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강남 클럽 가보라고 했죠” 신한은행이 ‘붕어빵 작가’ SNS로 모신 이유
이정은 신한은행 브랜드전략부 SNS 랩(Lab)장
SNS 팔로워 은행권 최다, 참여율 단연 톱
ESG캠페인부터 애니메이션, 음악까지
MZ부터 시니어 아우르는 콘텐츠 제작

[헤럴드경제=서정은 기자] 페이스북 125만명, 인스타그램 29만명, 유투브 35만명. 유명 연예인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아니다. 바로 신한은행이 보유한 팔로워 수다. 은행권을 통틀어 팔로워 최고는 물론이고, 전 금융권을 뒤져도 SNS 반응도(댓글·좋아요)를 따라올 데가 없다. 신한은행의 SNS는 어떻게 온라인 놀이터가 됐을까. 비결은 이정은 신한은행 브랜드전략부 SNS 랩(Lab)장의 손끝에 있었다.

이정은 신한은행 SNS랩장. 캐릭터 쏠(SOL), 몰리(MOLI)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정은 랩장은 은행권에서 보기 드문 이력의 소유자다. 그는 1998년부터 약 14년간 SBS를 포함, TV조선, CJ E&M 등을 거친 베테랑 방송작가 출신이다. 좋은친구들, 도전천곡, SBS 인기가요, 스타토크쇼 위험한 초대, 붕어빵 등 내로라하는 프로그램을 지나 2015년 8월 신한은행으로 거처를 옮겼다. 당시 은행은 브랜드 대국민 캠페인 등 대외커뮤니케이션을 확장하던 때였는데, 방송 작가로서 대중과 호흡하던 경험을 살릴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 랩장은 “2017년부터 은행에서 SNS 소통을 강화하기로 하면서 관련 업무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며 “SNS 관리를 넘어 디지털상에서 캐릭터 마케팅을 하자는 은행의 제안에 쏠(Sol), 몰리 등 캐릭터를 활용해 콘텐츠를 발굴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캐릭터 쏠(SOL), 몰리(MOLI)

뽀로로, 카카오프렌즈 등 캐릭터가 성공한 사례는 수없이 많다. 하지만 이들과 전통 금융권인 신한은행이 추구하는 지향점은 다를 수 밖에 없다. 유아스러워서도 안되고, 캐릭터만 튀어서도 안된다. 그는 “쏠이나 몰리를 은행 목소리를 대변하는 캐릭터로 발전시켜보자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었다”며 “내부 직원들의 조사 결과 더 인기를 끈 ‘몰리’를 활용해 2020년부터 인스타그램에 오마주 등 여러 콘텐츠를 시도한 것이 대중들에게 먹혔다”고 말했다.

최근 인기를 끈 콘텐츠는 쏠, 몰리 등 캐릭터가 1990년대부터 2009년까지 약 20년간 노래를 따라 춤추는 것이었다. 은행이 제작한 콘텐츠 가운데 이례적으로 수백만이 조회를 했다. 그는 “SNS랩장 인력들이 인기가요, 가요톱텐 등 20년치 가요 프로그램을 월별로 다 찾았다”며 “최근에는 스·걸·파라는 프로그램에 몰리라는 친구가 뜨면서 같이 협업한 무대를 꾸린게 유투브에서만 300만에 가까운 클릭수를 만들어냈다”고 설명했다.

처음부터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된 건 아니었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정제되면서도 위트있는 콘텐츠로 바꾸기 위해서는 기존 직원들과 융화를 먼저 해야했다. SNS랩 직원들에게만 초창기부터 자유복장을 입으라고 한 것도 창의성을 일깨워주기 위해서였다.

그는 “직원들에게 강남, 이태원 클럽을 가서 어떤 음악이 유행하는지 젊은 층이 어떤걸 문화로 향유하는지 알아보라는 주문을 하기도 했다”며 “근무 시간에 하루종일 핸드폰 붙들고 유튜브를 보라고 하니 직원들이 당황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다양한 체험을 무기로 각종 콘텐츠를 발굴하니, 최근에는 은행 전체 임직원들의 관심도 훨씬 늘었다.특히 ‘몰리 사랑’으로 유명한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지금도 킬러 콘텐츠를 제보하는 장본인 중 하나다.

그는 “신한은행 캐릭터가 유희를 넘어 상품, 금융의 지향점 등을 부담없이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타사와 차별점을 갖는다”며 “채널별로도 이들을 다르게 활용해 대중들에게 신한은행이 가깝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신한은행은 캐릭터를 활용한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있다. 5월 말~6월부터 3주에 한편씩 나갈 예정이다. 이달 들어서는 가정의 달을 맞아 ‘힐링송’ 캠페인도 시작했다.

SNS 채널별로는 특성을 고려해 다각화 전략을 이어갈 예정이다. 그는 “인스타그램은 상품이나 서비스를 쉽고 재미있게 알려주고, 페이스북은 영업지원이나 ESG캠페인 등 확산채널로 활용 중”이라며 “유튜브에서는 경제나 투자 콘텐츠를 통해 경쟁하는 전략이 최우선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니어층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콘텐츠도 발굴 중이다. 그는 “어르신들이 디지털과 멀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유튜브를 향유하는 고령층이 많다”며 “상품 서비스, 모바일뱅킹 이용법, 금융용어 등을 짧게 설명할 수 있는 아이템을 발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신한은행의 SNS가 전 금융권에 디지털 마케팅의 중요성을 인식시킬 수 있도록 키우는 것이 목표다. 또 고객들에게는 은행들이 외치는 디지털금융이 구호를 넘어,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진다는걸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그는 “금융은 눈에 보이지 않는 돈의 흐름을 다루기 때문에 SNS 마케팅을 하기 쉽지 않다”면서도 “MZ 세대에 다가가기 위해 신한은행이 흉내만 내는게 아니라,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을 잘 활용하고 있다는 걸 알려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lucky@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