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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개보조원 내보내고 현장 발품 줄이고…‘거래절벽’에 허리띠 조이는 공인중개사
유류비·전기세 인상에 차량이동도 부담
집값하락 매물잠김…직거래·증여도 늘어

# 서울에서 영업하는 공인중개사 박모 씨는 중개보조원을 내보내고 혼자서 운영 중이다. 반년 넘게 거래가 급감해 인건비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간혹 집 보여주는 와중에 혹시나 다른 손님이 올까 싶어 문도 안 닫고 다닌다. 오가며 사무실에 들르는 동네주민에게 믹스커피 한 잔 권하는 것도 부담스럽다.

# 수도권에서 영업하는 서모 공인중개사는 손님이 와도 여간해선 에어컨을 틀지 않는다. 손부채질을 할 때야 켠다. 전기료도 아껴야 하기 때문이다. 땅 보여주러 차로 손님 모시고 다니는 것도 부담스럽다. 손님이 둘러보기만 하고 거래하지 않으면 기름값은 허공에 날리는 셈이다.

주택거래가 멈춘 지 반년여가 경과하면서 고물가 이중 압박을 받는 공인중개사들의 허리띠 조이기가 극심하다. 동네사랑방 역할을 하던 부동산에서 커피 한 잔과 에어컨 바람을 쐬는 것도 사치가 돼가고 있다.

양도세 중과 한시 배제에 따른 거래량 증가를 기대했지만 오히려 중개사를 통하지 않는 증여가 늘어났다. 4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서울 아파트 증여 건수는 812건으로, 전월(525건) 대비 54.6% 증가했다. 올 들어 가장 많고, 지난해 7월(1286건) 이후 가장 많다. 전체 거래(3508건)에서 증여가 차지하는 비율은 23.1%에 달했다. 박 대표는 “집값이 하락세에서 벗어날 기미가 없으니 나라도 헐값에 파느니 자식에게 증여하는 편이 낫다고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여파로 거래절벽은 더 극심하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5월 전국 아파트 매매 건수(신고일자 기준)는 15만5987건으로 나타났다. 2006년 관련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이래 동기(1~5월) 기준 가장 적다. 연도별로 5월까지 아파트 매매량이 20만건을 밑돈 것은 올해와 2012년(19만4332건), 2019년(16만2961건) 등 세 차례에 불과하다. 특히 올해 매매 건수는 지난해(31만5153건)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장사’가 잘 안 되지만 문 닫는 공인중개업소는 생각보다 적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통계에 따르면 올해 5월까지 누적 5개월간 공인중개업소 폐업은 4157곳으로, 지난해 동기(4791곳) 대비 오히려 적다. 개업 역시 7640곳으로, 지난해 5개월(7922곳)보다 적어 개·폐업 모두 적다. 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공인중개업 특성상 인건비도 줄이려면 얼마든지 줄일 수 있고, 재료·설비 등 고정비도 없어서 개점휴업 상태로 버티려면 버틸 수 있다”며 “이미 지난해에 정리가 많이 됐기에 올해 들어 유의미한 변화가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달 30일 나온 규제지역 해제 여부에 희망을 품었던 공인중개사들이 예상에 못 미치는 결과에 실망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서 대표는 “하다못해 투기과열지구라도 해제되면 대출이 조금 늘어나니까 집 살 사람이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했다”면서 “장사 안 된다고 바로 접을 순 없지만 임계치를 넘으면 무더기로 폐업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민경 기자

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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