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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서운 인플레이션에도 편의점 웃는 까닭은 [언박싱]
[CU 제공]

[헤럴드경제=오연주 기자] ‘진정한 인플레이션 파이터.’

최근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에 대한 한 증권사 리포트의 제목입니다. 인플레이션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는 가운데 편의점은 여전히 승승장구하고 있습니다. 물가가 편의점만 피해서 안 오르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편의점은 리오프닝 수혜에 이어 인플레이션 덕까지 보고 있는 것인지 궁금해집니다.

편의점 장보기, 비싸지 않다?

2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BGF리테일의 올 2분기 컨센서스(실적 전망치)는 매출 1조8717억원, 영업이익 742억원으로 잠정 집계됐습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10.1%, 26.6% 늘어난 수치입니다. CU는 점포수 기준으로 편의점 업계 1위입니다.

매출액 기준 1위인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 역시 올 2분기 컨센서스가 매출 2조7979억원, 영업이익 680억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22.4%, 59.0% 늘어날 것으로 추정됩니다.

증권가에서는 편의점 사업에 집중된 BGF리테일의 실적 개선이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편의점은 상품 경쟁력을 기반으로 MZ(밀레니얼+Z)세대의 선호가 높은 채널이라는 점도 긍정적입니다.

인플레이션은 단순하게 보자면 상품 가격이 오르기 때문에, 그동안은 수요가 비탄력적인 생필품의 주요 유통채널인 대형마트 및 슈퍼와 편의점의 수혜가 컸습니다. 유통 채널 입장에서는 객단가 상승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죠. 그러나 인플레이션이 극심해져 지갑을 닫는 수준까지 이르면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칩니다. 현재 대형마트가 고민하는 지점도 그것입니다. 장보기물가가 고공행진을 하면서 ‘장포족(장보기를 포기하는 사람들)’도 늘어나는 중입니다.

대형마트는 온라인쇼핑 플랫폼과 경쟁이 심화되면서 상황이 더욱 어렵습니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내식 수요 증가율 둔화, 온라인 쇼핑 플랫폼과의 경쟁 심화로 과거 인플레이션 수혜 채널이었던 대형마트는 이제 더 이상 인플레이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편의점의 경우 물가 인상의 긍정적 효과 뿐만 아니라 리오프닝으로 인한 수혜도 예상된다”고 설명했습니다.

[CU 제공]

특히 편의점은 유통 채널 가운데 소비자의 가격 저항이 크지 않은 곳입니다. 판매 제품의 가격이 올라도 덜 민감하게 받아들인다는 뜻입니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편의점이 근거리 장보기 채널로 떠오르면서, 편의점에서 장을 보는 소비자들도 늘었지만 소량구매로 장바구니 금액 규모 자체가 대형마트나 기업형슈퍼마켓(SSM)과 차이가 있기도 합니다.

최근 편의점에서 알뜰 장보기에 나선 고객들이 늘자 업계는 이를 겨냥해 각종 할인행사는 물론 물가 마케팅에 적극적인 모습입니다. CU는 ‘득템시리즈’로 가성비 고객을 공략하면서, 고물가로 대용량 장보기를 부담스러워하는 고객들을 위해 소포장 채소시리즈를 출시했고, GS25는 슈퍼마켓 ‘GS더프레시’의 초저가 PB(자체브랜드)인 ‘리얼프라이스’ 상품 판매까지 시작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하는 주요유통업체 매출동향에서도 편의점은 ‘뜨는 별’, 마트는 ‘지는 별’입니다. 올해 4월 기준 오프라인 업태 중 백화점(1.3%p), 편의점(0.1%p)의 매출 비중은 늘고 대형마트(-1.2%p)·SSM(-0.4%p)은 감소했습니다. 대형마트 비중은 14%로 편의점(16.3%)에 뒤집니다. 편의점 객단가도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전년동기대비 2.5%, 7.5%, 8.8%, 3.4%로 꾸준히 상승하는 중입니다.

런치플레이션에 편의점 더 떴다
[CU 제공]

외식물가가 급등하는 런치플레이션(런치+인플레이션의 합성어)에 편의점에서 한끼를 해결하는 편도족(편의점 도시락족)도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김밥전문점에서 김밥과 라면 하나를 먹으면 1만원에 육박하는 요즘 편의점은 오히려 싸게 느껴집니다.

지난달 CU 점포에서 판매된 도시락의 오피스지역 매출은 전년 동기에 비해 27.1% 올랐고 삼각김밥 28.0%, 줄김밥 23.7%, 샌드위치 19.3% 등도 증가했습니다.

물가 상승 이후 5000원대 고가 도시락 비중이 늘어나고 있는 점도 눈에 띕니다. 편의점은 4000원대 도시락이 주력으로 시즌별 차이는 있으나 대개 70%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인플레이션 이후 중간 가격대의 비중은 줄어드는 대신에 저가·고가 도시락의 비중이 동시에 늘어난 것입니다.

물가인상 이슈가 불거지기 시작한 지난해 12월과 올해 5월 CU의 도시락 매출 비중을 비교해보면, 2000~3000원대 도시락 비중은 10.7%에서 16.4%로 증가했습니다. 초저가 제품을 찾는 고객들이 늘면서 CU는 지난 4월 3년만에 2000원대 도시락을 출시하기도 했습니다. 이마트24가 올해 2월 출시한 2000원대의 미니덮밥 2종도 매월 도시락 베스트10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고객 호응이 높다고 합니다.

반면 김밥 한 줄만 먹어도 5000원 가량 되는 외식 물가에 차라리 편의점에서 제대로 식사를 즐기려는 수요도 늘고 있습니다. CU에서 5000원 이상 도시락은 지난해 12월 4.8%에서 올해 7.9%로 판매 비중이 늘어났다. GS25에서 5000원대 도시락의 판매비중은 지난해 5월 7.1%에서 올해 5월 11.0%로 크게 늘어났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 도시락은 그간 5000원대가 심리적 허들처럼 작용해왔는데, 최근 물가 상승과 함께 다소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말했습니다.

o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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