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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칼럼] 대통령과 검사…닮은 직무, 다른 역할

‘재벌2세’가 주류던 영화와 TV 드라마에서 최근에는 검사가 단골소재가 됐다. 범죄를 수사하는 내용을 넘어 검찰 내부 문제가 주제인 콘텐츠가 상당하다.

법치국가에서 법 집행은 매우 중요하다. 로마제국 법무관은 집정관에 버금가는 지위였다. 조선에서 의금부 수장인 판의금부사(判義禁府事)는 장관급(정2품)보다 높은 종1품(부총리급), 때로는 정1품(총리급)이 맡는 중책이었다. 공자(孔子)가 역임했던 유일한 공직 대사구(大司寇)도 사법기관의 수장이었다. 검사(檢事)의 어원은 일본 검비위사(檢非違使)로 추정된다. 그대로 풀면 ‘위법을 감찰하는 왕의 사자’라는 뜻이다. 헤이안(平安) 시대에 핵심 요직이었다. ‘살핀다’는 뜻의 검(檢)은 수사권과 통한다.

대한민국 건국 직후 공권력의 핵심은 경찰이었다. 1948년 헌법에서 국민의 신체의 자유를 제한(체포·구속·압수·수색)할 때는 법원의 영장에 의한다고만 정했다. 5·16쿠데타 이후 1963년 헌법에서는 처음으로 검찰관의 영장신청권이 등장한다. 1972년 유신헌법에서는 검찰관이 빠진다. 당시엔 정보기관들도 수사권을 가졌다. 1980년 헌법에 다시 ‘검사’가 부활한다. 경찰과 군, 정보기관에 가려있던 검찰은 5공화국 때부터 공권력의 상징이 된다. 6공화국 때는 헌법에 ‘적법한 절차’로 영장신청권을 제한할 정도의 힘을 갖게 됐다. 노태우 정부의 ‘범죄와의 전쟁’에 이어 김영삼 정부 때부터는 전직 대통령을 잇달아 기소한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는 대기업 총수들까지 줄줄이 재판대에 세운다.

검찰의 힘이 커지면서 정치중립이 화두로 부상한다. 1997년 검찰청법(제5조)에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 ‘정치적 중립’ ‘권한 남용의 금지’가 신설된다. 2009년에는 헌법과 법률에 따른 ‘인권보호’와 ‘적법절차’ 준수가 추가된다. 지극히 당연한 것들이 굳이 명문화됐다.

기소독점권을 갖는 검사에 대한 정치중립 강화는 검찰 조직의 힘을 더 키우는 명분이 되었다. 고위 검사 출신들은 공직을 떠난 후에도 전관(前官) 변호사로 막대한 수임료를 받고 있다. 정치권으로의 진출도 활발하다. 최근 국회의원의 직업별 출신을 보면 행정고시에 이어 판사와 검사, 변호사 등 법조인 출신이 가장 많다. 검사 정원은 2292명으로, 판사(2844명)나 변호사보다 수가 적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했다. 평생 검사로만 살아온, 정치 경력 없는 ‘0선(選)’의 첫 대통령이다. 검사 출신들도 새 정부 요직에 상당수 기용되고 있다. 진영이 극단적으로 충돌했던 선거에서 윤 대통령이 박빙의 승리를 거둔 이유 가운데 하나는 ‘검사로서 권력에 맞섰다’는 이미지 덕분이었다. 사실 검사의 직무를 정한 법조문에 대통령을 대입해도 어색하지 않다.

“대통령은 그 직무를 수행할 때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고 적법 절차를 준수하며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고 주어진 권한을 남용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대통령은 스스로가 가장 큰 권력이다. 검사와 달리 힘의 사용은 최소화되어야 한다.

“정치로 이끌고 형벌로 다스리면 백성들이 벌은 면하겠지만 부끄러움을 모를 것이다. 덕으로 이끌고 예로써 다스리면 부끄러움을 알게돼 그릇된 마음도 바로 잡을 수 있다”(道之以政 齊之以刑 民 免以無恥 道之以德 齊之以禮 有恥且格).-논어(論語)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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