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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대금리차 공시 ‘신호탄’…은행들 ‘후덜덜’
금감원, 세부사항 협의 돌입
은행권 “이미 NIM 등 지표 공개”
산출 방식 아이러니 실효성 의문
금융 소비자 효용 체감은 힘들듯
은행 영업관행 변화에는 기대감

예대금리차 공시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시중은행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소위 ‘이자 장사’로 돈을 벌어들이는 은행권의 행태가 사라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실효성을 두고 은행들의 반대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특히 고객층을 폭넓게 확보한 은행들일수록 예대금리차 공시가 고객이탈의 단초가 될 것을 우려하는 모습이다.

금융감독원 및 은행권은 최근 예대금리차 공시를 두고 논의를 진행한 상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해서 관련 사항 협의에 돌입했다”며 “예대금리차 공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이달 27일 윤재옥 정무위원장 또한 은행장들을 만난 자리에서 “예대금리차이 및 가산금리가 적정한지 봐달라”고 주문한 상태다. 가산금리의 경우 업무원가, 목표이익에 따라 은행마다 산정되는게 다르다. 다만 은행들은 지난해 가계대출 규제에 맞게 증가율을 잡기 위해 가산금리를 올리는 방식으로 금리를 조정해온 상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 국내 은행의 잔액 기준 예대금리차는 2.27%포인트로 2019년 6월(2.28%포인트) 이후 2년 8개월여 만에 최대치로 올라섰다. 높은 예대금리차에 힘입어 각 금융지주사들은 이자이익으로만 9조원 이상을 벌어들였다. 신한·하나·우리·KB금융 등 4대 금융지주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 또한 총 5조2362억원으로 처음으로 5조원을 넘어서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를 10%이상 웃도는 ‘어닝서프라이즈’이기도 하다.

정치권의 요구, 본격적인 금리 인상기를 맞아 늘어난 차주의 금융 부담 우려로 예대금리차 공시 논의가 본격화됐지만 은행권에선 여전히 난색을 표하고 있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이미 순이자마진(NIM) 등 주요 지표가 공개되면서 우회적으로 예대금리차 등이 알려지는 상황인데 실효성이 있겠느냐”며 “등급이 없는 예금과 등급이 있는 대출 금리 차이를 어떻게 산출한다는 건지가 아이러니”라고 꼬집었다.

대출금리의 경우 차주마다 조건이 다르다는 점이 관건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도 “각 은행마다 기업대출, 가계대출, 상품에 따라 금리가 다른데 그걸 예대금리차라고 뭉쳐 보는건 무리가 있다”며 “특히 자금조달 방식도 은행마다 다르지 않느냐”고 강조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설령 공시가 이뤄진다고해도 고객이 은행 대출을 이용할 때는 예대금리차를 보기보다는 개인의 은행별 신용등급이나 우대금리 적용 여부 등을 고려하기 때문에 실효성이 적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대금리차 공시가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금융 소비자들이 효용을 체감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다.

이런 대출금리의 특성으로 인해 현재 한국은행에서 월마다 산출해 발표하고 있는 예대금리차 통계도 은행에서 평균금리를 받아 취합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금융당국이 논의 중인 방식 또한 한국은행에 은행권이 제출하는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다만 예대금리차 공시가 그간 시중은행들의 영업관행을 바꿀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고객층이 넓은 시중은행과 달리 SC제일은행을 포함한 외국계나 지방은행 등 일부는 영업력 확보를 위해 대출금리를 낮게 책정하기도 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시중은행에 비해 고객층이 많지 않은 은행들이 낮은 예대금리차를 활용해 대출 영업을 해온 경우도 있다”며 “이런 잘 알려지지 않은 부분들이 고객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서정은·박자연 기자

lu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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