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물가상승률 5% 상회 가능성…정부 전망 빗나가
전문가들 “물가·성장, 두마리 토끼 잡다가 둘 다 놓친다”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4년 만에 6%를 넘긴 가운데 6일 오전 서울 농협 하나로 마트 양재점 직원이 야채코너 상품들을 진열하고 있다. 박해묵 기자 |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윤석열 정부가 고물가를 잡기 위한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쓰나미처럼 몰려오는 대내외 악재에 별다른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추경호 경제팀이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한지 한달도 안돼 물가 전망이 사실상 빗나가면서 경제팀이 시험대에 올라서게 됐다.
전문가들은 물가와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다가 둘 다 놓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물가와 성장이라는 상반된 목표에서 벗어나 선택과 집중을 통해 정책을 펼쳐야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6일 국내외 주요기관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1년 전보다 6.0% 올라 외환위기 이후 거의 24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함에 따라 올해 국내 연간 물가 상승률이 5%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올들어 6월말까지 누적 물가상승률은 4.7%로, 하반기에 전월 대비 물가가 계속 0.0%를 기록할 경우 연간 물가 상승률은 4.7%가 된다. 하지만 이럴 가능성은 거의 제로다. 당장 7월에 3~5% 오른 전기·가스요금이 반영되면 물가가 한단계 더 오르게 된다. 전통적으로 7~8월에는 폭염과 휴가철이 겹치며 물가 상승세가 확대되는 경향이 있다. 10월에는 또다시 전기료 등 일부 공공요금이 오른다. 이에 따라 일부에선 올 여름 물가가 7~8%에 달하고, 연간으론 5%를 상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추경호 경제팀은 지난달 16일 발표한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에서 올해 소비자물가가 연간 4.7%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 발표 한달도 안돼 물가 전망이 빗나가면서 새 정부 경제팀의 신뢰도에 상처를 입히고 있다. 게다가 경제정책 방향 발표에 앞서 유류세와 일부 농산품의 관세 인하 등을 포함한 물가안정 대책을 내놓았으나 가파르게 오르는 물가오름세에는 속수무책이었다.
이런 위기를 감지한 윤석열 대통령은 5일 국무회의에서 매주 비상경제 민생회의를 주재해 민생현안을 직접 챙기겠다고 공언했다. 출범 직후 물가 및 민생 안정을 최대 국정과제로 제시하고 총력을 펼쳤으나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오히려 서민들의 경제고통이 가중되자 다시 칼을 빼든 것이다.
앞서 윤 정부는 앞서 직후인 지난 5월말 ‘긴급 민생안정 10대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생활 안정, 생계비 부담 경감, 주거안정 등을 함께 담았지만 골자는 급격하게 높아진 물가 부담을 줄이는 것이었다.
생활·밥상물가 안정책으로 내놓은 돼지고기·식용유 등 가격 상승이 심각했던 7종에 대해서는 관세를 연말까지 0%로 낮추거나, 이미 낮춘 품목의 경우 이를 연말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축산 사료비 지원과 함께 유류세 인하폭을 종전 30%에서 37%로 높인데 이어 추가 인하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대내외 악재가 겹치면서 소비자들의 인플레 기대심리는 오히려 계속 높아지고 있다. 동시에 고물가의 타격을 심하게 받는 저소득층을 비롯한 취약계층에 대한 맞춤형 지원책도 취약하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가장 큰 경제불안 요인인 물가와 성장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으려 하다가는 둘 다 놓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플레 기대심리 확산에 따른 고물가 고착화 방지 목적의 금리 인상은 불가피하지만 통화정책의 과잉 대응에 따른 가계부채 경착륙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미국과의 금리 역전에 따른 외환시장 불안정성을 완화하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은 불가피하다”라며 “과도한 금리 인상은 가계의 구매력 고갈을 유발해 내수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인상 속도의 완급 조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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