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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도 몸 불편하지만, 전장연 시위 방식엔 반대”
“시민 불편 시위는 공감 못얻어”
장애인 ‘부정적 인식’ 증폭 우려

지체장애 4급으로 휠체어를 이용하는 30대 직장인 김모 씨는 최근 회사 근처 횡단보도에서 “장애인들 때문에 출퇴근이 힘들어졌다”는 내용의 욕설이 섞인 수근거림을 들었다.

김씨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시위 이후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많이 나빠졌다는 것을 느낀다”며 “저 또한 장애인이지만, 지금 같은 방법으로는 시민들의 공감을 얻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시민들에게 큰 불편을 끼치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이동권 시위로 인해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김씨처럼 이런 방식의 시위를 지지하지 않는 장애인들은 이에 대해 우려하면서, 전장연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

한국지체장애인협회(지장협) 관계자는 22일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전장연의 강성 시위로 인해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굉장이 나빠지고 있음을 실감하고 있다”며 “다른 장애인 단체들이 수십년 동안 끌어올린 장애인에 대한 인식 등을 한순간에 무너뜨리고 있다”고 한탄했다.

이어 “비장애인이 불편해야 하는 사회를 요구하는 전장연의 시위는 합당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시민들에게 불편함을 끼치고, 또 장애인 복지 증진만이 시위의 의도가 아닌 전장연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지장협은 47만명의 회원을 보유한 국내 최대 장애인 단체다. 지장협은 지난달 말에도 성명서를 통해 “전장연의 장기간 국민을 볼모로 한 각종 불법시위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며 “이동권 보장 요구에 우리 협회도 인식을 같이하며, 다만 이를 주장하는 방법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고 규탄한 바 있다.

시민들의 불편은 계속해 커지고 있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직장에 다니는 김세현(42) 씨는 “회사에 지각한 건 물론에다가, 지하철 운행 지연에 사람들이 몰리면서 이동하는 것 자체가 고통이었다”며 “시민들을 볼모로 자신들의 뜻을 관철하려는 태도에 화가 난다”고 말했다.

직장인 박지환(35) 씨도 “장애인의 이동권은 분명 개선될 문제이지만, 전장연이 한미동맹 해제 등 정치적인 요구를 하고 있어 순수하게는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장연은 이날에도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이어갔다. 박 대표는 이날 오전 8시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승강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월 중 가장 빠른 시일 내에 장애인평생교육법이 제정될 수 있도록 국회 정치권이 함께해달라”며 “삭발식 뒤 지하철 타기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다음달 2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자리에서 장애인 권리 예산 반영이 약속되고 전장연의 증인 채택이 이뤄진다고 하면 월요일부터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를 멈추겠다”라고도 덧붙였다.

박 대표는 지하철 지연 운행으로 피해를 봤다는 시민으로부터 사과 요구를 받자 “시민 분께서 지적하신 주장에 대해 동의할 수는 없지만 시민들께 불편함을 끼친 것에 대해서는 항상 사과하고 죄송한 마음을 전하고 있다”면서도 “(장애인 이동권)문제를 2001년부터 이야기해왔다”고 답했다.

채상우 기자

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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