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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오상의 현장에서] 인수위 어정쩡한 스탠스…시장 혼란만

대선 직후 장밋빛 전망이 가득했던 재건축 추진아파트 사이에서 잡음이 계속되고 있다. 재건축 규제 완화 기대감에 30년이 넘은 노후 아파트단지를 중심으로 재건축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확정되지 않은 새 정부의 부동산정책을 두고 시작 전부터 주민 사이에 갈등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대표적 1기 신도시인 일산신도시의 한 아파트단지는 최근 재건축과 리모델링을 두고 주민 간 갈등이 빚어졌다. 고양시가 리모델링사업을 추진하는 단지에 대해 용적률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발표하자 일부 주민은 재건축이 아닌 리모델링으로 사업을 바꾸자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반면 새 정부의 재건축 안전진단 면제 등의 조치를 기다리며 재건축조합추진위 구성에 나선 주민은 “수익성이 떨어지는 리모델링을 할 수 없다”며 리모델링을 주장하는 주민을 비판하고 나섰다. 사정은 일산 내 다른 단지도 마찬가지다. 재건축 규제 완화안이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주민 사이의 갈등만 깊어진 것이다.

일산신도시 내 노후 아파트단지에 사는 한 주민은 “아직 규제 완화가 확정되지 않았지만 다른 단지보다 늦을 수 없다는 생각에 일찌감치 재건축 준비에 나섰는데 최근에는 같은 단지 내에서 리모델링을 주장하는 주민과 재건축을 주장하는 주민의 사이가 나빠졌다”며 “차라리 새 정부가 빨리 방향을 제시해준다면 혼란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재건축이 한창인 다른 단지들은 분양가상한제 완화 기대감에 분양 일정을 늦추고 있다. 정부는 주택 공급 일정이 차질을 빚게 됐다며 우려하는 분위기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늦추지 않으면 우리가 죽게 생겼다”는 반응이다. 분양가상한제와 공사비 상승이 맞물리며 최근 높아진 예상 조합원분양가를 다시 받았기 때문이다.

최근 조합원 분담금을 다시 계산받았다는 한 재건축 아파트 조합원은 “분양가상한제 탓에 일반분양가는 턱없이 낮고, 조합원분양가는 오히려 높아졌다. 조합원 입장에서는 오래 기다려온 마진이 2억원 가까이 사라지니 일단 손해를 보고 버티더라도 새 정부를 기다려보자는 게 다수 의견”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분양 일정 정도만 늦춰잡는 단지는 양호하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시공사와 조합이 수익성을 이유로 싸우거나 조합 내에서 내분이 일어나는 경우에는 전체 사업이 위태로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장의 기대감과 달리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최근 새 정부의 부동산정책 발표시점을 연기했다. 이미 대선 직후 시장에서는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 탓에 호가가 오르고 매물이 더 잠겼는데 인수위는 벌써부터 들썩이는 시장에 놀라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물러섰다.

부동산 민심을 등에 업고 출범한 새 정부에 ‘집값 안정’이라는 숙제는 중요하다. 그러나 이전 정부와 같은 기조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현장의 혼란을 빠르게 수습하기 위해서라도 인수위의 분명하고 일관된 목소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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