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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성우의 현장에서] Per aspera ad astra

스물다섯 번 질문과 답변이 오갔다. 취재진은 ‘누리호’ 발사가 연기된 ‘구체적인 이유’를 캐내려고 했다. 왜 문제가 생긴 것인지, 언제 생긴 것인지, 언제쯤 해결될 것인지. 다음주면 되냐, 발사예정일 기간(23일)까지는 발사할 수 있냐는 질문도 나왔다. ‘너무 아쉽다’ ‘안타깝다’는 표현을 질문에 섞어낸 기자도 있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답변에도 ‘열심히 준비했는데 죄송하다’는 문구가 거듭 붙었다.

15일 오후 5시15분 전남 고흥 나로도우주센터. 약 30분간 진행된 누리호 ‘2차 발사 연기’ 브리핑 현장. 집요한 취재의 현장이었다. 하지만 아쉬움이 함께 묻어난 자리였다. 수차례 오간 질의응답에서 모두 아쉬움이 느껴지는 듯했다. 마지막 발언자로 나선 이상률 항우연 원장이 현장 분위기에 방점을 찍었다. “좋은 결과를 보여드리려 했는데 조금 아쉽게 됐습니다. 그렇지만 저희는 최종적으로 우리가 만든 인공위성을 우주공간에 띄워야만 합니다. 꼭 가야만 하는 길입니다.”

항우연은 이번에 문제가 된 산화제탱크 센서 이상의 원인을 점검하고 누리호 2차 발사를 다시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실패’가 아닌 ‘연기’다. 2차 발사 후에도 대한민국은 2027년까지 4차례 추가로 누리호를 발사는 계속된다. 한국형 발사체 성공은 이 원장의 말처럼 ‘꼭 가야만 하는 길’이다. 발사체 성공은 우주개발의 시금석과 같기 때문이다. 미국 ‘스페이스X’도 발사체를 기반으로 유인우주선 준비까지 나아갔다. 이처럼 발사체 성공은 우주개발의 초석이 되곤 한다.

정부는 누리호를 활용해서 2030년까지 500㎏ 이하의 소형 위성을 저궤도에 발사하고 2030년 달착륙선을 보낼 때도 누리호의 성능을 높여 쓴다는 계획이다. 한국은 현재 우주개발에 뒤처진 후발주자다. 기반이 되는 첨단 산업을 빠르게 성장시켜 세계적 추세에 발맞출 필요가 있다.

최근 ‘한국인 1호 우주인’ 고산 에이팀벤처스 대표를 만났다. 현재는 기업인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한국인 1호 우주인’으로 우주에 대한 애정은 여전한 인물이다. 고 대표도 우주개발을 꼭 가야만 하는 길이라고 했다. 또 한편으론 ‘쉽지 않은 사업’이라고도 표현했다. 많은 연구진의 부단한 노력과 피와 열정이 들어가는 게 우주개발사업이라는 의미에서다.

고 대표는 이를 표현하는 데에 ‘역경을 헤치고 별을 향하여(Per aspera ad astra)’라는 문구를 활용했다. 우리말 ‘고진감래(苦盡甘來)’의 영어식 표현이라고 한다. 숱한 어려움과 고통을 이겨내면 그 끝에는 아름다운 별이라는 결실이 있게 된다는 뜻이다. 영어권 국가에선 우리가 고진감래를 쓰듯이 여러가지 방식으로 쓰이지만 우주개발에 잘 맞는 표현이 아닐 수 없다. 누리호 발사에도 잘 맞는 표현이다.

항우연 측은 15일 “최대한 빠르게 문제를 잘 해결해서 발사를 성공시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른 시일 내 2차 발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실망보다는 응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금의 역경을 잘 이겨내길 바란다. 지금은 힘들고 속이 탈지라도 언젠가 ‘별’이라는 결실이 주어질 테니….

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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