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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 광장]해경, 망원경 버리고 위성과 무인기를 올려라

서해 한복판에 석유가스 시추시설이 들어섰다. 중국이 2021년 말에 설치한 것을 한 달 전에야 발견한 것이다. 2019년 대형 연어양식시설, 2020년 서해 해양위성 발사, 2021년 일본 해상보안청 조사선의 우리 배타적경제수역 진입 행위에 이어지고 있는 사태다. 이 정도면 해양상황이 주변국에 통제되고 있다고 표현하는 것이 옳다. 2020년 중국인의 보트 밀입국, 2004년 이후 지속되는 중국 어선의 동해 진출, 북한 어민의 2019년 삼척항 표류, 밀수와 마약범죄, 부정무역, 자금세탁. 모두가 테마형 국제해상범죄에 속하는데 우리 단속은 한계가 있었다. 주변국과 국제범죄 세력의 활동과 기술을 따라잡지 못한 이유다.

정부는 도대체 무슨 생각인가. 아직도 경비세력 증강에 경제적 타당성의 논리가 도입돼야 하는가. 해양에서의 위협적 활동에 대비하지 못하면 국민활동은 물론이고 해양주권과 해양안보, 해양안전 모든 것을 상실한다. 중국과 일본은 통합화, 대형화, 첨단화, 준군사화, 정보화로 해양경비력을 강화하고 있는 반면 우리는 여전히 함정과 해경 인력의 헌신적인 애국심에 의존하는 듯하다. 국익우선 주의의 전방위적 해양패권화 구도를 간파하지 못하고 있다.

오로지 해경의 함정과 항공기, 감시장비 등을 통한 365일 24시간 경계태세를 늦출 수가 없는 이유다. 외부로부터의 위협상황도 조기 식별할 수 있어야 한다. 범죄의 근원지가 동중국해, 인도양, 동해 대화퇴 끝단으로부터 시작되고 있는데, 언제까지 여력도 없는 함정과 망원경으로 모든 것을 방어하고 통제하라고 할 것인가.

육지면적보다 4배나 큰 바다에서 해경은 경찰, 소방, 방재, 자원관리, 해상방위 등의 다목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현재 해경이 가진 대형함정(1000~3000t) 1척이 경비해야 하는 해양면적이 약 2만7980㎢이다. 경기도 면적의 3배다. 서해에서 활동하는 중국 대형함은 57척이다. 우리의 3배다. 게다가 해상(해무, 파고 등)이라도 안 좋을 경우 경계의 공백은 불이 보듯 뻔하다. 최외곽 경계를 위해서는 헬기격납과 기동의 고속화(25노트 이상), 무장화, 기상불량시 피항기준을 강화한 3000t급 대형함정 중심으로 건조하되, 내구연한이 도래한 1000t 혹은 1500t 함정을 우선 대형화해야 한다.

해경이 스스로 해양정보구축 능력이 부재하다는 것도 뼈아프다. 광역감시를 위해서는 소형 정찰위성과 항공대의 세력 증강계획도 조속히 수립돼야 한다. 터보프롭 비행기는 순찰과 수색구조, 대테러 등의 역할에 적격이다. 야간작전과 함정을 연계하는 대형헬기와 중형헬기, 탑재헬기도 시급하다. 함정 탑재용 무인헬기, 광역 감시용 중고고도 무인기, 일본과 미국이 공세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장거리 무인기 등도 해경이 인적 감시에서, 정밀한 시스템감시로 전환하는 핵심 수단이다.

해양은 매우 복잡한 특성을 갖고 있다. 때로는 몇십미터 앞에 위치한 물체도 파악하기 힘들다. 더욱이 수층은 몇미터도 가늠할 수 없다. 전략적으로 이동하는 해양질서의 변화를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 정부는 해양상황을 직시해야 한다.

양희철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해양법·정책연구소 소장

yj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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