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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팀장시각] 넥스트 팬데믹을 대비하려면

“건너편 호프집 사장님이요? 지난해에 자살하셨어요. 월세라도 내야 하는데 손님이 안 오니까, 주변에서 돈 끌어서 유지하다가 그만….”

재택근무 종료를 앞두고 모처럼 찾은 미용실에서 머리를 다듬던 미용사가 말했다. 미용사는 “이 골목에 그런 분이 한둘이 아니다”며 씁쓸해했다.

18일 757일 만에 거리두기가 해제됐다. 2년여 동안 코로나19 대유행을 막기 위해 방역지침을 지켰던 자영업자들은 많이 무너졌다. 정부가 나서서 대출을 연장해주고 이자를 유예해줬지만 힘에 부쳤다.

헤럴드경제가 신한카드와 함께 코로나19 대유행 2년간 가맹점 기준 자영업자의 창·폐업을 조사한 결과, 실내 취식까지 금했던 2020년 8월엔 서울의 폐업 건수가 코로나 이전보다 4.7배나 많았다. 무더기로 업을 접은 것이다.

그런데 당시 서울의 확진자 수는 200명이 되지 않았다. 거리두기가 해제되는 18일 자정 기준 서울의 신규 확진자는 1만4000여명. 그때그때 달라지는 정부의 주먹구구식 거리두기 방침에 대해 이해 못하는 이가 많다.

각종 지원금도 원칙과 기준이 없다. 코로나19 확진으로 생계가 달라질 것 없는 은퇴생활자나 초·중·고교생에게까지 지원금을 지급하면서 재정낭비 이야기도 나온다. ‘선심쓰기형 돈 풀기’의 더 큰 문제는 불필요한 사람에게 돈이 보태지면서 물가를 밀어올렸다는 것이다.

정부가 명절이나 선거를 앞두고 생계지원금 등을 풀면서 물가상승을 더 부채질했다는 지적은 이미 여러 번 반복됐다. 실제 그 결과, 지난달 소비자물가상승률은 10년 만에 4%를 찍었고, 이제 성장률마저 눈높이를 낮춰 다시 쓰게 됐다. ‘밥상물가’ 상승은 가뜩이나 어려워진 이들의 삶을 더 고달프게 한다는 점에서 안타깝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정책 실패’인 셈이다.

코로나19 대유행 시작점에서 한국은 ‘K-방역’이라 부를 만큼 뛰어난 방역능력을 보였다. 매뉴얼이 있었기 때문이다. 초기 K-방역의 효과를 끌어올린 ‘3T(Test-검사, Trace-추적, Treat-치료)’는 2015년 메르스를 겪으면서 만든 원칙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메르스 땐 사회적 거리두기나 재난지원금 등이 불필요했기에 코로나19 상황과는 달랐다. 코로나19 대유행 2년여간 거리두기 지침이 50번 가까이 바뀌고, 지원 대상 등을 정교히 하지 못한 것도 원칙과 기준이 없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코로나19는 이제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이 됐지만 또 다른 팬데믹(대유행)이 언제든 올 수 있다는 것이다. 거리두기와 지원 등에 대한 새 매뉴얼이 필요하다. 특히 코로나19 금융 지원에 나섰던 금융 당국은 전염병으로 인한 봉쇄가 각 사회적 계층에 미친 영향이나 지원금 혹은 대출 지원이 어떤 효과를 가져왔는지 따져봐야 한다. 아울러 사실상 전 국민에게 나눈 현금성 지원금이 물가상승에 미친 영향이나 훗날 세금 부메랑이 될지도 연구해봐야 한다.

한국은행도 힘을 보탤 수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 후보자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서면답변서에서 “수준 높은 조사 연구역량은 경제를 알고 정부 정책에 대안을 제시하는 데 필수”라고 답했다.

오지 않은 상황에 대해 예습은 어렵지만 복습은 할 수 있다. 지금이 바로 그때다.

yjsu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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