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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별의 탄생부터 소멸…외계행성 물 흔적까지 포착…우주 관측 새 시대 열다
근적외선카메라·중적외선 장비 활용
1150광년 떨어진 가스 행성서 물 흔적 발견
“웹 망원경, 전례 없는 대기 분석 능력 갖춰”
별 형성·진화 밝혀줄 용골자리 성운 사진도 공개
스테판의 오중주·은하단 등 풀컬러 사진 선보여
뉴욕 타임스퀘어 광장 시민들, 풀컬러 우주 사진 환호…휴대폰 촬영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은 이날 메릴랜드주(州) 고다드 우주센터에서 차세대 우주망원경 웹 망원경이 포착한 우주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은 ‘남쪽 고리 성운’, 소은하군 ‘스테판의 오중주’(Stephan's Quintet), 그리고 카리나 성운(용골자리 성운)이 품은 ‘우주 절벽’과 아기별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았다. 웹 망원경은 지난해 12월 우주로 발사됐고, 올해 2월 지구에서 약 160만㎞ 떨어진 ‘제2 라그랑주 점’(L2) 궤도에 안착했다. 사진은 용골자리 성운에 위치한 ‘우주 절벽’을 근적외선카메라(NIRCam)로 촬영한 모습. 용골자리 성운은 지구에서 약 7600광년 떨어져 있으며 밤하늘에서 가장 크고 밝은 성운 중 하나다. [NASA 제공]

[헤럴드경제=유혜정 기자] 별의 탄생과 소멸, 그리고 지구 밖 생명체를 찾는 단서가 될 외계행성 물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은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이하 웹 망원경)의 여러 사진이 세상에 공개됐다.

12일(현지시간)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은 이날 메릴랜드주(州) 고다드 우주센터에서 웹 망원경이 포착한 영롱한 보석 빛깔의 풀컬러 고해상도 우주 사진과 분광 분석 자료를 공식 발표했다.

웹 망원경은 작년 12월 우주로 발사됐고, 올해 2월 지구에서 약 160만㎞ 떨어진 ‘제2 라그랑주 점’(L2) 궤도에 안착했다. 이후 나사는 웹 망원경이 촬영한 사진 일부를 공개했지만, 정교한 처리 과정을 거쳐 풀컬러로 우주 깊은 곳의 이미지를 보여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류 역사상 가장 강력한 성능을 갖춘 우주망원경인 웹 망원경으로 우주 가장 깊은 곳의 디테일까지 선명하게 담아내는 데 성공하면서 우주 관측의 새 시대를 활짝 열었다.

이날 사진이 공개되면서 세간의 관심을 이끈 가운데, 미 뉴욕 타임스퀘어 전광판에도 웹 망원경이 촬영한 풀컬러 사진이 등장해 뉴욕 시민들이 놀라운 광경을 휴대폰 카메라로 담았다.

‘인류의 눈’ 웹 망원경은 근적외선카메라(NIRCam)와 중적외선 장비(MIRI)를 활용해 별의 요람과 무덤 등 베일에 가린 우주의 속살을 드러냈고 외계행성 대기까지 분석해내는 역량을 과시했다.

특히 이날 나사는 웹 망원경이 수천광년 이상 떨어진 행성에서 물의 흔적을 감지한 사실을 공개해 외계행성 존재를 찾는 데 중요한 단서를 던져줬다.

나사는 약 1150광년 떨어진 거대한 가스 행성 WASP-96 b의 분광 자료를 분석한 결과, 물의 흔적과 대기에서 수증기 형태의 물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분광은 행성의 빛 파장을 분석해 대기 구성 물질 등을 밝혀내는 작업이다.

웹 망원경은 WASP-96 b와 이 행성의 대기가 별 앞을 지나갈 때 발생하는 현상을 관측했고, 이 행성 대기에 수증기가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NASA는 “웹 망원경이 외계행성을 둘러싼 대기에서 구름, 연무와 함께 물의 뚜렷한 특징을 포착했다”며 “이는 웹 망원경이 전례 없는 대기 분석 능력을 갖추고 있음을 확인해준다”고 밝혔다.

WASP-96 b는 봉황자리에 위치한 거대 가스 행성으로, 질량은 목성의 절반 정도다. 2014년 발견된 이 행성은 3∼4일 공전 주기로 항성을 돈다.

빌 넬슨 NASA 국장은 “모든 이미지는 새로운 발견이다. 각각의 사진은 인류가 전에 본 적이 없는 우주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노벨상 수상자인 존 매더 NASA 선임 과학자는 “사진을 보면 볼수록 은하 어딘가에 생명체가 존재하고 있음을 확신하게 된다”고 말했다.

