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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팀장시각] ‘집값 폭락론’ 믿을 만한가

“팔 사람 입장을 생각해보세요. 정말로 금리가 조금 오르는 게 무서워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씩 집값을 낮춰 내놓겠어요? 망하지 않는 한 그런 집주인이 있겠냐고요!”

최근 만난 한 부동산중개업자는 급매물 동향에 대한 질문을 듣더니 짜증부터 냈다. 서울 송파구에서 중개업소를 하는 그는 최근 언론 등에서 보도한 ‘수억원씩 집값이 떨어진다’는 뉴스에 대해 불만을 표현했다. 그는 최근 ‘강남권도 급락했다’는 사례로 최근 자주 등장하는 ‘잠실엘스 전용면적 84㎡’ 거래 사례를 들었다. 이 아파트는 작년 10월 27억원에 최고가에 팔린 후 올 6월 23억5000만원에 실거래 신고됐다. 8개월 만에 3억5000만원 하락했다. 그런데 작년 최고가에 팔린 건 5000가구가 넘는 대단지 내에서도 한강변에 있는 선호도가 가장 높은 동의 로열층(14층)이다. 이번에 팔린 건 단지 가운데 정도에 위치한 것이다. 크기는 같지만 단지에서도 가장 선호도가 높은 것과 그렇지 않은 걸 비교했다. 알다시피 아파트는 같은 단지, 같은 크기라도 조망권, 층, 향, 단지내 위치(역과 가까운지 등) 등에 가격차이가 수억원씩 나는 경우가 흔하다. 비교할 수 없는 걸 비교해 급락했다고 한 것인지 확인해 볼 일이다.

최근엔 ‘직거래’를 급락 사례로 소개하는 경우도 많다. 최근 실거래가 신고된 강남구 삼성동 S아파트 전용 84㎡가 대표적이다. 이 아파트는 20억1000만원에 매매된 것으로 신고 됐는데 직전 거래가(27억원)보다 6억9000만원 낮다. 확인해 보니 직거래였다. 인근 중개업소는 세금을 낮추기 위해 자식이나 친인척에서 싸게 팔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런 사례는 일부가 아니다. 보유세 부과기준일인 6월 1일 직전인 지난 5월 서울에서 거래된 전체 실거래 건의 13.5%는 직거래였다는 조사도 있다.

지금 주택시장에 역대급 거래 소강 상태인 건 사실이다. 올 상반기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는 작년 같은 기간의 30%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서울 아파트 월간 거래 건수는 7000여건으로, 2006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거래가 없으면 급매물이 늘어나는 건 사실이다. 그렇다고 틀린(혹은 특수한) 사실을 사례로 들면서 ‘집값 대폭락이 온다’같은 자극적인 제목으로 무주택자들을 호도하는 건 주의해야 한다.

사실 집값이 하락하고 있다는 건 현재까진 아직 정확한 정보도 아니다. 정부 시세 작성기관인 한국부동산원과 달리 대출 기준으로 삼는 KB국민은행 통계로는 주간이든, 월간이든 올 들어 아직 한 번도 서울 및 전국 아파트값이 마이너스를 기록하지 않았다(물론 세부 지역적으로 떨어진 곳이 있긴 하다). 대부분 집주인이 팔리지 않더라도 호가를 유지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폭락론을 믿는 사람이라면 정말 서울 강남 등 인기지역에 수억원씩 빠진 급매물이 쌓여 있는지 직접 확인해보길 바란다. 집값이 정말로 떨어진다면 비슷한 가격이 급매물이 쌓여 있을 것이다. 만약 ‘그런 매물은 없다’거나 ‘그건 특수한 경우’라는 답변을 들었다면 아직 시장이 그런 상황은 아니란 의미다. 중개업자들의 대답은 아마 대부분 이 정도가 아닐까 싶다. “규제 완화를 기대하며 집주인이든, 매수 희망자든 눈치만 보고 있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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