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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포] ‘애물단지’ 폐배터리, 골프카트로 재탄생…“탄소 없는 제주 만든다”
제주테크노파크 전기차배터리산업화센터 가보니
250여개 폐배터리 팩·모듈 성능 검사 거쳐 재사용
“배터리 타 지역 반출 위한 기준 및 수행 기관 필요”
전기차배터리산업화센터로 회수된 폐배터리. [김지윤 기자]

[헤럴드경제(제주)=김지윤 기자] “배터리 활용 기술을 기반으로 탄소중립 시대를 앞당기겠습니다.”

지난 4일 방문한 제주시 아라동 전기차배터리산업화센터 입구 벽면에는 이런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제주테크노파크(JTP) 에너지융합센터가 운영 중인 전국 최초 폐배터리 재활용 센터인 이곳은 ‘탄소 없는 섬 제주도’를 만들기 위해 국·도비 450억원을 투입해 지난 2019년 개소했다.

전기차 시장 확대로 매년 폐배터리가 쏟아지는 가운데 처리 방안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는 사용 주기가 7~10년으로 성능이 초기 대비 70% 이하로 떨어지면 주행거리뿐 아니라 충전 속도가 낮아져 교체해야 한다. 분해해서 니켈·코발트 등 원자재를 추출하거나 성능·상태 진단 등을 거쳐 다른 용도로 재사용 할 수 있다.

폐배터리는 각종 화학물질로 구성돼 있다. 매립할 경우 환경오염으로 이어진다. 화재 위험도 있다. 소각 방식으로 처리도 불가능해 재사용·재활용이 더 주목받고 있다.

국내 전기차 보급률 1위인 제주는 오래전부터 이 문제를 고민해 ‘사용 후 배터리 전주기 체계 구축 사업’을 적극적으로 진행했다. 폐배터리를 재사용하기 위한 시스템을 갖춘 전기차배터리산업화센터도 결실 중 하나다.

전기차배터리산업화센터에서 검사 대기 중인 배터리 모습. [김지윤 기자]

입구를 지나면서 가장 먼저 눈길을 끈 것은 층층으로 마련된 거대한 선반이었다. 전기차 제조사에 따라 모양이 제각각인 폐배터리 팩 30여 개가 선반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바닥에는 사고 차량에서 갓 분리된 배터리 팩이 먼지를 뒤집어쓴 상태로 놓여 있었다. 이 센터의 폐배터리 보관 용량은 250대로, 거의 꽉 차 있는 상태였다.

‘셀→모듈→팩’으로 구성된 배터리는 팩·모듈 단위로 분리해 각각 검증한다. 이날 센터에서는 팩·모듈 성능 검사 작업이 계속 진행되고 있었다.

구체적으로 배터리 팩 하나당 약 48시간의 충·방전 검사를 수행해 남아있는 용량에 따라 ‘A~E’ 5단계로 분류한다. 이후 팩을 다시 모듈 단위로 분해해 24시간 동안 성능 검사를 수행해 모듈의 용량 단위에 따라 5등급으로 나눈다. 폐배터리에는 여전히 남은 전류가 흐르고 있어 곳곳에 ‘감전 위험’이라는 경고 문구가 부착돼 있었다.

아직 배터리 해상·육상 운송에 대한 기준이 마련되지 않아 제주에서 발생한 폐배터리는 사실상 이곳에서 모두 처리해야 한다. 이에 센터는 500대까지 배터리 보관 시설을 확대할 계획이다. 2030년 제주에서 발생하는 폐배터리가 2만여 개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전기차배터리산업화센터로 회수된 폐배터리의 모듈과 셀 모습. 곳곳에 접촉금지 안내문구가 붙어있다. [김지윤 기자]

현재 배터리 잔존가치 평가 장비는 배터리팩 장비 3채널, 모듈 장비 26채널을 보유 중이다. 센터는 배터리 성능 평가와 시험 등을 위한 각종 장비를 추가 구축할 계획이다.

이동훈 JTP 활용기술개발팀장은 “2024년까지 폐배터리를 활용해 개발된 제품의 시험인증과 신뢰성 평가를 위해 12종의 장비를 추가로 더 들여올 것”이라며 “안전성 시험을 위한 ‘방폭동’도 현재 공사 중인데, 올해 완공 후 본격적으로 가동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센터에서 성능평가를 거친 폐배터리들은 관광지 내 골프카트, 전동스쿠터, 전기차 충전기 연계형 에너지저장장치(ESS), 농업용 운반차 등에 활용된다. 농협에서는 농업용 운반차 200대 분량의 재사용 배터리를 요청하기도 했다.

폐배터리 재활용 산업을 더욱 키우기 위한 선결과제도 있다. 이 팀장은 “사용 후 배터리의 안전성 확보와 지역 내 활용, 다른 지역 반출을 위해 평가할 수 있는 기준과 이를 수행하는 기관이 필요하다”며 “센터도 전기차 사용 후 배터리 인증 시험 대행, 성능·안전성 검사 기준 제도 개선 등을 정부에 계속 건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종마다 제각각인 배터리 관리시스템(BMS)을 파악해 재사용 제품에 맞게 새롭게 설계하는 것도 문제다. 센터는 제조사나 차종 관계없이 범용 가능한 BMS 개발에 착수, 산업부에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전기차배터리산업화센터 옆 공사 중인 안전성 시험을 위한 ‘방폭동’. [김지윤 기자]
jiy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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