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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팬데믹으로 마음 병든 中…심리치료 수요 급증
상하이 시민 40% 우울증 위험
‘심리 상담’ 검색률 253% 증가
中 정부, 심리치료 ‘가스라이팅’에 악용
지난 16일(현지시간) 중국 상하이(上海)의 의료진이 철장을 두고 시민과 대화하고 있다. [AFP]

[헤럴드경제=유혜정 기자] 중국 정부의 엄격한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피로감을 느낀 주민들의 심리치료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1일(현지시간)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4월 봉쇄에 돌입했던 상하이(上海)가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인용해 약 40% 이상의 시민들이 우울증에 걸릴 위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같은 달 중국 최대 인터넷 기업 바이두(百度)에서는 ‘심리 상담’ 키워드 검색률이 약 253%나 증가하기도 했다.

도시 봉쇄는 완화돼 주민들의 이동이 전보다 자유로워졌지만, 주민들이 정신적으로 후유증을 겪고 있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2009년 이후로 상하이의 자살률이 꾸준히 증가해왔는데, 코로나19가 이를 낮추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팬데믹 이후 중국 주민들의 정신건강은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처음 발병했던 우한(武漢)의 자살률은 전년 동기 대비 79%나 증가했다. 세계은행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인구 10만명 당 극단적 선택을 해 사망한 사람의 수(자살률)은 8명이었다.

이에 중국 정부는 몇 년간 정신건강 증진을 위한 법률을 통과하고 정신건강 부문의 종사자를 늘리는 데 집중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되려 심리치료와 정신건강 치료를 이용해 사회적으로 보수적이고 순응적인 주민들을 이용하려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정부가 정신·심리치료를 악용한 사례를 소개했다. 2018년 시진핑(習近平) 주석 포스터에 먹물을 뿌려 독재 체제에 반대한 한 여성은 강제 정신 치료를 받았으며, 2008년 쓰촨성(四川省) 지진이 일어났을 당시 심리치료사들은 자녀에게 불평을 하지 말라는 지시를 하라고 학부모들에게 전하기도 했다.

이처럼 중국의 심리치료사들은 정부의 압박을 받으며, 시 주석의 지시에 따라 ‘긍정적인 에너지를 홍보하는 역할을 한다. 팬데믹 확산 전 시 주석이 언론에 부정적인 뉴스보다 긍정적인 소식을 전하라고 명령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에 일부 치료사들은 중국 정부가 주민들을 상대로 ‘가스라이팅(타인의 심리를 교묘하게 조작하는 것)’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가스라이팅 전략을 통해 주민들이 자신의 감정을 스스로 의심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활동가들이 이를 두고 오랫동안 ‘정치적 공황’이라는 표현을 써 왔다고 설명했다.

장리 캘리포니아대 데이비스 캠퍼스 인류학자가 중국의 심리치료와 정치 간 상관관계를 담은 책 ‘불안한 중국(Anxious China)’을 엮었을 때 만난 한 치료사는 “내가 조심하지 않으면 쉽게 그들(정부)의 통제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진술했다.

yooh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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