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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해외 원조금, 수혜국 정치인 손에 들어가”
캠브리지대 출판부, '뱅킹 온 베이징' 책 발행
2014년 스리랑카를 방문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마힌다 라자팍사 스리랑카 전 대통령(오른쪽).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유혜정 기자] 중국의 해외 원조가 수혜국의 대통령이나 총리와 같은 정치인이나 기득권에게 흘러 들어간 정황이 포착됐다.

캠브리지대 출판부에서 발행한 새 책 ‘뱅킹 온 베이징(Banking on Beijing)’ 저자들에 따르면 중국 원조를 받은 일부 국가의 지도자들이 해당 자금을 정치적 이익을 위해 특정 지역이나 자신의 고향에만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원조가 이뤄졌을 때 국가 지도자의 고향에 흘러 들어간 자금이 약 52% 증가했으며, 이런 현상은 지도자가 퇴임하면서 사라졌다.

특히 저자들은 특정 국가 내 중국의 지원 자금이 선거를 앞두고 급격히 증가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대표적으로 2005년부터 2015년까지 스리랑카 대통령으로 집권했던 마힌다 라자팍사 스리랑카 전 대통령은 자신이 태어난 스리랑카 남부 지방의 함반토타 지역을 국가의 두 번째 수도로 만들려는 시도를 했는데, 중국에서 받은 지원금으로 국제공항과 여러 인프라 시설을 건설하려고 했다.

그러나 2억1000만달러를 들여 만든 공항이 한 달간 고작 123달러의 수익밖에 올리지 못하자 이 프로젝트에 대한 실효성에 많은 의문이 제기됐다. 하지만 중국은 스리랑카와의 협력이 ‘상호 이익’이 된다며 대규모 투자를 추진했다. 2014년 스리랑카를 방문했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약 20개의 양자 간 협력 협정에 서명하며 스리랑카를 ‘화려한 진주’로 표현하기도 했다.

시에라리온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어니스트 바이 코로마 전 시에라리온 대통령은 집권 당시 자신의 고향이자 시에라리온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인 봄발리의 개발을 위해 중국 자금의 도움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마 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가 끝날 무렵, 봄발리 구의 행정 중심지인 마케니에서만 24시간 전기가 공급됐다. 코로마 전 대통령이 중국 자금으로 이 지역을 발전시킨 결과였다. 이에 2012년 재선에 성공한 그는 봄발리에서만 평균 득표율 93%를 차지하며 정치적 이익을 챙긴 것이다.

책의 저자 중 한 명이자 미국 에이드데이터 연구소의 전무이사인 브래들리 파크스는 중국이 해외 개발 프로젝트를 빠르게 진행하기 위해 만든 시스템이 부패했기 때문에 이런 사례들이 이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은 이러한 자금을 지원하기 전 현지 정치인에게 개발 프로젝트에 대한 승인을 요청한다”며 “이 과정에서 현지 대통령과 총리에게만 이익이 되는 프로젝트만 승인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중국의 경제 성장이 둔화하면서 해외 원조도 크게 줄었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해외 원조 규모는 2017년 이후 감소세를 보이고 있으며, 많은 아프리카와 중남미 국가들이 채무 불이행 상태에 이르거나 파산 위기를 겪고 있기 때문에 이 지역에 대한 원조는 2020년부터 거의 중단됐다.

미 존스홉킨스대 중국 아프리카 연구 이니셔티브 박사 홍장은 “중국이 재정 상황이 악화한 국가와의 원조 계약을 어떻게 지켜낼 것인지가 관건”이라며 “중국은 이제 대출 상환을 제때 할 수 없는 국가에서 무엇을 할지 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yooh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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