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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탄소감축목표 조정되나…기업들 기대 속 ‘촉각’ [비즈360]
인수위 “NDC 준수해야지만 절대불변은 아냐”
탄소배출 철강·화학·정유·전자장비·비금속광물 등의 順
“韓 제조업비중 높고 잔여기간 짧아 NDC 현실적 재검토 필요”
[게티이미지]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의 조정 가능성에 대해 문을 열어놓자 기업들이 기대 속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국내 이산화탄소 중 36% 가량이 산업부문(건물·수송 제외)에서 배출되고 있다는 점에서 NDC 하향 시 좀 더 여유를 갖고 탄소중립 전환에 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NDC는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로 감축하자는 것이다.

14일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NDC가 업계 및 국내의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해 조정이 되거나, 새 정부에서 숫자는 같더라도 목표치 달성 노력에 의의를 두자는 식의 사인을 보낼 경우 기업들로서는 좀 더 안정적으로 탄소중립 체제를 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희룡 인수위 기획위원장은 지난 12일 기후·에너지 정책방향 중간보고 브리핑에서 NDC 수정 가능성에 대해 “2030년까지 온실가스 40%를 감축하겠다고 국제사회에 약속한 것을 멋대로 바꾸는 것은 대한민국의 국격이나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체계에 비춰봤을 때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도 “하지만 이게 과연 절대 불변이냐라는 부분에서는 앞으로 많은 상황과 변수들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코로나 상황,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보듯이 전세계 에너지 시장과 공급과 수요 체계, 미래 기술과 에너지 안보 자체가 큰 변화와 재조정 과정에 있다”며 “저희가 앞서 갈 수는 없지만 온 인류 질서가 바뀌는 속에서 새로운 적응과 재조정 과정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김상협 인수위 상임기획위원도 이 자리에서 “우크라이나 사태로 공급망 교란이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새로운 공급기지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고, 이렇게 되면 국내 온실가스는 내년에 더 늘어날 수 있다”며 “국제기후체제의 특성은 달성도 중요하지만 달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데 의미가 있고, 후퇴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지키려는 노력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선거 과정에서 기존 NDC는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인수위 가동 후 관계 부처로부터 온실가스 배출량이 다시 늘고 있다는 점 등을 보고 받은 후 현실적인 목표 수정으로 변화가 일어난 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불가침 영역으로 두기보다는 다른 국가들의 결정을 지켜보며 조정 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한국에너지공단의 에너지사용 및 온실가스 배출량 통계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산업계의 이산화탄소배출량은 3억4700만tCO2eq(이산화탄소환산톤)이다. 이중 1차 금속산업(철강)이 38.3%(1억3300만t)으로 가장 많을 비중을 차지했고 화학과 정유가 각각 20.0%(6900만t), 10.8%(3700만t)로 2·3위를 기록했다. 그 뒤로는 전자장비제조(7.5%), 비금속광물(7,1%), 기타제조(6.8%), 펄프·종이(3.0%), 자동체제조(2.4%), 섬유제품(1.3%) 등의 순이다.

우리나라의 산업구조는 제조업 비중이 높아 다른 나라보다 탄소감축 환경이 불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2019년 현재 국내총생산(GDP) 기준 우리나라의 제조업 비중은 28.4%로 G5(주요 5개국, 미국·일본·독일·영국·프랑스)의 평균 비중(14.4%)을 큰폭 상회한다. 철강, 화학, 정유, 시멘트 등 고탄소배출 업종 비중도 8.4%로 G5(4.2%)의 두 배다. 제조업 편중도가 높은 상황에서 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이려면 생산량을 줄이거나 해외로 사업장을 이전해야 하는데 이에 따르는 제약이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우리나라의 탄소배출량 정점 연도는 2018년으로 독일(1990년), 영국·프랑스(1991년), 미국·일본(1996년) 등에 비해 늦다. 이는 주요국보다 20년 이상 짧은 기간 내 탄소 배출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는 얘기로, 상대적으로 국내 기업들의 부담은 해외 기업보다 높을 수 밖에 없다. 여기에 바이오·폐자원 에너지화 기술, 탄소포집·이용·저장기술(CCUS) 등 탄소감축기술도 세계 최고 대비 80% 수준에 머물러 있고 기술 격차도 4~5년 가량 벌어져 있는 실정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한국 산업은 높은 제조업 비중, 짧은 감축기간, 최고 수준의 효율성, 차세대 탄소감축 기술 수준 열위, 신재생에너지 역량 부족으로 주요국에 비해 탄소감축에 불리한 여건”이라며 “획기적 탄소감축기술 확보를 위한 정책지원을 강화하고 NDC의 현실성도 재검토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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