍경과 작은 호수, 독특한 암석, 이국적인 새들이 살아가는 정글의 풍경 속에 전장 7093야드로 조성돼 있다.

잘 다듬어진 페어웨이와 거친 그린이 공존해 상급자 골퍼들에게 도전의식을 자극한다. 주지하다시피 ‘백돌이’들은 코스 난이도와는 무관하게 100타 안팎이 나올 때가 많으니, 오히려 매력적이겠다.

보트 낚시, 절벽 낚시로 인기다. 매년 한 번씩 로타 절벽 낚시 대회, 로타 낚시 대회가 열린다.

‘천그루 야자’는 태평양 전쟁 후 미군이 심은 야자 나무 1000그루가 부쩍 자라 볼거리를 제공한다. 야자들의 호위속에 호젓하게 산책하는 코스이다. 태풍에 일부가 쓰러져도, 새로운 자목들이 자라난다. 생물 성장환경이 좋은 청정 북마리아나제도에선 나무가 쓰러져도 쓰러진 채 자라는 경우를 흔히 본다.

로타섬 별이 빛나는 밤에

로타에도 부산, 인천처럼 송도(松島)가 있다. 소나무 섬 송도는 산호초 라군에 흩어져있는 작은 섬이다.

로타 여행을 마무리하고 미식을 흡입 한뒤 편안하게 맞는 청정 로타의 밤은 기가 막힌 은하수와 별밤을 제공한다. [취재 및 자료 도움: 마리아나 관광청]

■헤럴드경제 사이판-티니안-로타, 마리아나제도 탐방기 글 순서 ▶7월19일 ▷휴양 성지 사이판·티니안 여행 뭉클한 이유[남국여행①] ▷방탄소년단(BTS) 사이판 발자취 따라잡기[남국여행②] ▷티니안, 한국 후손들 유쾌하고, 맵게 사는 곳[남국여행③] ▷사이판, 세계적 석양 풍경..한낮엔 팔색조 바다[남국여행④] ▶7월22일 ▷사이판서 BTS처럼 놀고,페블비치처럼 골프[남국여행⑤] ▷찜닭·석양·물놀이 맛집, 사이판 월드리조트[남국여행⑥] ▷“하파다이~!” 북마리아나-한국 진한 우정 [남국여행⑦] ▷새섬·위령탑·그로토,北사이판 일곱빛깔 서정 [남국여행⑧] ▶7월26일 ▷북마리아나 역사,‘막내 형’ 로타의 매력 [남국여행⑨] ▷사이판-티니안-로타 다이빙 성지 7선 [남국여행⑩] ▷코로나가 바꾼것,사이판 레몬소주,산호..[남국여행⑪] ▷사이판 어디까지 가봤니? 호수,쇼핑,동굴,별밤[남국여행⑫끝]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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