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남산사색] 오심이 경기의 일부?

스포츠는 매우 흥미로운 분야다. 인간이 오랜 기간 살아오면서 여가활동의 하나로, 혹은 군인들의 체력단련의 일환으로 생겨나고 발전해왔다.

취미로, 혹은 소질이 있어서 정식으로 운동을 시작한 선수 중 최고의 선수들이 모여 겨루는 프로스포츠는 인간 신체능력의 한계가 과연 어디까지인가 경탄을 자아내기도 한다. 탈인간급 선수들이 모여 있다는 북미프로풋볼(NFL)나 160㎞가 넘는 볼을 던지는 투수들이 널려 있는 메이저리그, 발을 손처럼 자유자재로 기술을 구사하는 월드컵과 축구리그 등은 놀라움 그 자체다.

대부분의 스포츠는 승패와 우열을 가리는 선수들과 판정을 내리는 심판들이 함께 경기를 진행한다.

심판은 쉽지 않은 직업이다. 99번 명판정을 내려도 단 한 번 오심을 범한다면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심판 이름을 알 수 없는 경기가 진정 최고의 경기라는 말은 그래서 나왔을 것이다.

지구촌 곳곳에서 하루에도 수백가지 경기가 벌어지고 있는 만큼 스포츠팬들의 기억에 남는 오심 역시 그만큼 많다. 혹자는 1986년 멕시코월드컵 당시 ‘신의 손’ 논란을 불러온 마라도나의 골을 떠올리기도 할 것이고, 한국인이라면 2002솔트레이크올림픽 김동성에 대한 실격 판정, 혹은 2014소치올림픽 당시 김연아에 대한 심판진의 판정에 대해 깊은 유감을 갖고 있을 것이다.

필자는 지난 2010년 6월에 열린 ‘디트로이트와 클리블랜드의 메이저리그’ 경기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당시 디트로이트의 투수 아만도 갤러라가는 9회 초 2아웃까지 단 한 명도 출루시키지 않았고 마지막 타자를 1루 땅볼로 막아 퍼펙트게임을 성공했다. 그러나 아니었다. 1루심 짐 조이스는 여유 있게 아웃이 되는 상황을 돌연 세이프로 선언했다. 관중석과 중계진은 비명을 질렀다. 142년 메이저리그 역사상 23명만이 기록했던 퍼펙트게임을 눈앞에 두었던 갤러라가는 어처구니없어 웃음 지었다.

이 오심이 얼마나 전국적인 화제가 됐는지 백악관 브리핑에서 ‘판정이 정정돼야 한다’고 언급할 정도였지만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오심도 판정의 일부’라며 번복 불가를 선언했다. 다음날 경기에서 조이스 심판은 주심으로 나섰다. 갤러라가는 감독 대신 오더지를 들고 가 주심에게 전하며 용서의 악수를 청했고, 조이스는 오심을 인정하며 눈물을 쏟았다. 갤러라가의 스포츠맨십에 감동한 GM은 스포츠카를 선물하기도 했다. 아름다운 마무리였지만 갤러라가 놓친 필생의 대기록은 영원히 보상받지 못한다.

분명 오심은 나올 수 있다. 또한 번복되는 상황이 극히 드물어 ‘경기의 일부’라는 말도 나온 것이다. 그러나 오심은 수많은 선수와 팬을 좌절하게 하는 문제적 상황이다. 어떻게든 없어야 하고 가능하다면 최소화해야 하는 대상이지, ‘나올 수도 있는 흔한 일’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테니스의 호크아이, 축구의 VAR, NFL의 챌린지 등 오심 상황을 바로잡을 수 있는 제도가 속속 등장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인간인 심판이 범할 수 있는 오심을 바로잡아 보려는 노력이자 보완장치인 것이다.

최근 국내 프로야구에서 어이없는 오심이 발생하면서 해당 심판이 2군으로 강등됐고, 비디오 판독 신청이 불가능했던 내야 타구 판정을 판독 대상에 포함하는 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만시지탄이지만 더 많은 오심을 막을 수 있다면 다행스럽다. 심판의 권위는 판정 번복을 불허하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판정을 줄이거나 잘못을 빨리 인정하는 결단력에 있지 않을까.

withyj2@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