NASA는 이날 별들의 요람으로 알려진 용골자리 성운에 자리한 '우주 절벽'(Cosmic Cliffs)과 아기별들의 사진을 공개했다.

용골자리 성운은 지구에서 약 7600광년 떨어져 있으며 밤하늘에서 가장 크고 밝고 뜨거운 성운 중 하나다. 이 성운은 태양보다 몇 배나 더 큰 대형 별의 산실로 알려져 있다.

적외선 망원경인 웹 망원경은 관측을 방해하는 우주먼지와 가스를 뚫고 용골자리 성운 가장자리에 위치한 오렌지색 우주 절벽을 촬영했다.

지구의 바위투성이 산을 떼어내 옮겨놓은 듯한 이 우주 절벽은 기존에는 관측되지 않았던 곳이다. 가스와 먼지로 이뤄진 이 절벽의 가장 높은 봉우리는 무려 7광년에 달한다.

앰버 스트런 나사 커뮤니케이션 담당 부연구원은 용골자리 성운을 담은 사진에 대해 “웹 망원경으로 이 모습을 훨씬 더 자세하게 볼 수 있게 됐다”며 “이곳에서는 정말 많은 일이 일어난다. 정말 아름다운 광경”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 인간은 우주와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아기별의 강력한 자외선은 이 가스 절벽을 뚫고 나와 촘촘히 박힌 보석처럼 빛나는 장관을 연출했다. NASA는 웹 망원경이 별의 형성과 진화를 밝혀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웹 망원경은 죽어가는 별들이 있는 남쪽고리 성운도 응시했다.

생의 말기에 도달한 별의 마지막 모습과 우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이곳은 약 2500광년 떨어진 돛자리에서 죽어가는 별 주변으로 가스구름이 팽창하는 우주 공간이다.

‘8렬 행성’(Eight Burst Nebular)으로도 불리며, 성운의 지름이 약 0.5 광년에 달한다.

생의 막바지에 다다른 이 별은 마지막 힘을 다해 유언을 전달하듯 반지 모양의 화려하고 찬란한 빛을 내뿜는 모습으로 찍혔다.

NASA는 어두워지며 죽어가는 이 별이 내뿜는 가스와 우주먼지를 웹 망원경이 전례 없는 디테일을 담아 포착했다고 설명했다.

다음으로 공개된 우주의 신비는 춤추는 은하였다. 2억9000만 광년 밖 페가수스자리에 있는 5개 은하 ‘스테판의 오중주’(Stephan's Quintet)를 찍은 사진이다.

이 사진은 웹 망원경이 포착한 이미지 중 가장 크다. 1억5000만 화소를 자랑하는 1000개 그림 파일이 합쳐져 하나로 탄생했고, 촬영한 전체 이미지는 달 지름의 5분의 1을 덮을 정도다.

이 소은하군은 1877년 최초로 발견됐고, 은하 5개 중 네 개가 서로 중력으로 묶여 근접했다 멀어지기를 반복하고 있다.

제임스 웹 망원경이 스테판의 오중주를 근적외선카메라(NIRCam)와 중적외선 장비(MIRI)로 촬영한 사진. 사진은 1억5000만 화소를 자랑하는 1000개 그림 파일이 합쳐져 하나로 탄생했다. [NASA 제공]

NASA는 ‘스테판의 오중주’ 사진에 대해 은하들이 충돌하는 장면이라며 “중력 작용으로 은하들이 춤을 추면서 서로 끌어당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사진은 상호 작용을 통한 초기 은하의 진화 과정에 대해 새로운 통찰력을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에서는 은하들이 충돌할 때 일어나는 충격파까지 볼 수 있다. 이외에도 충돌로 일어난 가스와 먼지의 흔적도 찾아볼 수 있다.

아울러 5개 은하 중 하나인 NGC 7319에는 태양 질량의 2400만배에 달하는 거대 블랙홀이 자리 잡고 있어 은하의 충돌과 블랙홀의 상관관계를 규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NASA는 판단하고 있다.

앞서 NASA는 전날 백악관 미리보기 행사를 통해 태고의 빛을 담은 SMACS 0723 은하단 이미지도 공개했다.

이 은하단은 멀리 떨어진 천체의 빛을 확대해 휘게 하는 ‘중력 렌즈’ 역할을 한다. 사진에는 빅뱅 이후 8억 년 뒤인 130억 년 전에 만들어진 초기 우주 천체의 빛이 관측됐다.

과학계에선 웹 망원경이 우주의 탄생 및 진화와 외계 생명체 존재 여부를 규명하는 데 큰 진전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날 팸 멜로이 나사 부국장은 웹 망원경이 앞으로 20년 더 작동할 역량이 된다고 강조했다. 당초 웹 망원경 임무는 10년 간 진행될 예정이었다.

yooh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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