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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방사성 폐기물 관리기술 확보 로드맵, 늦은 만큼 확실히

정부가 20일 방사성 폐기물 관리기술 연구·개발 장기 로드맵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2060년까지 1조4000억원을 들여 고준위 방폐물 안전관리에 필요한 운반과 저장, 부지, 처분 분야 요소기술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탈원전 정책 폐기 및 원자력산업 생태계 강화’를 선언한 정부다. 원전의 적극적 활용과 원전 생태계 경쟁력 강화, 원전의 수출산업화, 차세대 원전기술 확보를 국정 과제로 내세웠다. 출범하자마자 중단됐던 신한울원전 3·4호기 건설 재개를 발표하고 산업부에 원전수출전략추진단을 설립하는 등 행보도 발빠르다. 모든 원전정책의 마지막 퍼즐은 방사성 폐기물 처리다. 이로써 온전한 원전 생태계의 완성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놀라운 것은 고준위 방폐물 관리기술 확보를 위한 장기 로드맵 자체가 처음이란 점이다. 만시지탄이다. 늦어도 한참 늦었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정책으로 잠시 주춤했지만 부품부터 따지면 원전을 수출산업화한 게 벌써 30년 전이다. 이젠 한국형 원전도 개발했고 건설·운영권까지 따낼 정도의 수준까지 발전했다. 그런데도 고준위 방폐물 관리기술은 미국, 스웨덴, 핀란드 등에 한참 뒤처진다. 그나마 운반 분야는 84% 정도라지만 처분기술은 절반에 불과하다. 상황이 이러니 폐기물 처리 문제는 한국 원전의 가장 아픈 손가락이다. 현재의 기술로는 방사성 폐기물은 지하 깊숙이 묻어 영구 보관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지하 암반이면 더욱 좋다. 기술이 우선이지만 지역·지리적 문제가 크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방폐장 건설은 언제나 고난의 연속이었다. 원전 작업자들의 옷이나 장갑 등의 저준위 폐기물 관련시설 하나 만드는 데도 20여년이 걸렸다. 안면도 굴업도 등 방폐장 건설 대상지역에선 민란 수준의 저항을 불러왔다. 그나마 경주에 시설이 완성된 것이 2015년이다.

하지만 이제 더는 미룰 수도 없는 상황이다. 폐기물 보관용량이 턱밑까지 차 새로운 부지에 새 저장시설을 만들어야 한다. 원전을 더 건설하고 가동률을 높이기 위한 필수 전제조건이다. 심지어 유럽에선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을 확보해야 원전 건설을 허가할 정도다. 이른바 그린텍소노미다. 쓰레기소각장 없이는 도시를 건설하지 못한다는 것과 같은 논리다.

그동안 원전의 안전은 건설과 운전에 집중돼온 게 사실이다. 어쩔 수 없이 남게 되는 방사성 폐기물을 우리 기술로 안전하고 확실하게 처리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줘야 원전에 대한 저항과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로드맵이 늦은 만큼 확실하고 속도감 있게 추진돼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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