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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술유출’에 억울한 삼성SDI…업계도 물음표, 왜? [비즈360]
공정위 기술 유출 판단…과징금 2억7000만원 부과
업계 “삼성SDI 요구로 생산된 도면…핵심기술도 아냐”
유출로 인한 피해기업도 없어…하도급 계약시 논란 여지
삼성SDI 용인 기흥 본사. [삼성SDI 제공]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삼성SDI가 국내 하도급업체가 보유하고 있는 기술자료를 중국 협력업체에 넘겼다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2억7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삼성SDI는 “공정위의 의결서를 송달받으면 면밀히 분석한 후 소송 제기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지만, 내부에서는 의아해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삼성SDI가 규격과 비용 등을 지불해 생산을 맡긴 트레이 도면을 해외 현지 법인에서 활용하기 위해 가져다 쓴 것을 두고 공정위가 ‘기술 유출’이라는 판단을 내려서다.

업계에서는 개당 1000원짜리의 단순 운반용 트레이를 기술자료로 볼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 때문에 향후 하도급 거래에 있어 기업들이 협력사들과 작성해야 할 비밀보호 계약서가 급증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전날 삼성SDI의 기술 유용 등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2억7000만원을 부과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삼성SDI는 2018년 5월 국내 하도급업체 A사가 보유하고 있던 다른 사업자 B의 기술자료인 운송용 트레이 도면을 받아 중국 현지 협력업체에 제공했다. 이는 중국 협력업체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이 협력업체는 삼성SDI와 중국 업체의 합작법인이 신규 개발할 부품을 납품할 예정이었다.

B사는 삼성SDI의 요청에 따라 지원을 받고 운송용 트레이를 만들었고, 이를 A사에 제공했다. B사에서 트레이를 납품받아 A사의 배터리 부품을 얹어 삼성SDI에 납품한 뒤 삼성SDI의 작업공정이 끝나면 B사에 트레이를 돌려주는 작업구조이기 때문에 A사가 B사의 도면을 갖고 있었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운송용 트레이는 부품을 납품할 때 사용하는 플라스틱 받침대다. 통상 수십 개의 부품을 트레이에 수납하고, 이러한 트레이를 3~4단으로 적층해 운송한다.

이번 심사 과정에서는 A사가 보유하고 있는 다른 업체의 기술자료까지 하도급법상 보호 대상이 되는지가 쟁점이 됐다. 삼성SDI는 A사가 작성해 소유한 기술자료를 취득한 경우에만 법 적용 대상이 된다고 주장했지만, 공정위는 수급사업자가 보유한 기술자료도 모두 포함된다고 판단했다.

이번 공정위의 결정에 업계는 의문을 제기하는 분위기다. 우선 트레이 도면이 애초에 삼성SDI의 필요에 의해 회사가 제공한 사양에 따라 만들어졌고, 삼성SDI가 이에 대한 대가를 모두 지불했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소유권 자체가 삼성SDI 또는 공동으로 갖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

수급사업자 A가 B에게 전달받아 단순히 보유하고 있던 것을 기술자료로 볼 수 있는 지에 대해서도 납득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해당 도면이 비밀로 관리돼 오던 자료가 아니라는 점도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하도급법상 기술자료는 수급사업자가 비밀로 관리해야 하는데, A사와 B사 모두 이를 비밀로 유지·관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애초에 삼성SDI가 원하는 수치와 용도에 맞게 만들어진 트레이를 해외 법인에서 활용하기 위해 가져간 것을 두고, 공정위가 기술유출이라는 판단을 내렸다”며 “배터리 핵심 제조기술도 아니고, 개당 1000원짜리 트레이를 두고 논란이 됐다는 게 다소 의아하다”고 말했다.

공정위 역시 이 같은 논란을 염두에 두고 검찰 고발 조치는 취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삼성SDI의 행위에 위법성은 있지만 고의성이 없다고 판단했고, 이번 유출로 삼성SDI가 특별한 이득을 취한 것으로도 보지 않았다.

공정위는 “수급사업자에 대한 납품 단가를 인하하기 위한 목적으로 다른 대체 거래선을 확보하기 위한 동기가 아니었다”며 “수급사업자의 피해 또한 당사자가 주장하지 않고 있어 손해배상이 청구 가능한지에 대한 논란이 있을 수 있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제재 수위는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공정위 조사에서도 이번 트레이 유출 건으로 인한 피해 기업은 없었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이번 판단이 어떤 후폭풍을 몰고 올 지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원청이 필요에 따라 협력사에 생산을 맡기고, 관행적으로 활용해 오던 각종 도면 등에 대해 향후 공정위가 기술자료로 판단,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수 있어서다. 특히 해외 공장을 짓는 과정에서 기존 도면 등을 활용할 때마다 각종 제약이 따라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의 이번 결정대로라면 모든 자료, 도면이 보호해야 할 기술 자료가 되기 때문에 향후 협력 업체와 계약서를 작성하는 데도 신중하게 접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배터리 트레이가 기술 난이도가 높은 첨단 기술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기술 유출 측면에서 공정위가 강력하게 대응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다소 모호한 부분은 있다”고 말했다.

jiy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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