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새 1%대→3%대 후반으로
10년만에 가장 높은 수준 기록
해외조달등 차입선 다변화 절실
연이은 기준금리 인상으로 카드사들의 자금 조달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카드사는 은행이나 보험사와 달리 예금이나 보험료를 받지 않아 채권을 찍어 대부분의 자금을 조달한다.
그런데 금리가 급격하게 올라 더 많은 이자비용을 들여 자금을 끌어와야만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일각에선 해외차입 등 자금조달처를 다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마저 여의치 않다고 한다.
▶여전채 금리 1년새 1%대에서 4% 목전=7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의 채권시가평가기준수익률을 보면, 국내 카드사 중 신용등급이 가장 높은 AA+등급(신한카드, KB국민카드, 삼성카드)의 3년물 여전채(여신전문금융회사채) 금리는 지난 3일 기준 3.90%를 기록했다. 이는 2012년 4월 12일(3.90%) 이후 10여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히 2021년 1분기 말 1.46%였던 것을 감안하면 1년새 2.6배 이상 오른 셈이다. 같은 기간 여전채 및 국고채 3년물 스프레드(금리차)는 0.33%포인트에서 0.77%포인트로 두 배 이상 커졌다. 대출 사업에 필요한 자금의 70% 이상을 여전채를 통해 조달해야 하는 카드사로선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국고채와 여전채의 스프레드가 커질수록 카드사들은 그 상승분을 고스란히 비용으로 부담해야 한다.
신용등급이 낮은 카드사들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자금 운영에 여유가 있는 장기물 발행은 생각조차 못하고 있다고 한다. 상대적으로 금리가 비싼 단기물 발행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SEIBro)’의 여전채 발행 현황을 보면, 1~3년 단기 카드채 비중은 올 3월 70%에서 5월 말 기준 81%로 상승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AA+등급이 아닌 카드사는 자금운영의 여유가 있는 장기물 발행 조차도 쉽지 않다”며 “이에 따라 금리가 높더라도 단기물에 편중돼 여전채를 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입선 다변화 시급…카드업계 “해외차입 어려워”=주요 운영자금원인 여전채 발행에 제약을 받게 되자 카드업계는 해외차입 등 차입선 다변화에 눈을 돌리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 여의치 않다.
금융당국이 원화용도 외화차입 축소 규제 관련 행정지도를 지난 2015년 7월에 폐지하면서 형식상으로는 여전사에 대한 외화차입 규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외화 총량 관리를 하는 기획재정부와 사전협의를 거쳐야 해 카드업계는 신규 외화차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해외차입을 위해 카드사 몇 개사가 같이 나가거나 공기업이 큰 규모로 차입을 하려할 때 금리 조건이 맞지 않거나 한국물에 대한 수요 자체가 많지 않아 발행에 실패할 수도 있다”며 “발행에 실패하거나 연기가 되면 가산금리나 프리미엄이 붙을 수 있어 후속으로 해외자금을 조달하려는 기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외화차입은 한국 경제 전체의 외화 채무를 늘리는 것인 만큼 외화 총량을 관리하는 정부 입장에서는 대외 건전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회사들의 해외 채권 발생 시기와 물량에 대해 협의하는 단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장의 우려가 커지자 금융당국도 카드사의 유동성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거시 지표가 안 좋아지면서 자금조달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이에 대한 대비를 강화할 것을 지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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