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2월 4일 베이징 동계 올림픽 개막식 참석 차 베이징을 찾아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만나고 있다. [AP]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6월 15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전화 통화할 때 시 주석의 러시아 방문을 요청했다고 일본 요미우리 신문이 4일 베이징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당시 시 주석의 69번째 생일을 맞아 축하 전화를 하면서 방러를 요청했지만, 시 주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처를 이유로 가까운 장래의 방문은 어렵다는 인식을 보였다고 한다.

만일 보도대로 시 주석이 푸틴 대통령의 방러 요청에 신중한 답변을 했다면, 밀월 관계이던 양국 정상 간에 약간의 온도 차가 생긴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푸틴 대통령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상황에도 지난 2월 4일 베이징 동계 올림픽 개막식 참석에 맞춰 베이징을 방문했다. 서방 등 외국 주요 정상들이 중국의 신장 위구르 인권 탄압을 이유로 베이징 동계 올림픽 개막식을 보이콧 하던 때였다. 당시 두 정상은 대면 회담을 하고 “양국간 협력에 제한은 없다”는 내용의 공동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이후 러시아는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했고, 서방 제재 등으로 국제사회에서 고립됐다.

국제사회에서 고립을 타파하려는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15일에 시 주석의 생일을 기회로, 우크라이나 침공 후 두 번째로 시 주석에게 전화 통화를 해 중국의 지지를 확인했다.

외교 의례상 이번에는 시 주석이 답방할 차례라고 요미우리는 지적했다.

하지만 시 주석은 올 가을 3연임을 결정하는 20차 중국 공산당 대회를 앞두고 국내 정치 뿐 아니라 대외 환경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자 할 것이란 분석이다.

시 주석으로선 굳이 러시아를 방문해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 이후 대(對)러 압박을 높이고 있는 미국과 유럽 등과 대립이 깊어지는 상황을 만들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시 주석은 코로나19 팬데믹이 확산된 2020년 1월 이후 외국을 나가지 않았다.

지난 7월1일 홍콩 반환 25주년 기념식 때 홍콩을 찾은 게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으로 중국 본토 밖을 나간 것이었다. 그는 홍콩에서 이틀 간의 일정을 소화해야 했는데도 숙박은 홍콩 인근 본토 선전에서 해결했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인 터라 감염 위험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