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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병국의 현장에서] 기약 없는 건보공단 의료데이터 개방

“공개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자료로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 자료가 중요한데 심의 절차 자체가 멈춰져 있는 상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최근 기자에게 건보공단의 의료데이터 사용 신청을 위한 심의절차가 재개되지 않고 있다며 불만을 털어놨다. 지난 1월 한화생명이 건보공단에 의료데이터 사용을 재신청했지만 국민건강정보자료 제공 심의위원회(이하 심의위)에는 5개월 넘게 재신청안이 상정되지 못하고 있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재신청에 대한 합의안 초안을 마련해놓고 이에 대한 단체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며 “아직까지 상정 일정은 잡혀있지 않다”고 말했다. 중재안은 지난 4월 마련됐다. 하지만 아직 의료계, 보험사, 시민단체 등 이해관계자 의견을 듣는 회의가 열린 적은 없다.

지난 2020년 2월 개인정보보호법, 신용정보법, 정보통신망법 등 이른바 데이터 3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공공의료데이터 개방을 위한 법적근거가 마련됐다. 공공의료데이터를 활용한 신상품 개발에 목말라 있던 보험업계는 크게 환영했다. 삼성생명·한화생명·KB생명·삼성화재·메리츠화재·KB손해보험 등 6개 보험사는 심평원의 공공의료데이터 사용을 신청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7월 자료 제공을 승인하면서 보험시장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던 고령자·유병력자 등을 위한 모델개발과 정교한 위험분석을 통해 보장범위를 확대, 보험료 인하 등을 기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금융위의 기대와 달리 심평원으로부터 제공받은 자료는 ‘신상품 개발’이나 ‘정교한 위험분석’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취재를 종합하면 20일 현재까지 앞서 언급한 6개보험사 중 심평원 자료를 활용하고 있는 보험사는 한 곳도 없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심평원에서 받은 자료는 단순 자료로 이를 신상품 개발에 활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했다. 당초 취지대로 공공의료데이터가 활용되기 위해서는 건보공단의 공공의료데이터 자료가 공유돼야 한다는 것이 보험업계의 설명이다. 공공의료데이터 사용은 보험사, 의료계, 시민단체들의 의견이 엇갈리는 문제다. 의료계와 시민단체들은 개인정보 유출을 이유로 보험사들의 건보공단 자료 사용에 부정적이다. 특히 의료계는 공공의료 데이터가 일선 의료기관이 수집한 자료이니만큼 관련 논의에 의료계의 의견이 적극 반영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조율하는 것은 정부와 공공기관의 역할이다. 심의위원 13명 중 7명을 학계, 유관기관,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해야 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의위가 지난 2월 한화생명의 재신청에 대해 심의 연기 결정을 내린 이후 대선이 치러졌다. 건보공단의 상급단체인 보건복지부의 수장도 지명됐다. 건보공단이 공공의료 데이터 개방 논의에 좀 더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야 할 상황이 됐다는 얘기다. 미적거리다가는 보험 사각지대 해소, 보장 범위 확대 등 금융위의 기대는 결국 선언으로만 남게 된다.

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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