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튀르키예(터키)-스웨덴-핀란드-나토 4자 대표단이 ‘중립국’인 스웨덴과 핀란드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지지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memorandum)에 서명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 마그달레나 안데르손 스웨덴 총리의 모습. [로이터]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튀르키예(터키)가 ‘중립국’ 스웨덴과 핀란드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반대한다던 기존 입장을 전격 철회하고 찬성으로 돌아섰다.

이로써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29~30일 이틀간 열릴 나토 정상회의를 통해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한 러시아에 강경하게 맞서겠다는 결의를 보여주려던 나토가 ‘적전분열’의 위기를 뚫고 단합을 과시할 수 있게 됐다.

이 같은 소식에 러시아도 즉각 스웨덴과 핀란드가 군사적 ‘장난(pranks)’을 치지 못하게 할 것이라며 강력 반발, 발트해 지역의 군사적 긴장 고조를 예고하고 나섰다.

28일(현지시간) 로이터·AFP·AP 통신 등에 따르면 나토 정상회의 하루 전 마드리드에서 머리를 맞댄 튀르키예, 스웨덴, 핀란드 3국 대표단은 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 가입을 지지한다는데 합의, 이같은 내용을 담은 ‘양해각서(memorandum)’에 서명했다.

이러한 결과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 마그달레나 안데르손 스웨덴 총리 등 각국 정상과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이 직접 참석한 담판을 통해 도출됐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나토가 그동안 견지해온 ‘개방 정책’의 역사적인 성공”이라며 “나토는 회원국 간의 어떤 차이든 한자리에 앉아 논의하며 공통점을 찾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강조했다.

주요 나토 회원국 정상들도 환영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잇달아 발표했다.

28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튀르키예(터키)-스웨덴-핀란드-나토 4자 대표단이 ‘중립국’인 스웨덴과 핀란드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지지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memorandum)에 서명했다. 기념 촬영 후 메블뤼트 차우쇼을루(앞줄 왼쪽) 튀르키예 외무장관과 안 린데(앞줄 오른쪽) 스웨덴 외무장관이 페카 하비스토(앞줄 가운데) 핀란드 외무장관을 사이에 두고 악수하고 있다. [로이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튀르키예, 스웨덴, 핀란드 3개국이 양해각서에 서명한 것을 축하한다”며 “나토 동맹의 집단 안보 체제를 강화할 중요 단계를 넘어섰다는 것은 정상회담의 서막을 장식하는 매우 좋은 소식”이라고 말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도 소셜미디어(SNS) 트위터를 통해 “나토 정상회의 시작 시점에 환상적인 소식이 들려왔다”며 “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 합류는 우리는 빛나는 동맹을 더 강하고 안전하게 만들 것”이라고 했다.

스웨덴·핀란드의 나토 가입 추진 과정에서 외교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며 가장 많은 것을 얻어낸 쪽이 튀르키예란 평가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튀르키예 대통령실은 양해각서 체결 소식이 전해진 뒤 성명을 통해 “스웨덴과 핀란드가 자국법 개정을 통해 쿠르드노동자당(PKK) 등 쿠르드족 분리독립 세력을 지원하는 활동을 금지하고, 튀르키예에 대한 PPK 등의 공격적 선전 활동을 막게 될 것”이라고 했다. 여기에 2019년 튀르키예가 시리아 북부 쿠르드족 지역에 군사 공격을 가한 것을 계기로 스웨덴-핀란드 양국이 튀르키예에 가한 무기 금수 조치도 해제된다고 튀르키계 대통령실은 밝혔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과 니니스퇴 대통령 등도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사실상 튀르키예가 요구한 대부분의 조건을 스웨덴과 핀란드, 나토가 들어준 셈이다.

28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튀르키예(터키)-스웨덴-핀란드-나토 4자 대표단이 ‘중립국’인 스웨덴과 핀란드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지지 여부를 두고 협상을 벌이고 있다. [로이터]

여기에 에르도안 대통령이 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 가입에 찬성표를 던진 것을 지렛대 삼아 숙원 사업인 ‘전투기 현대화’를 실현할 지도 관심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출국에 앞서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 F-16 전투기의 현대화·추가 도입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가진 카드로 상대방을 최대한 압박해 ‘하나를 내주면 반드시 하나 이상을 챙긴다’는 에르도안식 외교술의 전형이라는 분석이 벌써부터 나온다.

튀르키예가 반대 입장을 접음에 따라 29일부터 본 일정이 시작되는 나토 정상회의에서 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 가입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나토 규정상 새 회원 가입은 30개 회원국 모두의 승인을 얻어야 하므로 튀르키예가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는다면 현실적으로 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 가입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실제 가입까지는 1년 이상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안데르손 총리는 “가입 절차 진행은 스웨덴·핀란드 양국뿐만 아니라 나토 전체 회원국들에게도 빠를수록 더 좋다(The sooner the better)”고 주장했다.

한편, 러시아 측에선 즉각 날선 반응이 나왔다.

올레그 모로조프 러시아 국가 두마(하원) 부의장은 리아노보스티와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발트해 지역에서 벌어지는 어떠한 군사적 장난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스웨덴과 핀란드는 ‘중립국’ 시절 누렸던 (평화 등) 좋은 역사적 기억을 되새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드레이 클리모프 러시아 상원의원은 “이제 스웨덴과 핀란드는 러시아와 관계 악화를 각오해야 할 것”이라며 “영토 주변에 (러시아의) 군사 인프라가 증강 배치되는 일을 겪을 것이다. 이는 그들이 자초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드미트리 로고진 러시아 연방우주공사(로스코스모스) 사장은 이날 자신의 텔레그램 계정에서 “목표물의 좌표를 제공한다. 만약을 대비한 것”이란 의미심장한 말과 함께 나토 정상회의가 열리는 마드리드와 미국 워싱턴DC 국방부·백악관, 영국 런던 정부 청사, 독일 베를린 총리실과 의사당, 프랑스 파리 대통령실과 정부 청사 등의 위성사진을 공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