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금융당국이 보험사의 요양서비스 사업 진출로 어르신들의 양질의 노후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힌 지 1년이 다 됐지만 이렇다 할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보험사들을 요양서비스로 이끌 유인을 제공하지 못하는데다 기존의 영세 요양서비스 사업자들에 대한 반발 우려로 관련 논의는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금융위원회가 보험업계가 참여하는 ‘보험사의 요양서비스 사업 진출활성화 간담회’를 개최한 뒤, 신규로 요양서비스 사업에 진출한 보험사는 없다. 당시 금융위는 “보험산업도 민간영역에서 요양서비스 확충에 일조할 수 있다”며 “보험산업과 요양서비스 간 연계, 발전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위는 간담회에서 요양병원 관련 시설을 매입하지 않고 임대 형태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또 요양 서비스도 보험 급여에 포함시키는 현물지급형 보험을 허용하고, 요양병원 투자에 대해 지급여력(RBC) 비율에 적용되는 투자위험계수를 낮춰주는 등의 방안도 논의됐다.
하지만 보험사의 업역확장을 돕겠다는 금융위의 공언과 달리 논의는 진척을 보지 못했다. KB손해보험이 2016년 요양서비스 제공을 위해 설립한 KB골든라이프케어 이후, 대형 보험사들의 요양서비스업 진출 사례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보험사 입장에서 가장 걸림돌은 현행법상 규정 때문이다. 현행규정에 따르면 요양시설을 운영하는 사업자는 요양시설 건물과 부지를 소유해야 한다. 금리인상으로 지급여력(RBC) 비율 하락 등 자본건정성이 악화된 보험사 입장에서는 신사업을 위한 건물 매입은 언감생심라는 것이 업계의 전반적인 평가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뿐 아니라, 대선 이후 인수위원회에도 규정을 소유가 아닌 임대로 바꿔 달라고 수차례 건의했지만, 답이 없다”고 말했다. 보험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회사가 요양서비스 사업 진출에 관심을 가졌던 것은 맞다”며 “보험사에 대한 예외 규정을 만들어 달라고 건의했지만, 당국에서는 보험사에만 특혜를 줄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후 정부는 폐교 등 국가 또는 지자체가 소유한 토지 및 건물에 한해 소유가 아닌 임차도 가능하게 하는 내용의 노인복지법 시행규칙을 개정하고 지난 3월 22일부터 시행했지만 이역시도 보험사들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원하는 곳이 도심과 가까운 곳”이라며 “부지를 찾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미 진출해 있는 영세업자들과의 경쟁 문제도 당국이 빗장을 못 푸는 이유 중에 하나다. 보험연구원의 ‘장기 장기요양산업 현황과 과제’에 따르면 2019년 기준으로 요양시설 운영자의 72.7%는 개인사업자가 운영하고 있다. 법인 25.2% 공공 요양시설은 2.1%에 불과하다. 조용운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법령을 임대로 바꾸려 할 경우 영세사업자들의 반발이 커질 수 있다”며 “정부 입장에서 쉽게 규정을 바꾸지 못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cook@heraodcorp.com
coo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