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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당 시공비 사상 첫 700만원대 돌파
원자재급등에 치솟는 시공비
사직동 재개발서 3.3㎡당 770만원
정릉골서도 공사비 740만원 제안
1년만에 100만원 넘게 올라 주목
시공사 선정 조합도 ‘인상요구’ 걱정
최근 원자재값에 인건비 상승까지 겹치며 정비사업 평당 공사비가 수직상승하고 있다. 결국 재개발 조합에서 시공사 입찰공고를 내며 사상 처음으로 3.3㎡ 당 공사비가 700만원을 훌쩍 넘긴 곳도 나왔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중순 강남에서 3.3㎡ 당 공사비가 600만원이 처음으로 나온 뒤 불과 1년만에 다시 100만원이 넘게 오른 것이라며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사진은 공사비 갈등으로 공사가 중단된 서울 둔촌주공 재건축 현장 모습. [연합]

최근 원자재 대란에 인건비 상승까지 겹치며 정비사업 3.3㎡(평)당 공사비가 수직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재개발 조합에서 낸 시공사 입찰공고에 사상 처음으로 3.3㎡ 당 공사비가 700만원을 훌쩍 넘긴 곳이 등장해 주목된다. 건설업계에서는 지난해 강남에서 3.3㎡ 당 600만원대 공사비가 처음으로 나온 뒤 불과 1년 만에 재차 100만원이 넘게 오른 데 대해 상당히 이례적인 흐름으로 보고, 상황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급등한 시공비는 순차적으로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어 실수요자들의 부담 또한 한층 커질 전망이다.

3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종로구 사직동에서 재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사직2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조합은 지난달 시공자선정 입찰공고를 내면서 예정 공사비로 1767억5796만원을 책정했다. 3.3㎡ 당 공사비로 계산하면 770만원 수준이다. 사업은 사직동 일대 3만 4261.5㎡를 대상으로, 지하 3층에서 지상 12층에 이르는 공동주택 14개동 456가구를 짓는다. 업계에서는 고급화 전략이 필수인 강남권도 아니고, 소규모 재건축 사업이나 리모델링 사업이 아닌데도 3.3㎡ 당 800만원에 가까운 공사비를 제안한 점을 주목하고 있다.

이와 함께 성북구 정릉동에서 재개발 사업을 진행 중인 정릉골구역주택재개발 정비사업조합도 최근 예정공사비로 6027억8792만원을 책정했다. 이 또한 3.3㎡ 당 가격으로 바꾸면 740만원 수준이다. 정릉골구역 재개발은 지하 2층~지상 4층 80개 동 1411가구의 저층 주택을 짓는 사업이다.

천재진 정릉골재개발 조합장은 “고층 아파트가 아닌 4층 높이의 저층 주택으로 여러동을 짓는 탓에 엘리베이터 등 자재가 많이 들어가다보니 가격이 높다”며 “고급화 전략까지 추구하다보니 어쩔 수 없는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저층 주택인 점을 감안해도 시공비 급등에는 원자재값 폭등 여파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실제 중저층 위주로 지어지며 건축물 동수가 197동에 달하는 한남3구역 재개발 사업과 비교해 시공비가 크게 높아져 있기 때문이다. 한남3구역은 2020년 시공사 선정 입찰 공고를 냈을 때 3.3㎡당 공사비를 598만원으로 제시했는데 600만원도 안되는 액수가 당시는 업계에서 화제가 될 정도로 높은 공사비였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한남3구역과 정릉골을 비교할때 불과 2년도 채 안돼 150만원 즉 25%가 넘게 오른 것”이라며 “이 가격을 제시하지 않고서는 입찰에 참여하는 시공사가 없을 것이라는 걸 조합들에서도 인정한 셈”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공사비가 가파르게 오르자 이미 시공사 선정을 마친 조합들도 걱정이 태산이다. 시공사 선정 후 실착공때까지 4~5년이 걸리는데 이 과정에서 공사비 증액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특히 공사비가 조단위를 넘는 거대 사업장의 경우 시공사들이 계약과정에서도 사업조건을 까다롭게 하고, 사업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수주 자체에 나서지 않는 분위기라고 조합 관계자들은 설명한다.

최근 시공사를 선정한 한 재건축 단지 조합장은 “계약서를 작성할 때 추후 공사비 상승을 소비자지수가 아닌 건설공사비 지수를 반영해 줄 것을 시공사가 요구했다”며 “조합원들은 최대한 저렴하게 공사를 진행하려고 하지만 시공사는 사업진행 자체가 힘들다는 상황에서 중간에 끼어 난감한 입장”이라고 했다. 최근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 1년 전보다 4.8%가 상승한 반면 건설공사비지수는 지난 1년 사이 14% 올랐다. 1년에 10%가 넘게 오르는 공사비지수가 이후 공사비에 복리로 반영될 때 큰 폭의 공사비 상승이 예상된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건설업계에서는 이제서야 시장 상황이 반영된 합리적인 액수가 나오고 있다는 반응을 내놓는다. 그러면서도 당분간 이어질 원자재값 상승의 고점 예측이 불가능한 만큼 크게 오른 공사비로도 수익을 낼 수 있을지 걱정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그나마 물량을 확보해 놓은 대형건설사들은 상황이 좀 낫지만, 자금력이 부족한 소형건설 회사들의 경우에는 자재를 구할 수 없어 공사진행 자체가 안되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그는 그러면서 “(3.3㎡당 700만원이 넘는 금액)이마저도 현장에서는 가격이 낮다고 아우성”이라며 “물가상승이 이렇게 가파를 경우 고급화 전략을 짜는 강남권 사업지들의 경우 3.3㎡당 800, 900만원을 넘는 것도 시간문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영상 기자

s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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