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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동걸 "부울경은 특혜받은 지역… 타 지역서 뺏으려 말고 자생하라"
이동걸, 산은 부산이전에 '반대' 피력
"산은 구조조정, 혁신성장 등 역할 중요"
시장 자금조달해야 하는데 부산선 기능 약화
"부산 이전은 지역이기주의… 지속가능성 없어"
"그만큼 특혜 받았으면 다른 지역에 기여해야"
[사진=이동걸 산은 회장]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산은의 부산 이전에 대해 '지속가능성 없는 퍼주기', '국가적 마이너스'라고 비판했다.

이 회장은 2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산은의 지방 이전은 잘못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올해 초에도 산은 지방 이전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 회장은 산은의 역할을 ▷기업 구조조정 ▷거시경제 충격시 시장안전판 역할 ▷혁신성장, 녹색금융, 산업구조재편 등 미래 먹거리 창출 등 세가지로 요약했다. 이같은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데, 부산으로 이전하게 될 경우 자금을 창출할 수 있는 기능이 약화된다는 주장이다.

이 회장은 자신이 회장으로 취임한 2017년 당시 산은은 주요 부실기업의 손실만 14조5000억원이었으며, 산은 스스로도 자본잠식 직전일 정도로 "금고가 텅빈 상태였다"고 말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제대로 된 구조조정 없이 자금만 부어넣는 연명치료만 계속했기 때문이라고 이 회장은 주장했다.

그러나 이 회장 취임 후 재무 개선을 성공적으로 진행한 결과 이익을 남기게 되었고, 5년간 정부에 배당하거나 법인세로 낸 금액만 2조2100억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세간에서는 산은이 정부로부터 혈세를 지원받아 기업에 지원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산은이 시장에서 조달하거나 이윤을 남겨 자체 자금으로 기업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이에 그는 산은을 '시장형 정책금융기관'이라고 강조했다.

부산으로 이전하게 될 경우 산은이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기능이 약화되고, 그 여파로 구조조정 및 혁신성장 투자 등의 기능도 약해진다는 주장이다.

이 회장은 "정부로부터 돈 받아서 뿌리는 것은 1970·80년대 관치금융 시대에 머물러 있는 시각이다"라며 "이런 시각이 산은의 부산이전론 근간에 깔려 있지 않나 우려된다"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지역균형발전'의 취지에는 자신도 동의한다고 밝히면서도, 균형발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세가지 원칙을 기업구조조정에 빗대 제시했다.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지역도 기업처럼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이 회장은 그 원칙에 대해 "▷지역의 고통분담과 책임있는 역할이 있어야 하고 ▷지속가능한 지역 발전 방안이 있어야 하고 ▷국가의 파이를 키우는 방향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일각에서는 산은이 부산으로 이전하면 부울경 지역에 2~3조원의 부가가치가 창출된다는 주장을 하는데 그 자체도 근거가 없지만, 부울경에 그러한 부가가치가 창출되더라도 국가 경제 전체에 20조~30조원 마이너스 효과가 생긴다"며 "포지티브성 게임이 돼야 하는데 네거티브성 게임(경제 효과가 감소하는 것)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산은의 부산이전이 '지역이기주의'라고도 꼬집었다. 그는 "부울경은 박정희 대통령 산업화 이후 가장 특혜받은 지역이며, 대한민국 기간 산업 대부분이 집중돼 있는데 이는 국가의 집중지원으로 가능한 것이었다"라며 "그만큼 지원 받았으면 다른 지역 것 뺏으려 하지 말고 부울경 스스로 자생해서 국가 경제와 다른 지역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산은 대한민국 경제의 싱크홀이 돼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얼마 전 산은의 부산이전에 대해 "국가적 자해행위", "대한민국에 두개의 금융중심지는 불가능"이라고 말한 것을 언급하며 "전적으로 동감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최근 금융위에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사의 표명 이유에 대해 "산은 회장은 정부의 국정 철학과 맞는 사람이 직을 수행하는 것이 옳다는 생각을 평소부터 가지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요공공기관의 경우 임기를 대통령 임기와 맞춰 5년 혹은 2년반으로 조정함으로써 정권 교체와 더불어 자연스럽게 교체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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