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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읽기] 박찬욱의 새 영화, 최태원의 신기업가론

코로나 사태 이후 2년여간 동면(冬眠)했던 극장 영화가 부활하고 있다. ‘어퍼컷’ 액션의 마동석과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로 ‘추앙 신드롬’을 일으킨 손석구 주연의 ‘범죄도시2’가 개봉 20여일 만에 천만영화 반열에 올랐다. 칸 영화제와 아카데미를 석권했던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이후 3년 만이다. 영화는 역시 널찍한 스크린에서 봐야 제맛인가 보다. 넷플릭스 등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에 억눌렸던 극장 영화가 날린 울분의 한방이다. 이달에는 올해 칸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송강호)과 감독상(박찬욱)의 쾌거를 이룬 ‘브로커’와 ‘헤어질 결심’이 개봉돼 ‘보복 관람’을 이어간다.

박찬욱 감독은 ‘올드보이’, ‘박쥐’, ‘아가씨’ 에서 보듯 대담한 상상력과 사회적 금기를 건드리는 파격적 형식, 그리고 유려한 마장센으로 기존 영화문법을 넘어서는 영화를 만들었다. 이른바 ‘박찬욱 장르’다. 칸을 매료시킨 ‘헤어질 결심’은 여기서 또 한번 진화했다. 수사물의 서스펜스와 로맨스의 감정선을 넘나드는 우아한 로맨틱 스릴러를 완성했다는 찬사를 받았다. 특유의 핏빛 폭력과 도발적 섹스 없이도 매혹적 창작이 가능하다는 걸 증명했다. 박 감독은 세계가 한국 영화에 열광하는 이유를 묻는 외신기자들의 물음에 “한국의 관객들은 웬만해서는 만족하지 못하신다. 웃음과 공포, 감동이 모두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까다로운 관객이 완성도 높은 작품을 추동하는 힘이라는 것이다.

웬만해서는 마음을 주지 않는 한국의 소비자와 동행하면서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는 곳을 하나 더 꼽으라면 단연 우리 기업가들이다. 한국전쟁의 상흔으로 가난하고 배고프던 시절 이병철, 정주영 등 1세대 기업가들은 사업을 일으켜 일자리를 만들고 국가 경제를 튼튼히 하는 게 주된 역할이었다. 이른바 사업보국이다. 그러나 성숙한 세계 시민으로 진일보한 우리 국민들의 눈높이에 부응하려면 이제 한치원 높은 곳을 바라봐야 한다.

ESG(친환경·사회적책임 ·투명한 지배구조)경영이 재계의 화두로 떠오르기 전부터 기업의 사회적 가치를 주창한 최태원 SK회장은 대한상의 회장을 맡으면서 ‘착한 경영’을 재계 전반으로 확산하는데 골몰하고 있다. 요즘 유행하는 오디션 형식으로, 코로나19 이후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공익사업을 공모한 ‘대한민국 아이디어리그’도 그런 시도의 일환이었다. 인기 MC인 전현무 진행의 공중파 예능에 편성됐고, 최 회장은 물론 김택진 엔씨소프트 회장, 장병규 크레프톤 의장 등 스타 기업인이 직접 멘토로 출연해 입담을 과시했다. 박 감독이 얘기한 ‘재미와 감동’을 잡으려는 몸부림이라 하겠다. 얼마전에는 착한 경영 헌장(憲章)격인 신기업가정신 선포식도 가졌다. 최 회장은 주주만 보지 말고 고객, 종업원, 협력사, 지역사회까지 두루 살피자고 했다. 디지털 전환, 기후변화, 인구절벽 등 새로운 위기와 과제를 함께 해결하고 지속가능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뛸 것도 다짐했다. 지난달 한미정상회담의 신스틸러는 반도체 원투 펀치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그리고 현대차였다. 기업인들은 이제 경제안보를 다지는 주역이기도 하다. 최 회장의 신기업가론이 하나 둘 열매를 맺어 우리 국민과 기업들이 더 행복한 동행을 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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