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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칼럼] 고금리의 교훈...그때를 아십니까

1979년 10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긴급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단번에 11.5%에서 15.5%로 올린다. 당시 미국은 1·2차 오일쇼크 여파로 스태그플레이션을 겪고 있었다. 줄도산과 대규모 실업이 이어졌다. 악화된 여론에 민주당 지미 카터 대통령은 재선에 실패한다. 레이건의 공화당 정부가 들어서지만 연준 의장이던 폴 볼커의 긴축은 계속된다. 1980년 기준금리는 21.5%까지 치솟는다. 1981년부터 물가가 잡히기 시작했지만 기준금리가 다시 한 자릿수로 돌아선 것은 1983년이다. 물가를 확실하게 잡기 위한 연준의 선택이었다. 이후 체력이 강해진 미국 경제는 빠르게 성장한다. 1982년 800선까지 깨졌던 다우존스지수는 그해 하반기 1000을 돌파한다. 1987년에는 2000까지 넘어선다.

1996년 우리나라 은행금리는 정기예금(3년 미만) 10%대, 가계대출 12%대(신규)였다. 1997년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금리가 급등한다. 1998년에는 가계대출금리가 16%, 기업대출금리가 17%를 넘을 정도가 된다. 당시엔 가계대출은 일반적이지 않았다. 고금리 충격은 기업에 집중됐다. 여파는 역시 줄도산과 대규모 실업이다. 코스피는 1998년 6월 277까지 추락한다. 1999년 들어 금리가 하락하며 2000년에는 한 자릿수로 내려선다. 코스피도 1000선을 회복하고 2005년에는 1994년의 전고점(1146)을 넘어선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극심해진 인플레이션과 이에 대응한 중앙은행의 긴축으로 스태그플레이션이 도래하고 있다.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이 계속되고, 중국과 인도를 통한 푸틴의 자원 판매가 계속되는 한 전쟁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 재선이 위태로워진 바이든 대통령의 초조함과 자산가격 하락에 강타당한 시장의 비명에 연준이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1970년대 중반 긴축을 잠시 중단했다 더 강력한 긴축을 초래했던 교훈을 연준이 잊었을 리 없다. 연준의 긴축도 상당기간 이어질 수밖에 없어 보인다. 미국의 강 달러 정책은 다른 나라들에는 심각한 위협이다. 최근 신흥국들에 경제위기 징후가 뚜렷하다. 원자재와 식량난에 대외 채무 부담까지 겹치면서다. 강 달러를 극복하려면 금리를 올려야 하는데 경제의 효율이 그만큼 높아져야 지탱이 가능하다.

볼커의 초긴축이 한창이던 때 미국에서는 401K가 준비된다. 경제적 고비를 성공적으로 넘어선 후에는 상당 기간 호황을 누릴 가능성이 크다. 강해진 경제에 가계의 노후자금이 투입되면서 미국 증시는 장기 대호황을 맞는다. 안정된 노후는 몰락한 제조업 강국 미국을 소비대국으로 탈바꿈시킨다.

우리나라도 1988년 국민연금제도가 도입된 지 11년 만인 1999년 전 국민 연금이 실시되고 기금운용본부도 설치된다. 고갈 우려도 있지만 이후 코스피가 2000을 넘어 3000까지 오르는 흐름에 국민연금이 운용되면서 누적 수익률은 비교지수를 웃돌고 있다.

경제가 어렵지만 미래 자산을 크게 불릴 기회일 수 있다. 12일부터 확정기여형(CD) 퇴직연금에 디폴트 옵션제도가 시행된다. 보완과 정착이 필요하지만 개인연금과 변액보험 등 가입해놓고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던 미래 자산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을 높일 계기가 됐으면 한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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