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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닥터 둠’ 루비니 교수의 재경고…“스태그플레이션 채무 위기 도래할 것”
“공급 주도 인플레, 스태그플레이션적 성격 띠어”
민간·공공 부채 수준 23년 새 200%→350% 증가
“높은 인플레 세계적 현상…글로벌 경기 침체 동시다발적 발생 가능”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해 ‘닥터 둠(Dr.Doom)’이라는 별명을 얻은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기고 전문 매체 프로젝트 신디케이트에 글을 기고해 세계가 스태그플레이션과 채무 위기가 결합된 복합적 경제적 위기를 직면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사진은 2018년 미 캘리포니아주(州) 베벌리힐스에서 열린 밀컨 컨퍼런스에 참석한 루비니 교수가 연설하고 있는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유혜정 기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적중해 ‘닥터 둠(Dr.Doom)’이라는 별명을 얻은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가 올해 세계 경제 위기가 찾아올 것이라며 글로벌 증시가 급락한다는 어두운 전망을 내놨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루비니 교수는 국제 기고 전문매체 ‘프로젝트 신디케이트(PS)’에 글을 내 스태그플레이션 (경기 불황 속 물가 상승)과 채무 위기가 결합한 복합적 경제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세계 경제에서 공급 측면의 요인이 큰 역할을 하게 됐다며 공급 주도의 인플레이션은 스태그플레이션적 성격을 띠고 있다고 짚었다.

루비니 교수는 이러한 특징이 통화정책을 조일 때 경착륙(경기 침체로 주가가 폭락하고 실업자가 급증하는 현상) 위험을 높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경착륙 가능성이 높아진 이후 중앙은행들이 긴축 정책을 중단하면 인플레이션이 지속해서 상승하거나 경제 과열 현상이 나타나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루비니 교수는 중앙은행들이 경착륙 신호에도 통화 긴축을 선호하는 매파적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하는 전문가들과 반대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경착륙이 임박하면 중앙은행은 결국에는 높은 인플레이션을 수용하고 받아들이게 될 것”이라며 “그들은 저금리 정책으로 축적돼 온 민간·공공 부채가 불러온 경기침체의 충격과 빚의 함정을 우려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루비니 교수는 경기 침체의 장기화와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을 지속 경고해왔다. 특히 팬데믹 장기화로 전 세계 경제가 암울했던 지난해에도 그는 높은 인플레이션이 불러올 경기 침체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그는 작년 12월 말 “2022년이 2021년 보다 경제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도 말했다.

루비니 교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율이 치솟자, 지난 2월에도 PS에 칼럼을 내 세계가 ‘지정학적 불황’에 접어들었다며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의지가 더 느려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인플레이션율 기대치가 고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전쟁으로 인한 공급망 충격은 성장률을 낮추고 인플레이션을 계속 높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달 초 미 경제가 2024년까지 경착륙할 확률이 60%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연준이 경제성장에만 집중하는 동시에 경착륙을 우려하게 된다면 금리 인상 속도가 느려져 결국 인플레이션이 통제 불능 상태에 다다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루비니 교수는 올해 경제적 위기가 2008년 금융위기와 다르다며 이때처럼 심각하지 않거나 경기침체가 약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에도 반대했다.

그는 이에 대한 근거로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에서 민간·공공 부채 수준이 1999년 200%에서 350%로 증가했다는 점을 들었다. 특히 부채 수준이 코로나19 이후 급격히 증가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빠른 속도로 통화정책을 정상화하거나 금리를 인상하게 되면 레버리지가 높은 기업, 금융 기관, 그리고 정부를 파산이나 채무 불이행으로 몰아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과 다른 양상을 띤다며 그 당시에는 부채 수준이 낮았기 때문에 대규모 부채 위기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늘날 높은 부채 수준과 공급망 충격을 미루어 봤을 때,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결합한 위기로 나아가고 있다고 경고했다.

더 나아가 높은 인플레이션율이 세계적인 현상이라는 점을 들며 대부분 국가의 중앙은행이 긴축정책을 택하고 있어 글로벌 경기 침체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도 우려했다.

루비니 교수는 “이러한 긴축정책은 이미 영향을 주고 있다”며 “공모·사모 펀드, 부동산, 밈 주식, 가상자산, 기업인수목적회사(SPAC), 채권·신용 상품을 포함한 모든 곳에서 거품이 줄어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주식 시장 폭락과 관련해 그는 전형적인 경기 침체에서 미국과 세계 증시가 약 35% 하락하는 경향이 있는데, 올해 경기 침체로는 50%까지 폭락할 수 있다는 전망을 하기도 했다.

루비니 교수는 “현재 상황에서 어떠한 반등도 매수 기회가 아닌 ‘데드캣 바운스(주식이 대폭 하락한 뒤 잠깐 상승하고 추가 하락이 이어지는 것)’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미국 500대 기업 주가를 반영하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전장보다 33.45포인트(0.88%) 떨어져 3,785.38에 거래를 마쳤다. 올 초 대비 20.6%나 곤두박질한 것이다.

yooh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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